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니뭐니해도 <검은 고양이>가 제일 먼저 떠오는다. 어렸을 적에는 굉장히 무서웠었는데, 시간이 한참 흘러서 다시 읽어보니 별로 무섭지 않았다. 왜일까... 여기저기에서 일어나는 별별 일들을 접했기 때문일까...

총 14편의 단편이 실렸고, 14번째 작품이 <깡충 개구리, 혹은 사슬에 묶인 여덟 마리의 오랑우탄>이다. 깡충개구리는 난장이 절음발이 광대의 호칭, 사슬에 묶인 여덟 마리의 오랑우탄은 가면무도회에서 변장한 살집이 좋고 기름기 잘잘 흐르는 왕과 7명의 대신들. 이 이야기의 배경인 시대에는 어릿광대가 궁정의 유행에서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었고, 익살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상하게 살이 찌고 기름기가 흐르는 듯하다는 것. 그리고 광대의 복수...

뒤의 작품해설에서는 복수의 미명하에 아무런 양심의 꺼리낌 없이 감쪽같이 완전범죄를 저지르는 소위 사이코패스에 대한 탁월한 탐구...라고 쓰여있는데... 음...

이 책에는 10개의 단편이 실려있다. 왜인지 소심한 날 보는 것 같아서 기억에 남았던 작품이 <관리의 죽음>.

... 공연을 보다가 재채기를 했는데, 하필 앞자리에 앉아 있던 노인에게 침이 튀었다. 그런데 그 노인이 옆부서의 높은 사람... 바로 사과를 했지만... 조금 찜찜해서 휴식시간에 다시 찾아뵙고 사과하고, 아 뭔가 전달이 잘 되지 않은것같다는 생각에 다음날 다시 사무실로 찾아뵙고 또 사과하려 시도하고...그게 오히려 더 역정하게 만들어서 꺼지란 소리를 듣고 ...집으로 돌아와서 옷도 벗지 않고 소파에 눕는다... 그리고...죽었다...

으아... 뒤의 작품해설에 보니... 아주 사소한 사건이 주인공의 어리석음 때문에 점점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메커니즘은 체호프의 유머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데, 그중에서도 이 작품은 그 희극성과 절묘한 템포에 있어서 백미라 할 수 있다... 아~ 유머, 희극성이라고 하는구나!

 

제목의 홍루(紅樓)는 젊고 아름다은 여성들이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고 있는 화려하고 거대한 저택을 가리키고, 몽(夢)-꿈은 다가오는 희망의 꿈이 아니라 거품처럼 사라져가는 아쉬운 청춘의 꿈이라고...규중세계는 꿈같이 아름답지만 결국 애절한 사연의 슬픔만 남기고 허망한 꿈으로 무너지고 마는 곳이라고...

이 책에서는 당대 청나라 사회의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었던 과거제도와 기혼여성의 혼절문제뿐만 아니라 당시 사회의 도덕적 해이와 허위적이고 기만적인 풍조를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래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절실하며 심각한 문제는 바로 인생의 문제이고 사랑과 혼인의 문제이며 여성에 관한 문제인듯... 스러지는 청춘은 안타깝고 아름다운 이상과 사랑은 허망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