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를 살아보지 않았지만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시대라고 생각한다. 조선시대를 사극이나 역사책을 통해 접하긴 했지만 주로 왕과 왕실의 역사를 다루고 있어서 조선시대 사회의 구체적인 모습을 알기는 어려웠다. 이 책은 쉽고 재밌게 조선시대 사회, 경제, 국방, 정치 분야를 다루고 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현재의 모습과 닮아있어서 신기하고 재밌었다. 시대는 달라도 사람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비슷하다는 걸 느꼈고, 그렇기에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노비도 돈만 있으면 소송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에서는 돈으로는 뭐든 지 할 수 있다는 세태를 떠올리게 했다. 노비도 사유재산을 가질 수 있었기에 신분계급이 낮다고 반드시 힘들고 불행하게 살지 않았다는 것도 알았고, 양반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면 자리짜리같은 일을 했다는 걸 보면서 요즘 고학력자가 취직을 못해서 어려움을 겪는 사회문제를 떠올리기도 했다.

 

원래 알고 있었던 무기 신기전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드라마를 통해 잘 알게 된 추노에서 종이갑옷인 지갑이 나왔다는 부분은 처음 접하는 것이라 신기했다. 조선의 정치 속사정을 보면서 요즘 정치인에게 느끼는 회의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서 신기하면서도 안타까웠다.

 

이 책을 읽으며 오늘 우리 사회의 문제는 후세에 또 되풀이 될 것이라는 생각과 그렇기에 올바르게 해결하는 선례를 남겨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문제를 곪아터지게 만들면 또 다른 세상을 꿈꾸고 시작되며, 그 사회가 안정되면 다시 그 문제가 드러나게 되니 말이다.

환갑이 되신 엄마와의 세계여행, 그것도 장기간의 배낭여행을 떠올리면 ‘인생의 두 번 없을 귀한 경험이구나’ 싶다가도 ‘과연 그게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여행을 성공리에 끝낸 어머니와 아들이 있다. 칭다오로 배를 타고 떠나가 런던까지 10개월을 여행한 두 모자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너무 부러웠다. 부모와 자식 간의 거리는 어릴 때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가까웠다. 자라면서 점점 멀어져 사실 자식이 성인이 되면 웬만해서는 함께 여행한다는게 쉽지 않아진다.

소소한 말다툼과 생각지도 않은 위험을 극복하며 때로는 드라마처럼, 때로는 시크콤같은 유쾌한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자꾸만 부러워지면서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평생 자식을 위해 식당을 하시며 헌신하신 엄마가 일을 접고 자식을 따라 길을 떠나서 오롯이 자신만의 인생을 즐기고, 내일을 궁금해 하는 모습은 너무나 뭉클했다.

단지 그냥 배낭여행이 아니고 자유로운 여행, 공정하고 착한 여행, 감동을 눈물을 흘려보는 여행, 주변사람에게 꿈을 주는 여행을 엄마와 함께 꿈꾸며 했다는 점도 인상 깊었다.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라오스, 말레이시아, 싱가폴, 인도네시아, 부르나이, 필리핀, 스리랑카, 이집트, 이스라엘, 요르단까지의 이야기가 펼쳐진 이 책은 총 두권의 이야기 중 1권이라 하니 다음 책도 꼭 읽어보고 싶다.

 

이 책의 지은이 질 스모클러는 우리나라 엄마는 아니다. 그리고 이 책 속에 담긴 엄마들의 메시지도 우리나라 엄마의 것이 아니다. 하지만 책 속에 담긴 지은이의 감정이나 생각들이 우리나라 엄마들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엄마’는 자신이 품고 낳은 ‘아이’라는 존재에 의해 큰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이 여타의 육아서와 차별된 점은 ‘좋은 엄마’ 되기를 강요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좋은 음식을 제공하고 자애로운 양육태도를 보이며 아이를 위해 완전무결한 엄마가 되지 못하는 일반적인 보통 엄마들의 감정을 어루만지면서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나도 좋은 엄마는 못되지만 우리 너무 그 사실에 게의치 말고 최선을 다하자’ 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계획하지 못한 임신으로 나은 첫째에 이어, 둘째 셋째까지 세 아이를 양육하며 왜 엄마는 아이를 낳으라고 했을까의 답을 저자는 잘 찾은 것 같다. 그건 사랑을 배우며 사랑이라는 큰 울타리 속에 외롭지 않게 살기를 바랬기 때문이라는 것을. 아이를 통해 나 자신보다 누군가를 더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아이를 위해 희생하고 보람과 감동을 느낀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이를 낳아봐야 어른이 된다.’는 말이 있다. 아직 나는 아이가 없기에 알 수 없지만 왜 힘든 엄마라는 길을 ‘나의 엄마’는 가라고 했을까? 에 대한 답은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이리라.

 

좋은 엄마란 행복한 엄마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행복하지 않고 삶이 힘들고 짜증난다면 그런 삶의 태도가 아이에게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에, 행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너그럽고 삶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마음이 아이에게 전해진다면 아이가 밝고 바르게 자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