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문제가 영국과 프랑스에 관한 것으로 보인다. 그 두 나라는 제1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이었고 결정권을 손에 쥐고 있었다. 독일이 또다시 강대국이 되기 위해 노력하리라는 것이 명명백백했고 독일의 지배가 특별히 야만적이리라는 것 또한 1938년 이후 분명해졌다. 그런데도 왜 전승국들은 독일에 대항하지 않았을까? 여러 가지 답이 있다. 소심함, 무지, 도덕적 회의, 그리고 어쩌면 독일이 힘이 세지더라도 소련을 제압해주지 않을까 하는 소망. 하지만 그 답이 무엇이든 간에 이 질문은 내게 중요하며, 이 책의 내용도 그 질문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동시에 이 책은 '왜 결국 영국과 프랑스는 독일에 대항했을까?'라는 또 다른 질문도 중요하게 다룬다...-머리말 다시 생각함 중에서 

...20세기 중반 유럽 대륙의 중앙부에서, 나치 독일과 소비에트 러시아는 약 1400만 명의 사람을 살육했다. 그 희생자들이 쓰러져간 땅, 블러드랜드는 폴란드 중부에서 러시아 서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발트 연안국들에 이른다. 스탈린주의와 국가사회주의가 세력을 굳히던 시기(1933~1938), 독소의 합동 폴란드 침공(1939~1941), 독소 전쟁(1941~1945) 동안, 사상 초유의 대학살이 이들 지역을 덮쳤다. 희생자들은 주로 ...그 땅에 살고 있던 주민들이다...대부분은 여성, 어린이, 노인이었다. 아무도 무장하지 않은 채였고, 대개 모든 재산을, 몸에 걸칠 것조차 빼앗긴 상태에서 숨을 거뒀다...

...오늘날 20세기의 대량학살이야말로 21세기에도 가장 중대한 도덕적 의미를 갖는다는 데는 널리 합의가 이뤄져 있다. 그렇다면 블러드랜드의 역사에 대해 알려진 게 없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이 연구는...그 만행이 개입된 이데올로기와 실행 계획을 따지고, 그런 만행이 벌어지게 만든 체제와 사회를 분석한다. 이것은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지도자들이 내린 명령으로 살육당한 사람들의 역사다. 희생자들의 고향 땅은 베를린과 모스크바 사이에 있었고, 그 땅은 히틀러와 스탈린이 집권한 다음 온통 피로 얼룩지고 말았다... -들어가기에 앞서 중에서.

머리말에 이런 글이 있다.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이하 소련)은 이미 역사의 장에서 사라졌다. 1917년 소련이 탄생할 때와 마찬가지로, 1991년 8월 소련이 붕괴를 앞둔 순간에도 군대는 집권 보수 정부에 반대하는 세력을 진압하길 거부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소련의 종말로 인해 냉전 기간 동안 이루어졌던 소련의 조직과 역사에 관한 집중적인 연구들이 공허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 책은 현재도 진행 중인 연구와 최근 기밀 해제된 소련 측 문헌 연구들에 바탕을 두고 독소 전쟁에 대해 재해석한 연구들을 요약한 것이다. 새롭게 추가된 자료는 주로 소련 측 자료이기 때문에, 이 책은 그간의 연구가 독일 측 시각에서 이루어진 것만큼이나 소련 측 시각을 강조하고 있다. 그 결과 , 지도부의 실책들과 전쟁의 중압 속에서의 군사적인 적응, 거대한 규모의 파괴와 시련 그리고 독일과 소련 국민 모두의 믿을 수 없는 인내심이라는 강렬한 휴먼 스토리가 나올 수 있었다. 이런 이야기의 이해야말로 역사가들이 제2차 세계 대전에 대한 그릇된 일반화를 바로잡는 데 있어 필수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