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제목(이 책의 원제 <세속의 철학자>)을 통해 나는 세상과 밀접하게 소통한, 즉 '세속의' 경제학자로서의 허시먼을 세 가지 측면에서 나타내고자 했다.
첫째, 허시먼은 독특할 정도로 세계를 아우르는 인물이었다. 그는 유럽, 미국, 남미를 넘나들며 생활하고 연구했고 전지구적인 사건들을 직접 겪고 관찰했다.
둘째, 허시먼은 세상에 대한 사상을 만들어내고자 했다. 경제, 철학, 문학, 정치 분야에서 허시먼이 제시한 통찰은 그저 상아탑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허시먼은 미국 학계가 점점 (배타적으로) 전문화되어 가는 추세를 우려했다.
셋째, 허시먼은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변화에 기여하는 학문을 하고자 했다...이론이란 역사가 실제로 전개되는 과정에서 도출되어야 한다는...허시먼도 대체로 이와 같은 태도를 견지했다...세계의 역사가 모호하고 분절적인 요인들과 '이성의 교지'가 펼치는 작동들의 산물이며, 인간은 역사의 법칙과 기제를 분완전하게밖에 파악할 수 없다고 본 헤겔의 견해는 생애 내내 허시먼의 사상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허시먼은 마르크스와 헤겔의 영향을 받았으되 이들 모두와 대비되는 독자적인 사상을 발전시켜 나갔다. 그 사상을 우리는 '실천적 관념론' 혹은 '실용적 이상주의'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실용적 이상주의자가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탐색한 책이다...-시작하기 전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