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그렇듯이 시공디스커버리 총서는 많은 그림과 정돈되지 않은 편집으로 독자들에게 집중하기 어렵게 하지만 이런 편집이 어쩐지 맘에 든다. 기존의 책들과는 다른 신선한 맛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은 흑인노예와 노예상인 이지만 차라리 추악한 백인들의 추악한 거래 이 정도로 바꾸었으면 한다. 그야말로 저질스러운 백인들의 만행만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알게되고 광활한 대륙에 흑인의 노동력을 바탕으로 플랜테이션 농업이 자행된다. 넓은 땅에서 곡식을 거두어 많은 이득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노동력 확보가 필수이다. 이 때문에 노예무역이 성행하게 된다. 물론 그 당시의 역사를 오늘날의 질서 속에서 재단하는 것은 완전치 못한 일이다. 하지만 천부인권을 말하고 평등, 박애 등의 개념을 설파하면서도 이 같은 행태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과연 그들은 흑인을 같은 사람으로 생각할 수 없었을까.
인디언 몰살과 흑인노예를 비롯한 인종차별, 거기다가 제국주의를 앞세운 세계 식민지 쟁탈전 등등... 서양의 역사적인 과오와 야만성은 정말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많다. 이런 모든 만행들을 과연 개척정신과 야망 가득한 모험심이라고 해야하는가. 아무튼 이 책에서 밝히고 있는 노예무역은 인류최대의 만행이며 잊고 싶은 인간의 저질스런 모습임에 틀림없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