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서문에 이런 글이 실려있다.

...서양에서는 [한밤의 아이들]을 환상문학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인도 사람들은 이 책이 역사책에 가까울 만큼 사실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해설에는 이런 글이 있다.

...루슈디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고자 할 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마술적 사실주의'이다. 이 자기모순적인 용어는 작품 속에서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되 상식적 인과율을 벗어난 환상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문학적 경향을 가리킨다.

...루슈디의 소설 속에서 환상적 요소는 게임의 규칙처럼 이미 주어진 기정사실이다. 대낮에 유령이 나타나도 등장인물들은 아무도 신기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현실에 더 놀랄 뿐이다. 그러므로 독자는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개연성도 가능성도 없는 주장을 받아들여야 한다.

...루슈디의 작품 세계를 한다마디로 요약한다면 '사이의 문학'이 아닐까 싶다. 동양과 서양 사이, 신비주의와 합리주의 사이, 역사와 개인 사이, 환상과 현실 사이. 그리고 마술과 사실주의 사이의 어딘가에-아니, 심장부에!-루슈디가 있고 그의 문학이 있다.

 

작가 서문에 이런 글이 있다.

...살림 시나이를 떠올렸다. 인도가 독립하는 순간, 즉 자정에 태어난 그를 새 작품의 심장부에 배치하면서 나는 그의 탄생의 시각 때문에 작품 규모를 엄청나게 확대할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어차피 살림 시나이와 인도를 짝지어야 한다면 이들 쌍둥이의 사연을 모두 이야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언제나 존재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살림이 나에게 인도 현대사 전체가 결국 자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쌍둥이 형제의 삶, 즉 조국 인도의 역사가 모두 자기 탓이라는 주장이었다. 이 건방진 주장으로 소설의 분위기가 정해지고 말았다. 우스꽝스러울 만큼 독단적이고 어마어마하게 수다스럽지만 화자의 과대망상증이 비극으로 치달으면서 차츰 비애감이 감도는 분위기 말이다. 나는 이 소년과 국가를 아예 일란성 쌍둥이로 만들어버렸다. 가학적인 지리 선생 에밀 자갈로가 아이들에게 '인문지리학'을 가르친답시고 살림의 코를 데칸 반도에 비유하는 그 농담의 잔인성은 자갈로의 일면인 동시에 나의 일면이기도 하다.

...입의 행복보다 머리의 행복에 대해서는 말하기가 더 쉽다. 입의 행복은 혼자 있고 싶어하고 말이 없으며 몸속에서 자란다. 그러나 머리의 행복은 어울리기 좋아하고 타인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방황하는 행복이며 질질 끌리는 행복이다. 감당하기 힘들 만큼 오래 지속된다.

...수용소를 나온 지 육십 년이 지나도 음식을 먹을 때면 너무나 흥분된다. 나는 온몸의 구멍을 모두 열어젖히고 먹는다. 다른 사람들과 함게 먹는 것은 불편하다. 먹을 때 나는 독재자다. 입의 행복을 모르는 그들은 대화를 나누며 예의를 차리며 먹는다. 그러나 먹을 때 내 머릿속에는 여기 앉아 있는 우리처럼 누구에게나 언젠가는 찾아올 한방울의 넘치는 행복이 스쳐간다. 머릿속의 새둥지, 숨결 속의 그네, 가슴속의 펌프, 배 속의 대기실을 내주어야 할 그 순간. 먹는 게 너무 좋아서 죽고 싶지 않다. 죽으면 먹을 수 없으니까. 나는 지난 육십 년 동안 나의 귀향이 수용소의 행복을 누그려뜨리지 못했음을 안다. 수용소의 행복은 그의 배고픈 입으로 오늘도 내 모든 감정의 한복판을 베어 문다. 내 한가운데는 텅 비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