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뒷면에 이런 글이 있다.

...'마치 살인을 고백하는 것과 같습니다.' 찰스 다윈은 자신의 진화론을 세상에 내놓을 때 이렇게 말했다. 다윈은 인간은 머리가 없고 자웅동체인 오징어 같은 생물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했다. 어떻게 부유한 신사이며 사회적 체면을 끔찍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사람이 자신의 종교와 국교회 사회를 공격할 수 있었을까?...이 책에서 한 인간의 역설을 설명할 뿐 아니라,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과학과 신학을 비롯한 수많은 측면을 조명한다...

...자신의 진화론이 사랑하는 가족에게 파탄과 사회적 추방이라는 비극을 가져올 수도 있음을 너무나도 잘 알았던 다윈은 자신의 생각을 20년 동안 비밀로 간직했다. 겉보기에는 켄트의 시골 마을에서 이상적인 향사의 삶을 살았을 것 같지만, 다윈은 '지옥 속에서 살았던' 사람이었다. 그는 수시로 오한, 구토, 격렬한 경련에 시달렸으며, 평생 헤어나지 못한 개인적 비극을 겪었다. 그러나 이 고뇌하는 진화론자는 근현대의 어떤 사상가보다 더...인간이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꾸어놓았다...

...히틀러는 세계사에서 중요한 인물이다...다만 그가 너무나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세계사적인 인물이라고 말하기가 거북할 뿐이다. 하지만 아무리 부정적인 인물이었다 해도, 그가 남긴 흔적들이 오늘 우리가 사는 세계의 바탕이 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그가 위대한 인물이어서가 아니라 그 역사적 중요성 때문에 우리는 '히틀러 현상'을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제국주의 종결'이 될 것이다...세계사 전체를 바라보면 유럽의 제국주의 국가들이 무너지면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식민지들이 해방되는 세계사적 흐름 속의...1945년은 세계의 수많은 국가들이 해방된 연도이다. 그리고 그 중심부에 독일의 패전과 히틀러의 죽음이 있다. 히틀러가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고, 이 전쟁의 통해 유럽의 국가들이 세계의 패권을 놓치면서 미국과 소련으로 주도권이 넘어갔다. 1991년 소련이 붕괴된 뒤로 미국 단독으로 세계의 패권을 쥐고 있지만 지금 그마저 위기에 몰린 듯이 보인다...

-옮긴이의 글 중에서.

...독일 민족의 구원자가 되겠다는 히틀러의 환상과 의지가 점점 더 많은 지지자를 끌어 모으는 과정이 여러 시점에서 입체적으로 재구성된다. 대중의 환호와 보수파의 방조로 독일 총리가 된 뒤 순식간에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가로 떠오르는 장면들이 숨 막히도록 생생하게 펼쳐진다. 이어 제3제국의 광기가 전쟁으로 질주하고 전쟁 속에서 극단으로 치달아 마침내 베를린의 어두운 지하 벙커에서 히틀러의 자살로 막을 내리기까지 나치 체제의 몰락 과정이 차가운 분석의 메스로 세밀하고도 총체적으로 해부된다...

...이 책은 히틀러에게 사로잡힌 독일 사회와 유럽인들의 모습을 통해 결코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히틀러 치하에서 벌어진 일은 현대 문명 자체의 산물이자 특성인가? 그런 참사의 가능성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는가? 히틀러와 그의 시대가 던진 질문은 여전히 현재형이다...
-책날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