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다닐 때 네오퀘스트(지금은 없어진 사이트지만 통대대학원 졸업생들이 만든 영어 관련 사이트)에서 Bill Bryson의 Mother tongue 과 Made in America(이 책의 원제)를 원서로 영어 공부하기에 좋은 책이라고 추천해서 구입했었다. 두 권 모두 빽빽한 단어와 만만치 않은 어휘에 주눅들어 완독하지 못했는데 그 중 한 책이 번역되어 나왔다.(번역자분 고생이 많았겠다 ㅋㅋ)
미국에서 쓰이는 영어 단어의 기원을 미국 역사를 통해 보여주는 책이다. 17C 영국의 청교도들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대륙에 도착한 시점부터 책은 시작되고 (책 두께를 보면 언제 다 읽지? 라는 생각이 든다.) 20C 우주 시대를 이야기하며 끝맺는다.
영국에서 갈라져 나온 미국영어가 어쩌면 영국 영어의 옛 상태를 잘 간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강의를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아니나 다를까 작가도 그런 말을 한다. (우리가 배우는 한문이 지금 중국의 한자와 다른 옛 중국의 글의 원형이 잘 담겨 있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신대륙에 있던 인디언의 언어와 세대가 지나면서 유입된 유럽에서 온 이민자의 언어가 섞여 현재의 미국 영어가 되었더라도 어떤 단어들에서는 영국 영어가 한 수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닌지. 작가가 말한 대로 신대륙의 새로운 환경과 광대한 자연환경이 제공하는 느낌을 표현하기에는 청교도들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영어로는 신세계를 담아내기 힘들었다. 그래서 엄청난 조어들이 생기고 소멸하고 생존하는 과정을 거쳤던 것이다.
미국 영어가 있기까지 문화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어떤 나라보다 발명 특허가 많은 나라인 미국은 발명과 관련 된 단어, 영화 산업이 한창 발달하면서 쏟아낸 말, 스포츠와 관련된 말, 쇼핑 문화와 관련된 말들을 읽고 있노라면 어느새 미국의 역사를 빠르게 지나고 있는 자신을 발견 할 수 있다. 모든 영어 단어의 기원을 다룬 것이 아니기에 부담이 없고 미국 역사와 함께 문화가 발달되며 생기는 현상에 관련된 배경을 이해하고 나면 문자로만 다가오던 영어 단어가 살아있는 그림으로 다가올 듯하다. 글을 읽으며 저자의 박학함과 자료 조사에 든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미주를 보면 알 수 있다.)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우리 나라의 ‘고종석’씨가 이러한 책에 버금가는(문화,역사를 통해 볼 수 있는 한국어 관련 책) 책을 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의 다른 책 ‘Mother tongue’이 번역되어 그 책도 읽었으면 좋겠다. 물론 번역자는 고생을 할테지만.
p.s. 언제 한 번 원서와 번역서를 읽어가며 영어 공부를 하고 싶다. (원서에서 얻을 수 있는 단어의 양과 수준이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