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창조된 인물, 새로운 캐릭터 라는 것이 커다란 가치를 갖는가 보다. 그럴 때마다 많이 이야기하는 선이라던가 악이라던가, 도덕적이라던가 비도덕적이라던가, 죄라던가 벌이라는 개념이 이상하게 여겨진다.

...그녀는 가로등 옆에 서 있었으며 나를 보지는 못했다...'저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10분 정도 흘렀다. 그녀는 행인들을 바라보며 여전히 서 있었다. 마침내 잘 차려입은 노인 한 명이 지나갔다. 넬리는 그에게 다가갔다. 그 사람은 멈추지도 않고 주머니에서 무언가 꺼내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그녀는 그에게 인사를 했다...그녀는 필요해서 구걸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버림받은 것도 아니었고, 누군가에 의해 운명의 전횡에 내맡겨진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잔인한 박해자로부터 도망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 주던 사람들로부터 뛰쳐나온 것이다...그렇다, 노인이 옳았다. 그녀는 모욕을 당했고, 그녀의 상처는 아물 길이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고의로 이 비밀스러운 행동을 통해, 우리 모두에 대한 불신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자극하려 애쓰고 있었다...이것은 모욕당하고 경멸당한 많은 사람들의, 운명에 의해 억눌리고 운명의 부당함을 인식한 뭇 사람들의 향략이었다.

[상처받은 사람들]의 원제는 [멸시당하고 모욕당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책 뒤편에 실려 있는 작품 평론에 이렇게 적혀 있다.

...[상처받은 사람들]을 아주 개괄적으로 살펴볼 때, 자존심 강한 아버지와 방탕한 딸이라는 두 인물의 역사가 대비를 이루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소설의 구성은 비교, 대조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교만에 대한 겸손의 우월성 보여주기>라는 도덕적 과제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소설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1860년대 초기의 어려운 문제였던 <여성의 사랑할 권리>이다. 도스또예프스끼는 이 권리를 인정함과 동시에, 실질적으로는 어려운 일임을 나타내 보이고 있다...

교만에 대한 우월성 보여주기. 여성의 사랑할 권리,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어려운 일...

책날개에 재미있는 글이 실려있다.

...뿌가초프 반란을 소재로 하고 있는 이 역사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전편을 흐르는 가볍고 희극적인 어조이다. [대위의 딸]이라는 제목 자체가 뿌쉬낀의 태도를 잘 보여 주는데 여기서 그는 역사의 대사건을 가정 소설과 연애 소설로 바꾸어 조망하고 있다. 주인공과 약혼녀(대위의 딸) 집안의 평범한 삶, 주인공와 뿌가초프의 우연한 만남과 작은 선의의 교환이 소설의 중심축을 이루며, 피비린내 나는 반란과 그 진압은 외부적인 에피소드로서 오히려 사소하게 처리되고 있다. 이것은 두 가지를 느끼게 한다. 하나는 뿌쉬낀이 역사와 개인의 운명을 혼동하지 않았다는 것이요, 또 하나는 러시아 전제 군주에게 반란자보다 우월한 역사적 지위를 부여할 생각이 전혀 없었던 그의 냉정한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