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한번도 가본적없는 내가 도쿄타워를 읽으면서 레인보우브릿지를 보는 꿈을 꿨었었다. 특별하게도 섬세하게 감성을 자극하는 에쿠니 가오리의 문체가 참 좋아서 책을 찾아 읽었던 것 같다.
이번 책은 잡지에 연재했던 장편소설이어서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세자매의 이야기가 골고루 나눠 실린듯 하다. 제목처럼 '즐겁게 고민하지 말고 살고자하는' 세자매의 이야기가 작가의 섬세한 문체와 더불어 잔잔하게 흘러간다.
읽으면서 또 한번 우리나라 감성과 일본의 감성이 비슷함을 느꼈다. 상가집 다녀오면 소금으로 등에 뿌린다든지, 아빠가 다 큰 딸의 가방검사를 여전히 하면서 단속한다던지 하는 일들이 내가 느끼기엔 참으로 비슷했다.
그리고, 세 자매의 이야기가 요즘 여성상을 각각 대표하는 것만 같아서 또 참으로 비슷했다.
솔직한 연애, 사랑, 결혼 이야기가 세자매의 다른 성격으로 인해 각각 다르게 표출되는 양상이 어쩜 그리도 우리 이야기와 비슷한지...
결혼해서 남편의 심각한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그 폭력에 익숙해져서 결혼을 포기하지 않는 큰 딸 아사코. 그녀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 구니카즈의 당당한 모습이 어쩜 그리도 미운지, 하지만 그의 당당함에 아사코가 폭력의 당위성을 인정하게 되버린건 아닌지 읽으면서도 안타까웠다.
일을 중요시하는 하루코. 그녀는 사랑과 일을 완벽하게 구분하고 연애도 즐기고 일도 즐기는 멋진 커리어우먼이다. 하지만 그녀가 지금 사귀는 구마키는 그녀의 남성편력에 두손을 들고 만다. 소설속에서남 멋져 보일 수 있는 여성상이 아니려나 싶다. 남자들에게는 자신의 매력을 십분 잘 이용하는 나쁜 여자일터.
막내 이쿠코는 남자와의 연애를 즐기는 여성상이다. 가장 요즘 젊은 대다수 여성상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원나잇을 즐기지만 가슴 한켠에는 멋진 가정을 꾸릴 것을 꿈꾸는 어쩌면 너무도 이중적이지만 자신의 이익을 잘 추구하는 여성상이 아닐까 싶다.
세자매의 연애, 사랑, 결혼 이야기와 부모, 자매간의 유대감이 깊은 이들의 이야기는 어쩌면 가족드라마를 보는 느낌이기도 했다. 따뜻한 가족애가 잘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읽으면서 상상하게끔 만드는 세자매 이야기가 에쿠니 가오리의 다른 작품들처럼 참으로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