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의 작가 미하일 레르몬토프는 한 장교와의 사소한 일로 다투다가 결투까지 벌이게 되고, 결국 총에 맞아 스물일곱의 나이에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이 사람이 나이가 더 들고 계속 글을 썼다면, 어떤 작품이 나왔을지 궁금하다.

...들어보세요...나는 불행한 성격을 지녔어요. 교육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하느님이 나를 원래 이렇게 만들었는지는 나도 모르겠군요. 다만 내가 아는 것은 내가 다른 사람들의 불행의 원인이라면, 나도 그들 못지않게 불행하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그래본들 그들에겐 별로 위안이 되지 않겠지만, 그냥 그렇다는 겁니다. 젊은이 막 피어나던 시절, 가족의 보호에서 벗어난 순간부터 나는 돈으로 살 수 있는 모든 만족에 미친 듯이 탐닉하게 되었고, 물론 그런 만족은 곧 넌덜머리가 났습니다. 그다음에는 사교계에 뛰어들었지만 그 사회도 역시 곧장 싫증이 났습니다...독서를 하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지만 학문도 역시나 싫증이 났습니다..그러자 권태로워지더군요...곧 나는 캅카스로 전속되었습니다...나는 체첸의 총알 밑에는 권태가 살지 않기를 바랐지만, 부질없는 희망이었습니다...내가 바보인지 악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나도, 아니, 어쩌면 그녀보다 내가 더 많이 동정을 받아야 될 거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나의 영혼은 사교계때문에 망가졌고 상상력은 불안하고 마음은 포만감을 모른답니다. 나는 늘 뭐가 부족합니다. 쾌락처럼 슬픔에도 너무 빨리 익숙해져서, 나의 삶은 나날이 더 황량해지고 있습니다.

...그 소도시에는 벙어리 두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늘 같이 있었고 아침이면 일찍 집을 나와 팔짱을 끼고 일터로 걸어갔다. 두 친구는 서로 매우 달랐다. 언제나 앞장서는 이는 꿈꾸는 듯한 표정의 뚱뚱한 그리스인이었다....또 다른 벙어리 한 명은 키가 컸다. 두 눈은 예민하고 지적이었고, 항상 빈틈없이 단정하고 차분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두 벙어리들은 외롭지 않았다. 집에서 먹고 마시며 만족했고, 싱어는 두 손으로 열심히 마음속의 모든 것을 친구에게 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리스인이 병이 났다...싱어가 정성껏 간호했으므로 안토나풀로스는 일주일 후에 출근할 수 있었다...안토나풀로스는 아프지 안않지만 변했다...그의 사촌을 200마일 떨어진 주립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조치를 취했다고 써 있었다...친구가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왔다...안토나풀로스가 살았던 방을 견딜 수 없어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허름한 하숙집에 세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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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는 병원에 도착해서 친구가 있던 병동으로 갔다. 그러나 병실 입구에서 그가 없다는 것을 곧 알았다. 복도를 지나 전에 갔던 사무실에 찾아갔다...젊은이는 고개를 흔들었다. 책상 위로 몸을 굽히고 종이에 뭐라고 적었다...종이엔 안토나풀로스가 죽었다고 적혀있었다...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휴식을 취한 뒤 아이스커피 한 잔을 마시고 담배 한 대를 피웠다. 그다음 재떨이와 유리컵을 씻고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 가슴에 총을 쏘았다.

예전에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를 읽을 때가 생각난다. 양진영에 속한 비슷비슷한 명칭의 조직들이 쏟아져나와서 도대체 누구와 누가 뭘하는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스페인 내전은 자주 우파와 좌파의 충돌로 묘사돼 왔다. 그러나 그런 설명은 지나치게 단순하며 자주 오해를 불러일으키곤 한다. 좌우의 충돌 말고도 이 전쟁에서는 두 개의 갈등 축이 더 나타나는데, 하나는 국가의 중앙집권과 지역적 독립 간의 갈등이고, 다른 하나는 권위주의와 개인의 자유 간의 갈등이다. 우파 국민 진영은 소수 예외를 제외하고는 결속력이 강한 세 가지 극단적 경향-모두 우익이었고, 중앙집권적이었으며, 권위주의적이었다-이 한데 결합했기 때문에 공화 진영에 비해 훨씬 통일성이 있었다. 반면에 공화 정부는 중앙집권주의자, 공산주의자로 대표되는 권위주의자들이 지역주의자, 자유주의자들과 어지럽게 한데 뒤섞여서 공존이 불가능하고, 서로가 서로를 위심하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있는 혼란의 도가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