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미술작품은 중국에 비해 전해 내려오는 수가 너무 적거나, 혹은 해외(일본)에 유출된 작품이 많아서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전해 내려오는 작품의 가치는 오히려 하나하나 더 무겁고 중요하다. 이 책에서 소개된 화가들과 그 작품, 그리고 환쟁이로 살아가면서 그림자처럼 따라오는 평범하지 않은 그들의 인생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교 정신이 기본이 되어 운영되던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그린다는 것’은 집안의 몰락으로 더는 나아갈 수 없어 택할 수밖에 없었던 도피처요, 울분의 표시였다. 또 어떤 이에게는 세상에 대한 조롱이요, 자신만이 누리고자 했던 최고의 안식처가 아니었나 싶다.
그림은 화가의 그림자이기에 서로 닮았다. 그림을 통해 그들의 인간관계가 드러나고, 그림에 그들의 고뇌와 세월의 노련함이 묻어난다. 과연 그림이란 뭘까? 책 속의 14명의 화가는 조선시대의 미술에 있어 워낙 잘 알려진 분들이라 기존에 소개된 책들과 비교하여 읽는 재미가 있었다. 요즘 우리나라 전통미술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져서 매년 두 차례 있는 간송미술관 전시도 줄을 길게 서서 봐야 하는 처지이고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기타 여러 박물관에서도 우리 나라 미술에 대한 소개를 많이 하고 있어서 관심만 가지면 그림을 접할 기회는 많아 졌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한 작품 한 작품에 이들의 인생이 녹아있다는 생각을 하니 그동안 그림을 보며 얼마나 이해하려 했는가 반성도 하게 되었다.
화가의 인생은 왜 순탄치 못한 것일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미치지 않고는 미치지(도달하지) 못한다.’는 말처럼 예술은 자기를 드러내는 일이며 그것은 굉장히 소모적인 일이다. 조선이라는 시대에 태어난 그리는 것을 천시하던 그 시절에 자신의 기교와 재능을 드러내는 것이 마냥 자랑일 수 없다는 것은 점점 더 술과 고독과 가까이 하게끔 만드는 요소가 아니었을까?
이 책을 읽으며 인생에 큰 그림자를 지고도 치열하게 살아갔던 화가의 삶을 통해 예술이 더 빛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