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뒷면에 이런 글이 있다.

...시작과 끝이 정해진 이야기. 하지만 여전히 미완성인 K의 운명을 따라가는 정교하고 독창적인 카프카적 상상 세계...

...어느 날 아침 요제프 K는 자신의 방에서 건장한 사내에게 느닷없이 체포된다. 정신이 번쩍 든다. 이곳은 분명 법치 국가이고 어딜 가나 평화로우며 법은 모두 잘 지켜지고 있는데, 감히 누가 집에 있는 그에게 달려든단 말인가? 그의 생일을 맞아 은행 동료들이 깜찍한 수작을 부린 게 틀림없다. 그냥 하하 웃어넘기면 그만일 것이다. 그런데 오늘따라 왜 안나는 아침 식사를 가져다주지 않는 걸까? 앞 건물의 노파는 왜 날 관찰하고 있는 걸까? 사람들에게 구경거리가 되기는 정말 싫은데. 그런데 옆방 타이피스트 그 여자는 어젯밤에 들어왔을까?...

답답하고 갑갑하고...

...독일 현대극의 선구가 된 독창적인 작품들로 시대를 앞서간 천재로 칭송받는 작가 게오르크 뷔히너. 이른 나이에 죽음을 맞은 그가 생전에 남긴 문학 작품은 단 네 편뿐이지만, 독일 문학사에 강렬한 흔적을 남겼다. 프랑스 혁명을 이끈 지도자였으나 혁명에 대한 환멸 속에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혁명가 당통의 이야기를 다룬 희곡 <당통의 죽음>. 사회적으로 소외된 하층민을 최초로 비극의 주인공으로 내세운 희곡 <보이체크>. 정략결혼을 피해 달아난 왕자가 벌이는 유쾌한 소동을 다룬 희극 <레옹스와 레나>. 광기에 시달렸던 실존 작가의 삶을 다룬 단편소설 <렌츠>등 뷔히너의 전작을 이 책 한 권에 수록했다. 뿐만 아니라 정치적 격문 <헤센 지방의 전령>, 자연 과학자로서의 면모를 보여 주는 <뇌신경에 관한 시범 강연>도 함께 실어 뷔히너의 다양한 모습을 독자들이 그려볼 수 있도록 했다...-책 뒷면 중에서.

...(절박하게)아, 당신은 잔인한 폭군이에요. 당신하고는 말을 할 수가 없어요. 당신은 모든 걸 나한테 불리하게 바꿔 놓아요. 나는 항상 잘못한 거죠. 하지만 당신도 자신이 남을 괴롭히는 폭군밖에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죠. 내가 당신이 말하는 그 시궁창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건 당신도 알잖아요. 그리고 세상에 당신하고 대령님 말고는 진정한 친구도 없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리고 두 분을 만난 후에 내가 미천한 남자와 살 수 없게 되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잖아요. 내가 할 수 있는 척하면서 나를 모욕하는 건 사악하고 잔인한 거에요...

...(도전적으로, 저항하지 않고) 비틀어 버려요. 내가 무슨 상관이야? 언젠가 나를 때릴 걸 알고 있었어요. (히긴스는 자세심을 잃었다는 것에 너무 화가 나서, 그녀에게서 떨어진다. 그러고는 너무 급하게 물러서는 바람에 오토만 의자의 자리로 다시 고꾸라진다) 아하! 이제 당신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알았어요. 그걸 전에 생각하지 못했다니 나도 바보였지. 당신은 나한테 준 지식을 도로 빼앗아 갈 수 없어요....이제 나는 (손가락을 튕기면서) 당신의 협박이나 큰소리 따위는 상관하지 않아요...손가락만 까닥하면 당신이랑 동등해질 수 있는데 당신 발밑에서 기어다니며, 짓밟히고, 욕먹은 걸 생각하면 나 자신을 발로 차고 싶어요...

...그래요. 이제 내가 당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당신없이도 해낼 수 있으니까 당신은 태도를 바꿔 나와 화해하려 하는군요...

...당신이 나 없이 어떻게 해나갈지 상상이 안 되네요.(당당하게 나간다)...-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