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략적인 연대표를 작성해 봅시다. 수백만 년 전에는 동물적 본능만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아마 유인원 수준에서 물질문화의 기초가 놓였습니다. 훨씬 더 높은 지능과 함께 초자연적인 것에 대한 감각이 생겼습니다. 그 후 악마, 조상신, 신령이 인간의 마음에 들어앉았습니다. 과학이 없었기에 우주 속 인간의 위치를 설명하기 위해 종교가 있어야 했습니다. 꿈에서 탄생한 그것의 이미지는 무속인과 성직자를 통해 문화 속에 수용되었습니다. 신은 인간을 만들었습니다. 대자연 속에 살았던 인간들인 신성한 산 위의, 머나먼 곳의 그리고 하늘의 신에게 조아렸습니다. 과거에 어떤 식으로든 인간 형상의 신들은 세상을 창조했고 곧바로 인간을 지배했습니다. 인류는 자아상이 진화하는 가운데 아이와 머슴처럼 신을 추앙했습니다. 인격적인 신을 확고하게 믿은 부족은 일심동체가 되어 강했습니다. 그들은 경쟁 부족과 그 부족의 가짜 신을 무찔렀습니다. 그들은 또한 대자연도 정복했는데, 그 과정에서 대자연의 대부분을 파괴했습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불멸의 반신반인처럼 여겼습니다. 그런 식으로 이어져 오다가 17세기에 유럽을 필두로 급진적인 대체 자아상이 등장했습니다. 예술과 철학은 스스로 신으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했고 과학은 완전히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법을 터득했습니다. 종종 <성서> 추종자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과학은 검증이 가능하고 독립적인 인간상에 기초한 대체 세계관을 차근차근 세웠습니다...

...생물학은 자연을 연구한다 중에서.

뒷표지에...어느 열렬한 관찰자의 '호모 사피엔스 동물학 보고서'...라고 적혀있다.

...이 책은 여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데, 이는 책의 주요 동력이 수집된 자료나 이론에 있기보다는 앞으로 설명할 사고방식에 있기 때문이다. 모리스는 생존과 번식에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근거로 인간의 행동양식을 설명하는 진화 생물학자처럼 생각한다. 그는 몸에 털이 없어지고 직립보행을 하게 된 기원, 여성이 느끼는 성적 쾌감과 동성애의 기원, 예술과 문화에서 놀이의 역할에 관한 의문처럼 여느 생물학자라면 해결해보고 싶은 일련의 문제를 통해 인간 종이 보여주는 특이한 사회적, 성적 습성을 제시한다. 이 모든 문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논쟁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이 책이 더욱 흥미롭게 읽히는 것은 도출된 결론보다 이런식의 사고방식 때문이다...

-50주년 기념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무엇보다 책 표지가 너무 예쁘다...

...이 책의 중심 주제는 오직 하나다. 즉, 우리가 진화론 및 생태학으로부터 인간과 자연과 '인간-자연 관계'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진화론을 통해서 우리는 '인간은 진화의 오디세이에서 다른 생물들의 동료 항해자일 뿐'이라는 것을 배우고 있다. 또한 우리와 다른 생물들과의 관계에서, 진화론이라는 '이 새로운 지식을 통해 우리는 동료 생물들과의 친족 감정, 함께 사는 삶에 대한 희구, 생명 세계의 장엄함과 영속성에 대한 경이감 등을 체득해야만 한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한편 우리는 생태학을 통해 자연은 '토양, 식물, 동물이라는 회로를 통해 흐르는 에너지가 솟아나는 샘'으로서 가장 잘 설명할 수 있으며, '에너지의 상방 이동의 속도와 특성은, 마치 수액의 상방 이동이 나무의 복합적 세포 조직에 의존하는 것처럼 동물 및 식물 공동체의 복합적 구조에 의존한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이 새로운 진화론적/생태학적 세계관으로부터 자연스레 '인류의 동료 구성원에 대한 존중, 그리고 그같은 공동체 자체에 대한 존중'을 의미하는 '토지 윤리'가 발아한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