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적 빈곤에 관한 짤막한 고찰>이라는 역자의 짤막한 글이 실려 있다.

...제부쉬낀과 바르바라 간의 좁혀질 수 없는 거리는 독서뿐 아니라 글쓰기에서도 명백하게 드러난다. 우선 두 사람의 편지를 비교해 보면 바르바라의 편지가 제부쉬낀의 편지보다 짧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제부쉬낀은 바르바라에게 <좀 상세하게> 답장을 보내달라고 애원하지만 바르바라의 답장은 언제나 절제와 간결함을 잃지 않는다. 심리적 차원에서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단 한 가지, 즉 제부쉬낀의 열렬한 애정과는 달리 바르바라의 감정은 상대방의 호의에 대한 의례적인 답례라는 사실이다...두 사람의 문체론적 차이는 감정의 차이와 나란히 양자의 비극적인 결별을 예고해 주는 셈이다. 바르바라가 제부쉬낀을 배우자로 선택하지 않는 것은 나이나 물리적인 빈곤 못잖게 제부쉬낀을 비참하게 만들어 주는 문학적 빈곤 때문인 것이다.

...도스또예프스끼는...미학과 존재론의 상관성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한 인간의 존재를 결정짓는 것은 그가 읽는 책, 그가 쓰는 글이라는...

생각, 사고, 사색을 하라고 몰아붙여지는 듯한...

이 책에는 실려 있는 작품 중 헨리 4세.

역자 서문에 ...그의 모든 극작품들이 보이는 일관된 목표는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글이 있다.

...이 사극을 가장 독특하게 만드는 인물 폴스태프...폴스태프의 삶은 '오래 묵은 백포도주나 마시고 저녁 식사 뒤에는 단추나 풀어헤치고 정오가 지나면 긴의자에서 잠이나 자'는 일과...도둑질하는 일로 채워져 있다. 한마디로 먹고 마시고 즐기는 무위도식의 극치이다. 그는 약간의 불법으로 부러울 것 없이 편한 생활을 꾸려가고 있는 셈이다.

...핼 왕자는...폴스태프 일당과 도둑질을 같이 하는데 일단 동의한다... 핼의 본심은 이쪽을 즐기다 때가 오면 저쪽으로 갈 것이고, 그때는 이쪽의 경험을 자기를 더욱 돋보이게 해 줄 도구로 쓰겠다는 것이다. 이는 한편으로 약삭빠른 계산이라 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모두를 다스려야 하는 왕좌를 물려받은 왕세자로서 바람직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자리 혹은 위치. 본성. 최고 덕목...

이 책에는 4개의 작품이 실려 있다.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그 중에서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의 핵심 주제는 사랑이다. 안토니는 정치적인 필요에 의해, 그리고 권력욕, 명예욕, 책임감 때문에 잠시 로마로 돌아가 옥타비아와 결혼하지만 그의 마음은 한 번도 이집트와 클레오파트라를 완전히 떠난 적이 없다. 그리고 자신의 사랑에 충실하다가 악티움 해전에서 패하고 결국 자결로 생을 마감한다...

실제 각각의 마음이 어땠을지는 모르겠다.  ...한 이집트 여인의 요술에 홀려 위대한 로마에 대한 책임을 져버리고 제국의 절반을 호령했던 지위에서 패전하고 자결하는 한갓 군인의 위치로 전락한다고... 그래도 안토니로 하여금 클레오파트라의 품에서 죽게 만들어서 그녀를 부르며 그녀를 뒤쫒아가는 그의 죽음이 아무런 반향 없는 공허한 외침이 되지 않게 해 준 셰익스피어에게 감사하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