'왕과 나, 김처선'이란 제목만으로는 1인칭시점으로 쓰여진 이야기가 아닐까 했다. 물론 주인공은 김처선이란 내시였지만, 모든 역사소설이 그렇듯 등장 인물 모두가 이 책에서는 주인공이었다. 김처선이 내시여서 이야기에서 핵심이 될 수 없었던 것이 아니고, 픽션역사소설이다보니 어느 하나 놓치고 지나갈 이야기가 없었고 그냥 나오는 인물이 없었던 거라고 느껴졌다.   단지 허리 굽히고 왕 옆에서 "네~이"만 하는 사람인줄만 알았던 내시라는 자리는 내가 생각하던 그런 하찮은 존재가 아니었다. 어렸을때 고환을 제거하고 물도 못 마시면서 아픔을 견디고, 궁에 들어가 혹독한 교육을 받고, 남자도 여자도 아닌 중성적 몸의 변화를 그대로 견디면서, 사람들에게 천하게 여겨지기는 했지만(이 책에서는 내시들 스스로도 천하다고 하는 언급을 많이 하는 것으로 보아 그 아픔이 얼마나 컸을지 상사이 갔다.), 왕의 옆에서 왕을 보필하는 것 뿐만이 아닌 왕의 가까이에서 직언을 할 수 있는 소중한 자리였음을 알게 되었다.   김처선의 경우, 세조, 예종, 성종, 연산군까지 모두 네명의 왕을 겪으면서 내시로서 겪어야할 아픔을 모두 겪은 인물이어서 더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한다. 세조시절은 정중하지 못 하다고 장을 맞고, 예종 시절은 임금의 옆에서 병약한 임금이 의심되는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봐야했고, 그로 인해 내시에서 내쳐저 사사에서 내시로선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처와 첩, 양자를 거느리게 되었다. 처음엔 처와 첩까지 거느린다는 이야기에 나도 사실 무슨 내시가 첩까지... 라고 생각했지만, 첩이 처가 어려운 상황의 여인을 데리고 와 종으로 삼았다가 월급을 주지 않기 위해 첩으로 삼았다는 이야기에 '아...'하고 수긍이 갔다.   내시라고는 하지만 처 향이와 알콩달콩 재미있는 삶을 살다가 성종시절 다시 내시로 들어가 지난 궁시절 원래 친분이 두터웠던 윤숙의가 중전이 되면서 김처선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이도 잠깐, 숙영들간의 질시와 이간질로 인해 중전이 폐위되고 김처선의 자리도 흔들린다. 왕의 옆에서 왕의 보필을 숙명으로 아는 내시여서인지, 세자를 중전에게서 부탁받고 세자를 지켜내지만, 왕위에 오른 연산군은 폭정으로 왕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 한다.   연산군을 최선을 다해 지켜내 왕위에 오르게 한 김처선은 연산군의 폭정을 제일 못 견딘 사람이 아닐까? 그런 안타까운 마음에 폭정과 연회만 일삼는 연산군에게 직언을 하고 그는 연산군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언제나 역사 속에는 훌륭한 인물과 그렇지 못 한 인물이 뒤섞여 있다. 김처선은 네명의 왕을 지내면서도 시대를 잘 타지 못 해 내시의 최고가 될 수 있음에도 그렇지 못한 안타까운 인물이다. 아마 정확한 제목은 "왕들과 나"가 아닐까? *^^*   이 책을 읽으면서 언제나 역사는 돌고도는 것이기 때문에 역사학자들이 미래를 예언할 수 있다는 말이 생각났다.  김처선의 파란만장한 일생이 눈 앞에 그려지는듯 하여 안타까운 마음에 책을 덮은 후에도 가슴이 아렸다.

 

책 소개를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바람의 화원'이란 제목을 보고는 내 나름대로 미리 해석한 소설은 신윤복과 김홍도의 우정을 깊게 그렸으리라는 것이었다.

 

얼마 전, 오르세미술전에서 들은 설명처럼 같은 시대의 천재들은 그들 나름대로 모임을 만들어 서로에게 힘이 되고 견제가 되는 그야말로 윈윈의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었는데, 이 소설은 그야말로 서로에게 안내자가 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를 너무도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었다.

 

또한, 서양의 입체적인 화법이 꺼내지 못한 나의 문화적 갈망이 끄집어내지는 것을 느꼈다.

동양화는 선으로만 이루어진다는 평이한 내용의 강의를 중, 고등학교때 배운 내게 그 선이 어떤 입체적인 명암보다도 깊고도 깊은 작가의 마음을 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책이었다.

 

게다가 많은 작품의 열거로 김홍도와 신윤복을 위한 어느 미술관 근처를 서성이다 나온 느낌...

 

조색가로서의 영복, 그 색을 사용해 화려한 채색화를 그려내는 윤복, 갈색톤으로 보는 이의 시점에 햇볕 양까지 계산해 색을 그려내는 홍도.

 

이 책 속에서는 어느 한 인물 그냥 가볍게 다루지 않았고, 책 가득히 대결 구도로 펼쳐지는 두 사람의 그림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내가 평소 좋아하던 그림들이 책 속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로 엮이어 나오는 것은 정말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오래전 과거를 다룬 소설들은 가볍게 흥미위주로 빠져들기 쉬운데, 이 소설은 스릴, 추리, 따뜻함을 모두 갖춘 소설이었다.

 

한줄한줄 읽으면서, 그림하나하나와 그 글의 내용을 맞추어가며 읽은 이 책의 묘미는 그야말로 한번 펼쳐들면 절대 쉴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후반부의 반전은 이 여름 더위를 날리는 시원함 그 자체였다.

 

정말 이 소설이 소설이 아니고 사실이길 빌면서 읽은 것은 나만의 오바였을까?

 

먼저 책을 받고 나면, 나는 일단 맨 앞 표지와 뒷표지의 겉면 안면을 들여다보게된다.

이 책의 경우 앞표지의 안쪽면에는 무라카미류에대한 소개가 되어있고, 뒷표지의 겉면과 안면이 모두 이 책의 대표적 내용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

 

Q 1. 당신은 자신보다 연봉이 낮은 남자와 연애(결혼)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해서 이 책은 대다수의 여자들이 그럴수 없음을 이야기 한다. 이런 조건으로 인해, 사랑을 의심하게 된다는 이유에서... 연애의 리스크와 코스트, 이익을 잘 따져볼 것을 권한다.

 

Q2. 당신은 상대를 위해 희생하는 것을 애정이라고 생각하는가?

무라카미 류는 '그를 좋아하는 이유'를 아주 솔직하게 글로 적어볼 것을 권한다. 아주 정직하게 상대의 좋은 점, 싫은 점, 고쳐주었으면 하는 태도, 불쾌하게 생각되는 일, 반대로 유쾌함을 가져다 주는 일 등... 글로 쓰는 것으로 자신의 감정이 명확해지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고 충고한다.

그리고 자신을 가장 비싼 값에 팔라고 충고한다.

 

Q3. 당신은 결혼이란 제도가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에 대해서 무라카미류는 일본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지적하고 있다. 예전 사회에서는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었던 많은 것들이 가정이라는 울타리 밖에서도 지금은 가능하다는 것. 예를 들면 섹스, 요리 등은 예전에는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만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았지만 현대에는 사업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사회의 발달과 더불어 은둔형 외톨이, 프리터 라는 신개념이 자연스럽게 도입되면서 이제 더이상 결혼이라는 제도는 필수 불가결한 것이 아님을 주장한다.

 

위와 같은 내용을 읽다보면 이 책은 정말 보통의 연애지침서와는 그 격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사회학 도서로 읽혀도 될만큼 '연애'에 대해서 특강을 하고 있다.

 

이 책에서 무라카미 류가 준 '연애를 위한 팁 8가지'는 다음과 같다.

- 연애는 시장원리에 의해 움직이는 가장 살벌한 비즈니스다.

- 연애를 원하지 않는 사람과 테러리스트의 근본은 같다.

- 연애는 열심히 해야 할 노동이 아니다.

- 연애는 '희망'하는 것이 아니라 '욕망'하는 것이다.

- 혼자 사는 여자가 쉽다는 것은 남자가 만든 거짓말이다.

- 이별할 때는 제삼자가 동석하게 하라.

- 최악의 인생을 보내는 사람은 실연당한 사람이 아니라 무료함에 익숙해진 사람이다.

- 부모의 돈으로 연애 비용을 조달하는 남자와는 연애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