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동생인 테오와 그외 지인들과 오고간 편지를 모은것 뿐인 이 책이,
그 편지를 모은것에 그의 그림들을 넣었을 뿐인 이 책을 읽고
그에게 감사를 보낸다.

내가 갖고 있던 천재에 대한 편견과 그에대한 오해를 없앨 수 있도록 해 주어서.

우리집엔 그러니까 엄마가 살아 계실때 우리집에 고흐의 복사본 그림이 있었다.
거의 100호에 가까운 종이로 된 복사본을 엄마는 어디서 구하셨는지
엄청 귀하게 여기시며 액자까지 하셔서 거실벽에 걸으셨다.

"은호야. 노란색이랑 저 보랏빛의 붓꽃이 넘 예쁘지 않니?"

난 그때 아이리스의 우리말이 붓꽃이란걸 처음 알았고,
엄마로 인해 알게된 두번째의 화가가 고흐였다.


Irises, 1889. Oil om canvas, 71 x 93 Cm. Getty Museum, Mailbu, California
출처 : http://www.vangoghgallery.com


그 후에,그의 그림을
진품을 처음 본 것은 1996년 오르세이 미술관 에서였다.
하지만 난 그때 정신이 없었다.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툴루스 로트렉의 그림을 찾아야만 했으므로.
로트렉의 그림을 찾기위해 난 그 미술관을 그냥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그러면서 난 많은 그림들을 그냥 지나쳤다.

르느와르나 모네나 고흐의 그림들을.
고흐의 자화상에 잠깐 발이 멈추기도 했지만 난 로트렉을 꼭 봐야만했다.

사실 난 고흐의 그림에 많은 감동을 받지 못했다.
그의 역동적인 터치에 그냥 심장이 두근거리긴 했지만 
남들이 너무 칭송하는 그가 진정 그러한 자격이 있는지
또는 그의 생애가 너무나도 남달라서 덩달아 그림에 대한 평가가 올라간것은 아닌지
소더비경매가를 갱신하는 그의 기사를 보면서 그냥 씁쓸하면서
이런저런 잡생각으로 그의 그림을 이해하지도 감동받지도 못했다.

2년전 덕수궁 미술관에서 그의 그림이 전시되었을 때도 난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너무많은 사람들에 많지 않은 작품을 모아 비싼 입장료를 받는 전시회도 맘에 안들었고
그림과 너무 안 어울리는 몇몇 액자와  
도록과 그외 잡다한 것을 파느라 정신없던 전시회.
괜시리 원근감이 맞지 않는다는둥 인체를 표현하는데 비례가 안맞는다는둥
하면서 그의 그림을 자꾸 눈으로만 보고 있었다.
사심이 들어간 것이다.

그의 그림을 보면서 그의 역동적인 터치는 그냥 특이하게 보이려 만들어낸 테크닉 정도로 치부해 버리고 
그렇게 난 고흐와 멀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난 그의 그림이 진정 눈으로 보고 느끼고 그렸음을
지난 여름 난 정말 별이 빛나던 그밤에 알았다.
그리고 미안했다.

내가 부족하여 그를 이해 못하고 그의 그림을 이해못한것인데 괜시리 그를 탓한것이다.

그림속의 사이프러스 나무와 비슷하게 생긴 나무에 저런 아담하고 조용하기만 할 듯 마을에
가슴을 뛰게하는,
별과 달이 미친듯이 빛나는 밤하늘을 갖고있는 그러한 곳에 한달을 있으면서 난 그의 그림들
특히 이 그림에 빠져 버렸다.


 The Starry Night, 1889, Oil on canvas, 29 x 36 1/4 in.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출처 : http://www.vangoghgallery.com

	종교나 정의나 예술이 그렇게 신성할까? 자신의 사랑과 감정을 어떤 이념을 위해 희생시키는 사람보다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 더 거룩한데.
페이지 : 154

	예술가가 되려는 생각은 나쁘지 않다. 마음속에 타오르는 불과 영혼을 가리고 있다면 그걸 억누를 수는 없지. 소망하는 것을 터뜨리기보다는 태워버리는 게 낫지 않겠니. 그림을 그리는 일은 내게 구원과 같다.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더 불행했을 테니까.
페이지 : 157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간다는 것이지.
페이지 : 191

	우리가 용감하다면 고통과 죽음을 완벽하게 받아들임으로써, 그리고 스스로의 의지와 자기애를 깨끗이 포기함으로써 오히려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페이지 : 275

그도 피터지게 뎃생을 연습하고 고민하고 머릿속이 아닌 느낌과 감정을 표현하기위해 
이젤을 땅에 묻고 나무에 이젤을 고정하면서 비와 눈과 바람을 맞으며  그림을 그리고
자신의 뒷바라지를 하는 동생에게 한없이 미안해하며
자신의 생활정도는 스스로 하고자 그림그리는 것을 멈추며 가슴아파하고 
그림이 잘 되지 않을때는 고민하고 좌절하고
그림을 망쳐 물감을 낭비할까봐 수채화와 스케치연습을 더욱 열심히 했고
버려진 임산부를 거두고 사랑에도 빠지는 사람이었다.

그저 미친듯이 그림을 그리고 동생뼛골이나 빼먹고 자기 귀를 자르는 기행으로 유명해진 사람이 아녔던 거다.


그는 그저 갑자기 튀어나온 천재가 아닌
진정한 고민과 노력이 함께했던 진정한 천재였고
사람이었다.

 

 

북카페에서 많은 추천을 하길래

사실 영화로 개봉한다기에 영화를 보려고 샀다-

영화를 본 후에 책을 보면 아무 느낌도 안나기에. 향수처럼..

차라리 책을 읽고 영화를 본 후 영화에 실망하는게 낫다라고 생각해서.

그렇지만

500페이지가 넘는 나로서는 엄청난 두께에 선뜻 집어들지 못했던 +ㅁ+;; 

3일에 걸쳐 다 읽은 후에는 영화따위 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책에서의 감동과 여운을 슬픔을 영화가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까봐 겁이 나서.

 

아미르,하산,바바,알리,라힘칸.

그들을 둘러싼 사랑과 용기, 진실에 관한 이야기. 

같은 젖을 먹고 자란 사람들 사이에는 시간조차 깰 수 없는 형제애가 존재하는 법이라고 했다.

그리고 한 유모의 젖을 먹고 자란 아미르와 하산

같은 마당, 같은 잔디 위에서 첫 걸음마를 뗐고 같은 지붕 아래서 처음 말을 한 아미르와 하산.

유년기를 같이 보낸 둘도 없는 친구이며 형제같은 사이이자.

그리고 지울 수 없는 파쉬툰인과 하자라인, 주인과 하인의 관계였다.

 아미르를 위해서는 뭐든지 다 해주려는 하산,

그리고 그를 좋아하는 동시에 아버지의 사랑을 뺏기는 느낌에 미워하고 질투하는 아미르,

글을 읽지 못하는 하산을 종종 놀려먹는 비열함을 갖고 있는 아이.

 

아프가니스탄의 오랜 겨울전통 이였던 연싸움 대회에서

아버지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기 위해 우승을 하려는 아미르.와

그를 기쁘게 해주려는 하산.

그리고 그날 일어난 하나의 사건으로 돌이킬수 없는 현실로 바뀌게 되버리는...

어른이 된 후 아미르는

자신이 어린 날 저질렀던 비열함을 용서받기 위해 다시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하게 된다.

쉽지 않은 여정에서 아미르는 하산을 만났을까. 그의 웃는 얼굴을 다시 볼수 있었을까.

자기 자신을 용서할 수 있었을까..?

 

 

비열한 아미르를 마냥 미워하지 못한 이유는.

나 역시 그와 같은 비열함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그리고 아직 완전하지 못한 어린아이였기 때문에.

그리고 자기가 저지른 비열함을 통해 많이 아파했기 때문에.

 

아미르와 하산은 다시 만날 수 있었을까.

다시 하산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었을까..

 

해피엔딩이였길 바랬다.

백설공주와 신데렐라의 이야기처럼

그들은 그 후로도 오래오래 행복했습니다. 라고 했기를.

 나를 많이도 울렸던 하산.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그렇게 할께요"

천번이라도...

이 말만 나오면 하산이 보고싶어서 펑펑 울면서 책을 읽었다.

하산이 태어나서 처음 한 말이 "아미르"였다는 그 구절에

가슴이 미어지는 듯 했다.

웃고 있는 하산이 너무 보고싶어서 정말이지 펑펑 울어버렸다.

 

얼마 되지 않지만 내가 읽었던 책 중에 단연

BEsT로 꼽힐 책-

 

 

 

책 속 한 구절  : "삶은 계속된다"라고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말하곤 한다.

시작과 끝, 위기나 카타르시스에 상관하지 않고 삶은 계속된다.

느린 흙투성이 대상 행렬처럼 앞을 향해 계속된다.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그렇게 할께요"

 스물이라는 나이에 접어들고 나는 공지영을 만났다. '고등어'로 그녀를 만났고 그 후로 나는 속된 말로 미치듯이 그녀에게 빠져들었었다. 공지영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애인을 만나듯 설레였고 그녀의 많은 작품 속에서는 아파하는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그녀가 만든 제목처럼 나의 존재는 항상 눈물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니기도 했고 '인간에 대한 예의'라는 것을 지키려고 노력하며 살고 싶었고 '상처없는 영혼'이라는 말처럼 누구에게나 뜨거운 상처를 보듬어 줄 손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뜨거웠던 열정이 언제였을까? 조금씩 손에서 책을 멀리하면서 부터일까? 아니면 이제 그 두근거림이 시들해지는 나이를 가지게 된 후였을까? 잘 모르겠다. 일본작가와 함께 쓴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읽을 즈음이었을까 싶다. 이렇다 할 단어를 선택하지 못하겠지만 터질 듯한 풍선이었던 나의 마음이 조금씩 바람이 빠지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그렇지만 항상 내 귀에는 공지영의 소리가 있었다. 기대감을 조금 줄이고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할 즈음의 인터뷰를 떠올리면서 그녀의 책을 만나니 나는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유명인을 부모로 둔다는 것을 나는 알지 못한다. 그저 막연한 부러움이 전부일 것이다. 그런 유명인의 부모는 이혼을 하고 엄마와 아빠는 서로를 미움이라는 벽 뒤로 가려버리고 말았다. 멋진 엄마는 세 번이나 이혼을 하고 성이 다른 남동생을 둘이나 안겨주었다. 재혼한 아빠는 불현듯 딸에게 느껴지는 전부인의 기억을 발견하고 뒷걸음질을 하고 싶어한다.

 18살 위녕이라는 딸의 시각으로 재회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의 만남으로 이제 한 집에서 생활하게 되는 일상의 이야기들이다. 사실,그렇다할 이야기가 있지는 않다. 그러나 무척 재미있으며 무척 감동적이다. 감동이라는 말을 쓰면 혹자는 감동까지 하며 콧방귀를 낄지도 모르리라. 적에도 내게는 감동적이었다. 재혼가정에서의 어긋난 하모니 분명 보인다. 상투적인 표현이 아니라서 좋은 것이다. 성이 다른 아이를 셋이나 가진 엄마에게 쏟아지는 비난도 분명 있다. 그것을 끌어안는 가족의 힘이 있어 감동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공지영의 힘일까? 거창한 대단한 문장없이 쉬운 문장들이 나를 감동시켰다. 그리고 보였다. 그녀의 글에 흔들림이 없다는 것을 그녀의 글에 안정된 힘이 가득하다는 것을 나는 보았다. 그것은 어쩜 시간이라는 말로 그 답을 찾으면 맞을지도 모르겠다.

 소설의 소재로 자신의 가족사를 꺼내놓는 소설가는 많다. 물론 직접적으로 내 이야기를 소재로 한다고 말하는 작가는 그녀뿐이라. 위녕이 보는 세상은 자신에게 상처만을 주는 세상이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상처를 싸매주고 매만져 주는 가족이라는 것이 세상의 다른 이름이라는 거을 알게 되었을지 모른다.

 세상에 좋은 결정인지 아닌지,미리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만, 어떤 결정을 했으면 그게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노력하는 일뿐이야. 17쪽
괜찮아,울어. ...... 우는 건 좋은 거야. 좀 정리가 된다는 거거든. 맘속에 나쁜 열기가 가득하면 온몸의 물기가 다 말라버려서 울지도 못해. ...... 그러니까 괜찮아. 울고 싶은 만큼 실컷 울어. 81쪽

 이렇게 나를 달래주고 결국 나와 함께 세상이라는 거대한 창에 방패로 있어줄 사람은 가족이니까. 내가 울고 싶을 때마다 눈물이 흘러내릴 때마다 이 글을 기억할 수 있었음 좋겠다.

 사는게 어려운 일이다,이걸 한번 받아들이고 나면,진심으로 그것을 받아들이고 나면,사는게 더 이상 어려워지지 않아. 왜냐하면 어려운 삶과 하나가 되니까. 226쪽
죽는다는 것도 삶의 일부야. 잘 사는 사람만이 잘 죽을 수 있는거지. 누구나 한 번은 죽으니까...... 314쪽
사는 건 참 맘대로 안 되는 일이지만,그렇다고 꼭 나쁜 것도 아니라는 것을 떠올리고 싶었다. 내가 앉은 가시방석이 꽃자리라는 말.340쪽

 어둠으로 둘러싸인 터널을 지나온 위녕의 성장소설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어느 계단 길의 한 중턱에 서 있는 어른에게 다가오는 성장소설같기도 하다. 살아있음에 그 끝에 죽음이 있음을 알지만 죽음을 앞서 두려워 하는 이는 많지 않으리라. 내가 지나온 자리도 한 순간은 꽃자리이기도 하였을 것이다. 항상 나를 찌르는 가시방석이라고 여겼지만 어느 한 순간은 그러지 않았을까? 어려운 삶과 하나가 된다는 소설 속 글처럼 어려운 삶은 이미 나와 샴쌍둥이 임이 분명하다. 신만이 분리 수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스스로 분리하려 애쓰지 않으리라. 나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지고 있다고 말하지 못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