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기부터 14세기까지의 역사를 서술하는 일은 곤혹스럽다. 이 200여 년의 역사는 끊임없는 외침과 반란, 혼돈과 전쟁의 역사였다. 사건은 너무나 많고, 선악의 판정은 혼란스럽다. 묘청은 민족주의적 혁명가일까, 철없는 종교인일까? 무신정권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삼별초는 항몽을 위해 봉기했는가, 그들의 기득권을 위해 봉기했는가?...원간섭기는 생각하기도 싫은 수치스러운 시대다. 하지만 원나라를 돌아다닌 고려 지식인들의 넓어진 세계관은 한국 사회를 업그레이드하고, 고난의 14세기를 극복하는데 크게 공헌했다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평화로운 시대에도 역사적 사건은 여러 가지 얼굴을 하고 있다. 하물며 전쟁터에서는 완전한 선도 완전한 악도 없다. 역사가의 과제는 이 복잡하고 다의적이며 모순된 사건을 선과 악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의 우리에게 필요하고 절실한 깨달음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것이 이 혼란한 시대에 살아가고 부서지고 굴종해야 했던 모든 사람들에 대한 진정한 예우일 것이다...책을 펴내며 중에서.

책 내용과는 상관 없는데... 요새 책을 받으면 새 책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정말로 느낌이다. 책을 펼쳐보면 어? 할 때가 있는 것이다. 양장인데 겉표지와 뒷표지가 책상에 철퍼덕 부딪친다던가 등등등... 교환 요청하면 교환 해주는 걸 보면, 자기네들도 아는 것 같은데... 꽤나 자주, 특히 이런 비싼, 양장인, 인문책을, 이런 책으로 보내준다는 거다. 안그랬으면 좋겠다... 정말!

<모던타임즈> 총 두 권중 두번째 책. 겉표지에는...피와 살육, 희망과 낭만, 과학과 예술이 교차했던 우리들의 20세기 세계사를 결정지은 주요 사건과 인물들의 내밀한 보고서...라고,

뒷표지에는...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힘은 과연 존재하는가? 20세기를 만든 사건과 사상, 인물의 실체를 낱낱이 폭로하여 위선에 싸여 있던 역사의 가면을 벗긴다...라고 적혀 있다.

1941년 독일의 러시아 침공부터 1990년대까지의 우리 시대를 담고 있다.

60년대 한국 개발 체제의 기원, 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머리말에 이런 글이 있다.

...이 책은 좁게는 불도저 체제의 연원이 어디인지 고찰하는 글이다. 필자는 이것을 식민주의, 특히 해방 전 만주의 경험에서 찾는다. 그리고 이를 통해 식민주의와 근대의 질긴 관계를 드러내고자 한다. 만주가 한국 사회에 전한 흐름은 필자가 '만주 모던'이라 명명한 건설, 동원, 경쟁 등 압축 성장에 맞는 경직성 근대다. 이것은 1930~1940년대 관동군에 의한 만주의 신속한 산업화와 도시계획 이면의 에토스인 하이 모던, 그리고 이 토양에서 모방과 변형, 생존과 개척이 융합된 독특한 구성물이다. 만주 출신의 일부 인사들은 5.16 군사 쿠데타 이후 치열한 남북한 체제 경쟁을 치르며 속도전으로 도시와 공단을 만들어나갔다...

...이 책은 만주를 매개로 1960년대 한국 사회에 다가가는 하나의 독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