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지만 실망스럽지 않은 내용과 구성이다. 살림지식문고는 손에 꼭 들어가는 크기와 저렴한 가격에 걸맞는 두껍지 않은 것이 매력이지만, 그 만큼 주제에 대한 충실함과 내용의 깊이에는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은 얇으면서도 결코 그런 한계를 드러내지 않은 산뜻함을 지녔다.

 일본인들의 포르투칼을 비롯한 서양과의 통상과 수용 과정을 통해 형이상학적인 종교나 관념적인 가치보다는 눈에 바로 보이는 물질에 큰 관심 가진 일본인들을 만날 수 있다. 

우리가 지금도 즐기는 동그란 단팟빵이나 길쭉한 크림빵이 어째서 그런 모양이 되었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게 해준다. 육류의 시작과 돈가스의 발명 등, 사실 우리가 일본을 통해 들여온 것들을 애초에 일본은 어떻한 과정을 통해 국민적 사랑을 받게 되었는지 알 수 있고, 건빵의 탄생과 별사탕의 등장 등을 상세하면서도 간결하게 알려 준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일본의 모방기술이 우리네 일본컴플랙스에서 비롯된 비난조의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네들 고유의 따라하기 문화는 결국 우리시대 경제대국의 원동력이었으니 이를 비난한다는 것은 참 어리석은 짓임을 자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모방을 하든 창조를 하든 그것이 나라발전에 부합된다면 무슨상관인가. 덧붙이고 싶은 건 우리는 일본을 너무나 많이 따라하면서 일본의 모방에 비난을 쏟는다는 점이다. 참으로 이율배반적 모습이다.     

 이유는 책제목 안에 있는 '거꾸로'에서 찾을 수 있다. '거꾸로' 라는 의미는 교과서나 역사책 등에 나오는 역사적 의미들을 '뒤집어' 본다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이 책을 스테디셀러로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다. 또 글쓴이 특유의 솔직하면서도 거침없는 수사가 한몫을 더한다. 

초판이 나온지 벌써 20여년이 지났고 그만큼 우리사회도 변하여 지은이의 '거꾸로' 보는 시각은 이미 우리시대가 부분적으로나마 자연스럽게 '거꾸로' 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예를 들어 러시아혁명이라던가, 베트남전쟁, 팔레스타인분쟁 등의 굵직한 사건 들은 예전의 견해에서 벗어나 독창적이고 진보적인 해석으로 많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거꾸로' 보기가 아직도 우리에게 새롭고 유효하기만 한 것은 그 만큼 우리의 의식이 '중립적인 의미'에서 아직도 역사적 관성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며 그럴 수록 유시민의 책은 우리들의 안목을 넓혀주는 유익하고 재밌는 것이 된다.

또한 이 책이 인기가 있는 것은 우리시대에도 아직 해결이 안된 사건들, 팔레스타인 문제라던가, 일본의 역사왜곡문제 등 중요한 사건들의 연속성이 유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러한 문제들의 뿌리와 전체적인, 필요한 개념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유시민에게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아직까지 우리사회, 세계 속에서 '거꾸로' 보지 못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새로운 '거꾸로'의 시선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저자는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에 대한 개념을 반박하면서, 나름대로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정립해가며 자신의 담론을 엮어나간다. 저자는 오리엔탈리즘이란 서양이 동양을 바라보는 것, 그러한 현상이라고 한다. 따라서 사이드가 말하는 오리엔탈리즘의 개념 즉, '서양이 동양을 지배하고 착취하고자 하는 태도'는 오리엔탈리즘의 한 부분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의미를 만들내는데 그 중에서 혼성적 오리엔탈리즘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된다.

혼성적 오리엔탈리즘이란 서양이 동양을 바라보는 관점은 긍적적, 부정적인 모습이 섞여 있으며 이것은 대립적인 성격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붙어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양과 동양은 상호적인 관계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저자의 주장과는 별개로, 안타까운 점은 이 세상은 서구 중심주의로 돌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크게 변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서구 이외의 문화, 문명은 주변적 모양으로서 마치 주식이 아닌 간식 정도로 밖에 치부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 아쉬운 것은 세상 사람들이 서구중심주의가 뭔지, 자신의 문화적 배경이 뭔지 모를 뿐더러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데에 있다. 

알고 따라하는 것과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하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