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파크도서 북&

[북&다이어리] 북앤기자단 6기가 소개하는 ‘내 인생의 책’

북앤기자단 6기가 지난 12월 31일부로 6개월간의 임기를 마쳤다. 인터파크도서 독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객원기자로서, 인터파크도서 민간홍보대사로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던 그들이 이제 오롯이 독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기자’라는 직책이 조금은 높게 느껴져 처음에는 오르기 꺼려하던 30명의 기자들은 이제 ‘좋은 책을 읽고, 멋진 작가를 만나고 또 그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일’을 뒷산 산책하는 만큼이나 먼저 즐길 수 있게 된 모습이다.

↑ 북앤 기자단 6기 활동 모습

살다 보면 뜻밖의 행운이 찾아올 때가 있다. 행운은 우리 곁에 잠시 머무르다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행운을 오래 머물게 하는 방법은 ‘뜻 밖’의 행운을 잘 가꾸어진 자신의 ‘뜻 안’으로 끌어들이는 일이라고 한다. 때로는 북앤을 세심하게 돌보고 늘 따뜻하고 진실하게 책을 마주하던 그들의 ‘뜻 안’으로 기자단이라는 행운이 머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제 또 다른 곳에서 멋진 발걸음을 내디딜 그들의 진실한 마음이 어디에서나 빛을 발하길 바라본다. 떠나 보내는 슬픔을 뒤로 하고 그들이 전하는 마지막 이야기를 들어보자. 북앤과 함께 했던 6개월간의 소감과 그들이 밝히는 ‘내 인생의 책’을 통해 6개월 간의 추억의 페이지의 마지막을 장식해본다.

그리스 비극 ㅣ 임철규

인간이 갖고 있는 것은 다양하다. 동정과 연민, 사랑 혹은 질투, 시기, 자만, 살인 등 온갖 것을 동시에 갖고 있다. 올 한해 많은 전쟁과 우리 간의 싸움, 왕따나 경제적 문제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좌절했다. 어떨 땐 이런 인간의 존재가 축복이 아니라 저주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것이 저주가 아니게끔 하는 것은 우리가 아픈 사람들을 공감하고 기억하고 애도하기 때문이다. 그런 일은 기원전 4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책은 그리스 시대의 비극을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인간이 인간이게끔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알려준다. 예전의 슬픔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지만 모두 슬픔에 빠져 죽지 않은 것은 우리가 그것을 극복할 줄 아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좀머씨 이야기 ㅣ 파트리크 쥐스킨트

생각해보면 소통이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만남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순간, 순간마다의 스쳐 지남이 늘어갈수록 손 닿을 수 없었던 아쉬움은 얼마나 커져만 갔던가. 차라리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지 않기로 정해진 것이라면 세상은 더 쉽고 간단하게 나누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그 텅 빈 공간은 절대로 메워질 수가 없을 것이다. <좀머씨 이야기>는 때마다 다른 빛깔을 보여주는 신비로운 보석 같은 이야기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 그것은 바로 소통의 이야기다. 누군가가 우스갯소리로 던진 말이 기억에 남는다. 부촌에서 길을 물으면 유독 더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던가. 나는 그 말이 어깨 위의 무게가 늘어갈 수록, 사람은 갇히고 소통은 어려워진다는 뜻처럼 들렸다. ’좀머 씨’는 그 인생의 무게가 유난히 두터운 사람이자 ‘절대로 소통할 수 없는’ 상징과도 같은 사람이다. 그에게 주어진 커다란 삶의 굴레는 누구도 그를 이해할 수 없도록 만드는 원인이 된다. 사람을 이해하려 하지 않으면 다가설 수 없고, 다가서지 못하면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 그의 외로운 최후는 나에게나 주인공에게나 그만큼 강렬한 성장 통으로 남았다.

새는 ㅣ 박현욱

내 인생의 책으로 박현욱 작가의 <새는>을 뽑고 싶다. 실은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과 같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왔다. 소심하지만 가슴속에 사랑을 품고, 그 사랑을 위해 전력 질주하는 모습이 너무나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아직도 이 책을 읽을 때면 가슴이 콩닥거려서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지고 싶어진다. 남들보다 느리지만 아주 조금씩 멋있어지는 제 자신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본다.

일상생활의 혁명 ㅣ 라울 마네겜

 고민 끝에 내가 선정한 책은 라울 바네겜의 <일상생활의 혁명>이다. 1967년에 초판 된 이 책의 원제는 ‘Traite de savoir-vivre a l’usage des jeunes generations’, 우리말로는 ‘젊은 세대를 위한 삶의 지침서’이다. 기 드보르의 <스펙타클의 사회>와 함께, 1968년 유럽 전역의 학생들에게 바이블이 되었던 이 책을 처음 읽게 된 것은 딱, 내 나이 23살의 어느 봄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지 그리 긴 시간이 흐른 것은 아니었지만, 그 동안 대내외적으로 여러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많이 움츠리고, 좌절하고, 주춤하던 상황 상황들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 시간마다 나는 왜 이 책을 다시 떠올리지 않았었나, 후회하게 된다. 바네겜이 이 책을 통해 열변한 것은 일상생활의 소외, 그리고 노동자-학생들의 혁명적인 창발성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4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 속에 담겨있는 구절구절들은 어떤 붉은 사상서의 것이라고 하기보다는, 자발성과 권태 없는 즐거움에 관한 끝나지 않는 산문시였다.

숨그네 ㅣ 헤르타 뮐러

아직까지 가장 기억에, 그리고 가슴에 남아있는 책으로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를 꼽고 싶다. 서점에서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아서 그 문체가 마음에 들어 바로 구입해서 본 책이다. 전쟁과 수용소라는 소재와 중심배경이 지니고 있으며 지적하는 지점 또한 이 책에서 눈 여겨 볼 점이지만, 일상적이지 않은 말로 몸담고 있는 세계, 혹은 의식이 감각하는 세계를 그려내는 헤르타 뮐러와의 조우는 말이 빚어내는 아름다움과 힘에 대해 다시 한 번 느끼고 생각하게 해 주었다.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사회에서 공통적인 의사소통 도구이자 약속으로서의 말이 생기기 전, 개인이 가지는 말은 언어로서의 가치가 있을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하는 물음에 어느 정도 긍정이 되는 대답을 받은 느낌이었다. ‘언어로 된 예술품’이라는 찬사를 듣고 있는 헤르타 뮐러를 만나봄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 내면의 언어를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찾게 되었으면 좋겠다.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ㅣ 앤디 앤드루스

 
꿈이 없었던 중학생 시절, 우연히 방학 과제로 읽게 되었던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최악의 상황에서 인생을 포기하려던 폰더 씨는 인생을 바꾸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고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던 내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폰더 씨와의 만남은 나를 돌이켜보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 주었다. 불안한 미래에 잠 못 드는 보통의 나날들에 폰더 씨는 따뜻한 이야기로 우리의 인생을 응원해 준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순간들에 회의를 느끼고 정신이 아득해질 때면 다시 이 책을 꺼내서 읽는다. 그럴 때마다 이 책은 망망대해에서 허우적거리던 나를 일으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테메레르 ㅣ 나오미 노빅

 상상과 현실의 조화는 쉬운 듯 보이면서도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현실 세계에 허구의 존재가 아무런 거슬림 없이 스며들도록 만드는 작가의 능력은 실로 감탄스럽다. 소설 <테메레르>를 읽고 있으면 마치 전투의 한복판에 내가 놓여있는 것만 같고 용들의 우리 속에 들어가 있는 것만 같다. 첫 페이지를 펴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끊어지지 않는 긴장감은 절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거대한 스케일의 시공간을 이끄는 작가의 긴 호흡이 실로 부러울 따름이다. 책을 읽기 시작한 어느샌가부터 ‘이 책은 이렇게 진행되겠지’, ‘저 이야기는 이렇게 끝날 거야’라고 단정지으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테메레르’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매 권이 흥미로웠다. 책 한 권이 끝날 때마다 ‘다음 권엔 어떤 이야기가 진행될까?’, ‘빨리 다음 권이 나왔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곤 했다. 지금 나의 마음을 뛰게 만드는 단 하나의 책, 바로 <테메레르>이다.

어린 왕자 ㅣ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10살 때, <어린 왕자>를 처음 접했다. 다섯 페이지 정도 읽다가 그만뒀던 것 같다. ‘도대체 왕자라는 제목이랑 보아뱀이 무슨 상관이지?’하면서. 그 이후로 주변에서 명작이라고 칭송해도 나에게 <어린 왕자>란 이상한 책이었다. 그러다 15살 때 어머니께 <어린 왕자>를 선물로 받았다. 선뜻 읽지 못하고, 묵혀두다가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망설이다가 읽은 <어린 왕자>는 예전과 달랐다. 5년 전엔 번데기처럼 딱딱하게 굳어있었던 글들이 나비가 되어 살아 움직였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기에, 그 이후로 어린 왕자는 내 머리 속에서 쉽사리 떠나지 않는 책이 되었다. 대학교 1학년 때 다시 이 책을 읽었다. 예상치도 못한 구절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했고, 이미 다 이해했다고 생각했었던 구절에서 다른 것을 찾아냈다. 나에게 있어서 <어린 왕자>는 애매모호한 ‘명작’이라는 의미를 완벽하게 이해하게 해준 책이다. 사실 명작이라는 단어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찾을 수 있어서, 진정으로 알기도 전에 우리는 그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인다. 그렇기에 어떤 책이 명작이라고 가슴으로 느끼는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어떤 지식이나 상식을 몸으로 깨닫기 보단 머리로 외워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한 우리들에게는.

위저드 베이커리 ㅣ 구병모

난 빵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 책이 더 맘에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사소한 선택이 큰 불행을 가져왔다. 지금 당장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시간을 되돌리거나, 지금 이대로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한다. 내 앞에 놓인 이 두 가지 선택 가운데 어떤 것을 택하더라도, 나는 내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구병모 작가의 <위저드 베이커리>가 나에게 준 가장 큰 교훈이다. 이 책은 30년째 이 지옥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또한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성장통을 겪고 있는 나에게 꽤나 유혹적인 이야기였다. 이 작품에 담긴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에 놀랐다. 흡입력이 있었고, 간결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문체가 돋보였다. 또한 잘 달궈진 설탕 냄새처럼 매력적인 소재와 판타지가 가미된 이야기들이 신비로웠다. 소설의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땐 몽마의 습격을 받을지언정, 다시 그 꿈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아이러니한 생각을 했다.

이방인 ㅣ 알베르 카뮈

책을 다독할 수록 집어내기 어려워지는 것 같다. 일독하는 동안 미사여구에 취해 책과 내가 이루어내는 조화의 본질을 가려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시간이 지나서야 어떤 책이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책이었는지 문득 상기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은, 도처에 널려있어 언제든 가까이에서 잡을 수 있지만 나로서는 가장 갖기 어렵고 흔치 않은 행운들 중의 하나다. 카뮈의 <이방인>은 그런 행운을 맛보게 해준 하나의 매개체이며 나에게 반성과 공감을 동시에 이끌어낸 작품이다. 사회통념과 규율이 자신을 대변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자신의 유별남에 대해서는 관대하며 남들의 유별남은 예측불허 하다는 이유로 용납하지 못한다. 그 유별남의 기준이 무엇인지도 잘 모른다. 단지 연상되는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과 일치하지 않는 기준을 남에게는 열심히 기대한다. 지나치지 않는 분별력을 가지고, 조금만이라도 깊어지는 경계를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남과 나를 동일한 지평에서 바라보며 공동체 속에서 조화를, 동시에 이면에 개인만이 고유한 공간을 꾸리며 사랑스러운 삶을 영위하는 게 어떨지, 남과 함께 읽으며 고심해보고 싶다.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ㅣ 고미숙

사랑... 참 어려운 주제다. 우리는 사랑을 하고 싶어 한다. 혹자는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사랑하지 않는다면 인생의 의미가 없다고 단정 짓기까지 한다. 하지만 정작 사랑이라는 것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나 역시 그랬다. 서로 좋아해서 만나고 싫으면 헤어지는 것이 사랑인줄 알았다. 그??한 명제를 향한 방황이 시작되었다. 그러던 중 만난 고미숙 작가의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는 사랑에 대한 나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은 책이다. "사랑은 대상이 아니라 나 자신의 문제다.  어떤 대상, 나의 반쪽을 만나느냐가 아니라, 내 안에 잠재하고 있던 욕망이 표면으로 솟구칠 때 사랑이라는 사건이 일어난다"라고 사랑을 타인이 아닌 자신의 문제로 돌린다. 나를 알기 위해서 우리는 공부를 해야 하고, 사랑은 또 다른 발전을 위한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이렇듯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 세상을 사랑하기 위해 나 스스로 준비하고,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깨달음이 나를 변화시켰고, 계속해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공부하게 만들었다. 아직도 사랑에 대해서 잘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하나는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만큼 남들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이 두려운 누군가가 있다면 자신 있게 이 책을 권해 본다.

드림셀러 ㅣ 아우수스토 쿠리

너무 좋아하는 박항률 화백이 삽화를 그려 넣었다는 말에 꺼내들었던 책 <드림셀러>. 꿈을 파는 사람들?  한 장, 한 장 읽어 내려갔다. 혼란스러웠다. 숨 고르기 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다양한 주제를 마구 던진다. 그냥 던진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그것도 평소에 고민해본 적도 없는, 가장 본질적이면서도 쉽지 않은 주제들을 생각하게 한다.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기분 좋은 혼란스러움이 머리를, 가슴을 채우기 시작했다. 다시 책장을 열었다. 이번엔 조금 천천히, 나에게 질문하며 읽기 시작했다. 하찮고 작아 보일지 모르지만, 용감하고 소신 있는 제비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작은 날개지만, 적어도 날고 있는, 움직이며 누군가를 보듬을 수 있는 따뜻한 제비. 또 다시 책장을 열었다. 이번엔 혼자가 아닌 함께였다. 제비가 되는 삶도 나쁘지 않다며 웃을 수 있었다. 사실 나빴다. 세상의 행복을 내가 모두 빼앗아버린 것처럼, 말도 안 될 만큼 행복했으니까 ^^ 삶에 철학이 빠지면 껍데기만 남을 뿐이다. 진정한 인간으로 거듭나지 못하면, 인간이 아름다운 여명 속에 장엄하게 떠올랐다 노을 속으로 사라지는 햇살과 같은 존재임을 결코 이해할 수 없다. 숨 가쁜 일상으로 지친 영혼에게는 쉼표 하나를, 삶의 무게로 힘들어하는 영혼에게는 작은 위로를, 권태에 젖어 무기력한 영혼에게는 신선한 활력을, 이별로 상처받은 영혼에게는 따뜻한 사랑의 기억을, "나는 꿈을 파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