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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두꺼워 이전에 읽다 실패한 책, 기도를 다시 꺼내들었다. 누군가 하루 한 챕터씩 읽고 있다는 이야기에 나도 그 방법에 동참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그만큼 두꺼운 이 책은 간단한 두 글자로 이루어진 "기도"가 얼마나 복잡다난한지, 알고 싶은 부분도, 연구해볼 부분도 그만큼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나님께 가는 가장 쉽고도 가장 어려운 길이라고 묘사하고 있는 기도. 그는 이 책에서 기도의 방법, 필요조건, 과정, 의문과 의심, 결과 등 기도에 관해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분야를 다루며 풀어나간다.

필립얀시의 책을 읽어나가며 느낀 것은 필립얀시라는 작가에 대해서이다. 그가 얼마나 많은 상을 수상했고, 이 시대에 어떤 영향력을 끼쳤는가와는 상관이 없다. 내가 느끼는 필립얀시는 지극히 인간적이다. 그가 다루는 것들은 지극히 소소한 일상의 이야깃거리들이다. 그가 이야기하는 것들이 귓 속에 대고 잔잔하게 이야기해주는 어린 시절 오빠의 이야기만 같다. 내가 어떤 고민이라도 이야기할 때면 언제 어디서든 손 내밀며 위로해줄 것만 같다. 집을 나서면 바로 옆집 대문에 기대서 있던 그가 인사를 건네올 것만 같은 아저씨의 모습이다. 그의 글에는 휴머니즘이 넘쳐 흐른다. 사람냄새가 난다. 그의 책 속에서 만나는 그의 메시지는 그의 책을 접하는 독자가 한 사람의 숨쉬는 인간으로 느끼게 해준다. 그가 느끼는 것들은 지극히 나도 고민하는 그런 것이다. 나를 제자로, 그리스도의 신부로, 목자로, 선교사로 부르시고 그 직분들을 감당하기 위해 도움을 주는 책들은 많지만 나를 이처럼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당연히 고찰하게 되는 것들을 다룬 책은 필립얀시의 책만한 것을 익히 본 적이 없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실수를 하고 실패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이처럼 실수나 실패의 (솔직한) 과정을 다룬 책은 보지 못했다.

세상에서 계속되는 압박에 떠밀려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진 이들이 찾게되는 치료소. 그러나 필립얀시는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생긴 상처 그 자체에서 치료책을 찾지 않는다. 낭떠러지를 벗어날 지름길도 알려주지 않는다. 때론 상처를 치료하는 약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필립얀시는 넘어질 수 있는 사람이란 존재에 대해 먼저 살핀다. 넘어진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할지 먼저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듣는 선교, 상처 치유, 전도 등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수단 혹은 목적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보다 그저 우리 자신에 대해 이야기 한다. [하나님]이 내려보시는 [인간]에서 그의 글은 시작하고 끝 맺는다. 이 책 [기도]도 그와 같은 맥을 같이 한다. (늘상 그렇긴 했지만) 경쟁과 능률이 우선시 되는 현대 사회에서 실수나 실패가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실패 속 털어놓지 못한 뒷이야기들을 일상에서 끄집어 내기 쉽지가 않다. 엄청난 하나님의 기적들이 칭송되는 시대에서 우리의 일상 속 소소한 이야기꺼리들은 거론의 가치를 느끼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필립얀시의 이야기에 현대인들은 열광하고 그에게 찬사를 보낸다. 그들이 쉽게 꺼내지 못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누구나 공감하게 되는 일반적이고 공통된 관심사로 만든 당사자 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인간 자체에만 한정 짓지 않고 하나님이 보시는 거시적 관점으로 우리 인간을 풀어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적이되 인본주의적이지 않고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나가며 더욱 겸손한 모습으로 하나님 앞에 서는 인간의 모습이 되는 것이다. 사실 그의 책은 인간의 입장에서 바라본 하나님을 썼다고도 할 수 있기에 믿음이 부족하다 이야기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그다지 크게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능력 - 예를 들자면 "하나님은 어떤 기도에는 왜 응답하시며 어떤 기도에는 철저히 침묵하시는 것처럼 보이는가" 등 - 에 대해 어느 정도의 불신이 있다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나 또한 필립얀시와 같은 생각을 하곤 하기 때문에 더 연민을 느끼고 더욱 그의 책을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하나님과 단절된 인간으로 살아오면서 하나님의 뜻을 모르는 인간의 속마음, 그 생각들을 총집합시켜놓은 한 권의 책 안에는 지은이가 생각하는 기도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가 가득하다.
필립얀시는 기도에 거절받은 이들을 초청한다.누군가의 상실로 인해 괴로워하는 이들.. 질병이나 그 외 다른 상황으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 기도의 응답을 받지 못한 이들, 그로 인해 상처받고 거절받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써내려간 듯 하다. 내가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응답받지 못했던 기도에 대해 위로받고, 공감받고, 기도받는 듯한 마음을 느꼈던 것을 보면 말이다. 자식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고통스러워하는 어미가, 빈민가의 쓰레기통을 뒤져가며 희망없이 살아가는 이들이 응답되지 않은 기도에 대해 물을 때,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다. "예수님도 십자가에 못 박히셨습니다. 그것이 하나님 아버지의 이 땅을 향한 긍휼이십니다."

어쩌면 하나님은 그들의 아픔을 그런 방식으로 위로하시는지도 모른다.

페이지 : 135

그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다. 기도 기도를 통해 나의 뜻이 반드시 이루어지는 것에서 점점 변화되어 (물론 그 기도제목도 분명히 필요하다!) 하나님의 이 땅을 향하신 사랑을 그 크신 뜻을 이루시는데 동역자로서 참여할 수 있는 자가 되도록 변화되는 것이다.
그가 쓴 글 중에서 예수님이 피와 땀을 흘리셨던 장소가 바로 겟세마네 동산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대다수 그리스도인에게 기도는 시험에 빠지거나 갈등을 겪는 시기에 도움을 얻는 일종의 저수지 역할을 한다. 그러나 예수님에게는 그 자체가 전투였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아버지의 뜻에 자신을 맞추는 과정까지가 핵심이었으며 그 이후에 벌어진 사건들은 단순히 거룩한 목표를 이루어가는 수단에 불과했다. 기도는 그만큼 중요하다. “예수님이 피와 땀을 흘리신 장소가 어디인가? 빌라도의 궁정도 아니었고 골고다로 올라가는 길도 아니었다. 바로 겟세마네 동산이었다. 거기서 주님은 “자기를 죽음에서 능히 구원하실 이에게 심한 통곡과 눈물로 간구와 소원을(히 5:7)” 올리셨다. 예수님이 벌이고 있는 씨름을 근처에서 목격했더라면 미래 일이 심히 걱정스러운 나머지 한마디 했을지도 모른다. “아직까지 하는 일이라곤 기도뿐인데도 그토록 고통스러워한다면 진짜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는 어쩔 셈인가? 어째서 잠들어 있는 세 제자처럼 느긋한 믿음을 가지고 시련에 대처하지 않는 것인가?” 그러나 정작 시련이 닥쳐오자 그리스도는 자신 있게 십자가의 길을 걸어갔던 반면, 제자들은 뿔뿔이 흩어져 달아나기 바빴다.”

페이지 : (p.148)

기도는 내 뜻을 관철시키?을 불러일으킨다.

기도를 하다보면 주변 환경뿐만 아니라 자신이 처한 상황까지도 하나님 앞에 꺼내 놓게 마련이다. 그렇게 간구하는 과정을 통해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동참할 용기를 얻는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땅에서도 온전히 이루어지게 만드는 일을 감당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세상에 존재하는 그리스도의 지체다. 예수님이 가진 손은 우리뿐이다. 하나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주님의 권능이 흘러나갈 때 그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 기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페이지 : (p.218)

이밖에도 그는 기도의 필요성과 끈기있게 간구하는 것, 그리고 참고 기다리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니 다루지 않은 분야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별이 밝은 도시에서 잘 보이지 않지만 아주 깜깜한 산골 속에 들어갔을 때 환히 보이는 것처럼, 낮에는 누가 그리스도인인지, 세상에 속한 사람인지 잘 구별할 수 없다. 그리스도인의 빛은 모두가 갇힌 어두운 감옥 속에서야 비로소 진가를 발휘하는 것이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절망을 택할 것인가 희망을 노래할 것인가는 우리가 무엇을 신뢰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그때에야 무엇이 진정 바라고 기대해야 하는 것인지 분별할 줄 아는 자인 기도하는 사람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하나님에 대해 온전히 알 수 없는 것처럼 영적인 것들, 기도 등에 대해 아는 것은 천국에 들어가기 전에는 영원히 불가능한 일이 것이다. 기도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하나님을 신뢰하는 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이 책의 마지막이 욥의 고백으로 결론 내렸던 것처럼, 우리의 고민도 결국 그렇게 끝맺을 수밖에 없다. 어떠한 경우에도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신뢰하는가. 하나님이 진정으로 만왕의 왕 되심을, 이 땅의 주권자이심을, 여호와 하나님이심을 인정하는지를 고백할 때 모든 의문과 걱정은 사라질 것이다.

차마 이 작은 공간에 미처 담지 못하는 무궁무진한 기도에 많은 이야기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기 바란다. 미처 한 페이지를 넘기기도 전에 새로운 깨달음들은 나로 하나님이란 분에 대해 더 깊은 지경에 이르도록 인도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