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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들렀을 때, 기분이 유난히 하늘에 닿을 때가 있다. 이틀 전에 그랬다. 마지막에 길을 돌아 나오려는데, 입구쪽에 있는 문학코너에서 외국소설 부문에 기욤뮈소의 낯선 책 한 권이 들어왔다. 이 책, 역시 영화같다. 유난히 책읽는 속도가 빠르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때문인지 아직도 결론을 내릴 수 없다. 기욤 뮈소의 문체 때문인지 번역가의 능력 덕분인지, 책표지에서 묻어나오는 영화적 이미지인지.
가브리엘과 마르탱 사이의 만남과 헤어짐은 이전의 그의 소설들인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사랑하기 때문에", "구해줘",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 든다. 글의 구성방식이 조금 변형된 듯한 느낌이 들고, 프랑스와 미국간의 거리가 가깝다면 가깝고 멀면 멀다고 볼 수 있지만, 유난히 그의 소설을 읽는 시간만큼은 그 상대적 거리가 고무줄처럼 탄력적으로 느껴진다. 주인공들의 상황과 마음의 상태에 따라 이동하기 때문이리라.
기욤 뮈소의 소설은 영화같다. 아니, 영화다. 아쉬움이 있는 결말이 있기도 하고, 누구나 행복하게 하는 해피엔딩이면서도 여운이 남기도 하는...그래서, 2탄을 기대하게 할 때도 있다. 이 책은 한 마디의 말로 시작한다
. "모두들 경험해보았으리라. 가끔씩 우리를 찾아와 서서히 파괴하고 잠을 설치게 하고 철저히 망가진 채 새벽을 맞게 하는 이 고독을. 그것을 첫 등교 날의 슬픔. 그것은 학교 운동장에서 더 예쁜 아이와 입맞춤하는 그 애를 바라보는 것. 그것은 사랑이 끝난 후의 오를리 공항, 혹은 서부역. 그것은 우리 사이에 절대로 태어나지 않을 아기. 가끔씩 그건 나, 가끔씩 그건 당신. 하지만 때론 한 번의 만남으로 충분할 것을......(p.9)"
처음 시작부분이 좀 서늘했지만, 이것만으로 대강의 결말을 그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읽으면서 처음부분을 망각했다. 아마도 기욤 뮈소의 글에 대한 몰입때문이겠지만.
가브리엘의 존재에 영향을 미친 첫사랑과 아버지. 경찰과 도둑. 이 두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그녀에게 다시 나타나면서 하나의 선택을 하게 한다. 처음에 읽으면서 1995년이라는 시간속에 가브리엘과 마르탱의 추억속에 독자를 끌어들이고는 가브리엘의 선택에 지지 혹은 재고의 여지를 보내게 한다. 그러나, 그것은 일방적인 결론으로 끌어내는 것은 아니다. 기욤 뮈소의 소설에서 보이는 "선택(choice)"은 사지선다형이나 오지선다형에서 볼 수 있는 복잡함 속의 멋이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답은 없되 자신의 선택에 대한 결과는 온전히 자신이 지니게 하는 것으로 상처(scar)가 될 수 있는 인생을 짐(burden)으로 가볍게 해 주고, 좀 더 밝은 인생의 측면을 보게 하는 멋이 있다.
기욤 뮈소의 글은 영화 같아서, 프랑스 문학을 풍자나 역설의 미학으로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 책,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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