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회사주변에 새로 오픈한 작은 레스토랑에 갔을 때였던걸로 기억한다. 여러가지 명화를 곳곳에 걸어놓은 그 곳에서 첫방문 기념이라고 준 그림이 바로 클림트의 '키스'였다. 상징적으로 그려진듯한 '키스'작품이 너무도 강렬해서, 그 후로 내가 클림트에 관심을 갖게 된 거 같다.

게다가, 예술의 도시 빈은 내가 유럽 여행하면서 가장 살아있는 예술적인 도시로 기억하는 곳.

그 도시에서 클림트의 그림들이 탄생한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뛴다.

이 책 한권을 읽고나니 너무도 잘 만들어진 화보집을 본 기분이다. 다양한 습작까지 실려있는 이 한권의 책으로 클림트 알기는 충분할 듯 하다.

클림트의 그림은 '관능적인 격렬함'을 표현하는데 탁월하기 때문에, 표지를 장식한 '키스'뿐 아니라 거의 전 작품에서 관능미를 발견할 수 있다.

역사주의교육시절 보수주의파인 정부관계자들에게 환영받던 클림트는 분리주의자로서 VER SACRUM 잡지를 내면서 새로운 화풍을 보여준다.

관능미를 표현하고, 다양한 여성의 초상도 남긴 클림트는 여성세계를 가장 잘 표현한 화가로 알려져있다. 다소 다른 사람과 함께 보기엔 어려운 그림들이지만... 

평면적이면서도 몽환적인  그의 그림을 보고, 작은 글씨로 적힌 시대상황과 클림트의 화풍이 변해가는 이야기, 작품이 나오게 된 배경을 읽다 보니, 어느새 내가 1800년대 마지막 오스트리아 빈의 한 가운데에 서서 음악과 함께 그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서 있는듯한 기분이 든다.

최신판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읽는 느낌이 들었다.

별로 내용이 비슷하지는 않았는데... 아마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비슷해서였을까?

어떤 사람이라도 자신에게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그 상황에서 벗어나길 원하고, 신을 찾기도 한다.

열네살 소녀 테레제에게는 부모가 이혼한다는 선언은 그 나이에서 받아들이기에 가장 어려운 상황이고 그 상황을 견뎌내기 어렵자 신에게 기도를 하고, 자신의 기도내용대로 일이 잘 풀리는 거 같자 하나님에게 "신의 존재를 보여주세요"라고 기도를 하게 된다.

그런 와중에 바른생활 소년이자 목사님 아들인 얀에게 호감을 갖게 되는데... 아마, 조금 더 나이가 든 소녀가 했다면 '여우'라고 할만한 행동을 테레제는 하기 시작한다. 얀에게 거짓말을 하고 도움을 청하고, 집에 초대하고, 얀을 보기 위해 자폐인 언니를 일찍부터 깨워서 소풍을 가고...

그러던 어느 날, 얀과 함께 세상이 끝나기 전 꼭 해야할 일 목록을 정하게 된다.

1. 자기가 바라고 생각하는 것을 솔직히 말한다.

2. 모든 친구와 친척들을 찾아가 나는 당신들을 좋아하지만 언젠가는 당신들도 죽으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3. 꿈에 그리던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4. 남자친구를 사귄다. 혹은 현재 가장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키스하기.

5. 성경에 나오는 가장 유명한 이야기들을 읽는다.

6. 사람들이 저지른 비열한 짓을 밝히고 사과한다.

7. 루마니아와 러시앙의 아이들에게 물건을 보낸다.

8. 부모님에게 내 생각을 솔직하게 말한다.

9. 유명한 미술품을 감상한다.

10. 클래식 연주회에 참석한다.

11. 하느님에게 하느님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어떤 식으로든 보여달라고 부탁한다.

12. 이레네에게 조금 친절해지려고 노력한다.

정리한 목록을 가지고 테레제는 얀과 12가지 일을 해나가자고 제안하고는, 양쪽 집안 부모님의 부재를 이용해 로마로의 여행을 꾀한다. 어른들 몰래 그 여행을 계획하는 테레제의 모습은 그야말로 말괄량이 소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아빠 몰래 아빠의 신용카드로 여행경비를 결재해버리고, 집 전화번호로 전화가 오면 핸드폰으로 연결되게 해놓고, 자폐 언니와의 평안한 여행을 위해 봉봉을 준비하고...

로마 해변가에서 내리친 번개에 모래가 유리로 변한 것을 보면서 테레제는 하느님의 존재를 보여준 것이라 믿게 되고, 바른생활 소년인 얀과의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얀과의 사랑을 확인하는 방법 또한 말괄량이 테레제의 모습이 그대로 묻어난다.

계속해서 얼굴에 미소를 띄고 읽게 되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