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느낌으로 충만할 때면 거침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기질과 내멋대로 자유로울 수 있는 변덕을 나의 운명으로 삼고 싶어진다. 하지만 아니다. 저 높이 멀리서 사라져가는 하늘만이 전부이고 내가 느끼는 수많은 감정, 여러 가지가 합쳐져 혼란스러운 감정은 내 안의 호수에 비친 의미 없는 하늘 그림자일 뿐이다. 가파른 벼랑 사이 말없이 갇힌 호수 안에서 하늘은 죽은 이의 눈길로 무심히 스스로를 응시한다...

...햇빛 찬란한 날은 내가 소유하지 못한 것을 상기시킨다. 푸른 하늘, 하얀 구름, 나무들, 존재하지 않는 피리-나뭇가지들의 흔들림 때문에 완성하지 못한 전원시...이 모든 것은 손가락으로 가볍게 스쳐보는 벙어리 하프다...

..."감정이 있다는 건 성가신 일이오." 이 말은 잠시 끼어든 잡담에서 누군가가 툭 던진 말인데, 그후로 항상 내 기억의 밑바닥에서 반짝거린다. 통속적인 표현이 이 문장을 맛깔스럽게 살려준다...  -<사실 없는 자서전> 중의 어딘가에서...

<21 명상> 에 이런 글이 있다.

...수련생들에게 다리를 꼬고 앉아 눈을 감고 코를 통해 숨이 드나드는 데에 모든 주의를 집중하라고 지도했다.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숨을 통제하려고도 하지 말고, 숨을 특정한 방식으로 쉬려고도 하지 마세요. 그것이 무엇이 됐든, 그저 지금 이 순간의 실체를 관찰하기만 하세요. 숨이 들어오면 지금 숨이 들어오는구나, 하고 자각할 뿐입니다. 숨이 나가면 지금 숨이나가고 있구나, 하고 자각할 뿐입니다. 그리고 초점을 잃고 정신이 기억과 환상 속에서 방황하기 시작하면 지금 내 정신이 숨에서 멀어져 방황하는구나, 하고 자각할 뿐입니다."...나는 내 몸의 출입구-코끝-에 서서 들고 나는 것을 관찰해보라는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곧 초점을 잃고 내 자리를 포기했다. 그것은 눈이 번쩍 뜨이는 체험이었다...

...나는 결코 바깥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언제나 내 몸속 감각에 반응할 뿐이다...

...고통은 외부 세계의 객관적 조건이 아니다. 나 자신의 정신이 일으키는 정신적 반응이다...

책 뒷면에 이런 글이 있다.

...<테아이테토스>에서는 사형당하기 직전 노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당시 10대 소년이던 기하학자 타아이테토스와 지식의 본성을 논한다...<필레보스>에서는 소크라테스와 다른 대담자들이 인간의 삶에서 즐거움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즐거움의 본성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한다.  <티마이오스>에서는 퓌타고라스학파의 철학, 천문학, 우주론에 조예가 깊은 남이탈리아 출신의 정치가 티마이오스가 우주의 기원을 수 개념을 도입해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크리티아스>에서는 기원전 9500년경의 문명국 아틀란티스 섬의 전설을 생동감 있게 소개하고 있다. <파르메니데스>에서는 청년시절의 소크라테스가 감각의 세계와 지성의 세계를 연결해주는 형상이론(이데아론)을 옹호하지만 노철학자 파르메니데스는 그런 연결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