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고 어떨결에 발이 빠진 무역업의 길을 걷다보니, 나이가 들고 직급이 쌓이면서 나에게 영어는 지긋지긋한 숙제가 되기 시작했고 그 숙제를 제때 못한 나에게 영어는 저 먼 산꼭대기에서부터 떼굴 떼굴 굴러내려오며 나를 위협하는 눈덩이처럼, 겉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컴플렉스가 되었드랬죠. 
급기야 바이어로부터 Communication에 대한 Comment를 듣게 되는 수모를 겪고 나서야 저 역시 고수민씨와 같은 영어 수행에 들어갔었습니다. 
업무에 치여 학원다닐 시간도 없던 터라  뉴스도 듣고 (수준 미달인 주제에) 미드도 찾아보고  하면서... 
정말 되더라구요. 3월에 수모를 겪고 그해 10월에 수모를 극복했다면 자랑스러워할만 하죠? 
미국 출장중의 미팅 자리에서 10명이 넘는 바이어를 웃겨가며 영어를 구사할 정도까지 된 즈음, 전 제 남편을 만났고, 그닥 큰 무리없이 데이트도 즐겼고 드뎌 5년전 그와 결혼도 했죠. 
그정도 상승세면 캐나다인과 결혼한 저는 결혼 2년정도후면 Half native 정도는 되겠구나 하는 기대도 살짝 하면서... 

그.러.나. 
캐나다인과 사는데 무슨 별도의 공부가 필요하냐는 주위의 바람 공작에 홀딱 넘어가 공부를 끊고 지낸것이 그대로 5년.... 전 지금 다시 학원을 찾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남편의 질문에 "sorry?" 를 연발하며 남편 지대로 짜증나게 하는 그야말로 왕초보 수준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이책을 만났고, 오늘 이책을 손에 쥔채 후루룩 읽어 내려간것이 끝내 끝을 보게 되었네요. 

1. 지루하지가 않습니다 - 저자의 에피소드와 그가 겪은 일상 구석구석의 것들을 읽으면서는 마치 고수민씨와 마주앉아 이야기 하는 것처럼 푹 빠져 이책을 읽었습니다. 그래서 전 이책을 읽을때는 커피한잔을 앞에두고 읽으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2. 고수민씨의 자신감과 겸손함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그대로 내안에 영어에 대한 자신감과 겸손을 심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책의 곳곳에 그가 영어에 한한 평균이하임을 강조하며 겸손함을 보이지만 그 겸손함 뒤에 떡 버티고 있는 자신감은 저로 하여금 노력해보자라는 힘을 불끈 솟게 했습니다. 
또한 자신의 영어 실력은 미국 의사로서 일을 할 만큼 충분하다고 하는 지나친듯한 (?) 자신감 뒤에 누구나 그리 될수 있다고 친절하게 격려하는 겸손함은 또 다시 그래 꼭 해보자라고 주먹을 불끈쥐게 했습니다. 

3. 에피소드와 이론과 통계가 적절히 배치되어 신뢰감을 줍니다.
 자신의 에피소드를 통해 스스로 이론을 정립하고 그 이론을 뒷받침할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내세워 신뢰감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4. 왜 안하느냐 다그치지 않고.... 해보라고, 나도 해봤다고, 그랬더니 되더라고 책이 시작되며 끝날때까지 끊임없이 나를 설득해주는 것 같습니다. 

5. 영어를 공부하는 법 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얼마간의 영어 강의도 다루고 있어서 '아 그렇구나' 하며 절로 메모하게 합니다. 

지독하게 영어가 아쉬운 상태여서인가, 전 이책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시 제2의 수모를 겪기전에 1장부터 다시 읽으며 half native의 꿈을 실현해야죠.   

 

송아지 아버지 / 윤지강 지음 / 옥당

 

오랜동안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에 집중했던 우리들은 무거운 짐으로 내려앉은 아버지의 어깨를 들여다 보는 것에 소홀했었다.

어느 순간 아버지의 어깨가 작아지고 그 짐이 아버지에게도 무거워질쯤 그저 '미안하다'라는 말을 남기고 아버지가 우리를 떠나면 그때서야 자신의 무심함을 한탄하며 가슴에 아버지를 묻는다.

 

 

'송아지 아버지' - 이 책을 펴들면서 난 아버지라는 말만으로도 감동이 밀려올거라는 예상에 실컷 울 준비를 하고 일부러 아무도 없는 시간을 택했다.

하지만 18개의 에피소드가 잔잔히 그려진 이 책은 그닥 감당하기 어려운 슬품이나 감성들로 채워져 있진 않다.

소설이나 영화에서와 같은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치를 이용하는 대신 우리의 평범한 아버지들이 한번쯤은 우리에게 누리게 해줬을 말없는 희생의 열매들을 소개한다.

 

자식을 위해 책을 포기하고 지게를 진 아버지의 사랑은 평생을 바치고서야 아들에게 전해진다. 아들이 아버지를 꿈도 없이 살아가고 그저 돈만 벌줄 아는 지게꾼으로 평생을 오해하는 동안 한번도 변명하지 않는다. 그것이 아버지의 사랑이려니 생각하니 가슴이 저민다.

 

아버지는 먹고 싶은 쓰르메를 포기하고 자식을 위해 자신의 낮과 밤을 바친다. 논에서 일을 하는 고단한 하루를 잊고 다시 냄비와 함께 밤을 팔며 자식을 위해 희생한 아버지의 사랑은 그가 세상을 떠나고 8년이 지나서야 자식의 가슴에 깨달음으로 알려진다.

 

글조차 모르는 아버지는 방황하는 자식을 바로세우기 위해 자신의 배를 낫으로 찢고 자식의 삶을 잡아준다.

자식을 먹이고 가르치고 길러내기 위한 아버지의 본능적인 부정은 글을 모르면서도 해와 달을 이용해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기지를 갖게한다.

 

오래 전 이렇게 논에 인생을 팔고 지게에 삶의 무게를 실어 나르던 아버지의 고단한 삶은 다시 IMF와 경제불황이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많은 아버지들이 해보지도 않던 일에 자신을 던지고 그것으로 자식을 기른다 

 

자식을 공부시키기 위해 지게를 지고, 자식을 먹이기 위해 정작 자신의 배를 줄이고, 자식을 위해 친구앞에 고개를 기꺼이 숙이는 아버지의 사랑은 이책을 읽는 내내 나의 가슴에 끊임없는 울림을 주었지만, 한번도 큰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이렇게 소리도 없이 차고 넘치고 흐르는 아버지의 사랑은 왜 한번도 큰 칭찬을 받지 못하는 걸까? 오히려 우리의 아버지들은 왜 그리도 외로운 사랑을 해야 하는 걸까? 괜스레 나의 아버지에 대한 연민에 가슴이 아팠다.

 

책을 읽는 내내, 이 책에 소개된 에피소드들이 얼마간 내 아버지가 내게도 베풀었던 은혜로운 사랑과 다르지 않음을 느껴야 했다.

혹시 어머니와 한편이 되어 아버지를 오해하고 힐난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기꺼이 권하고 싶다.

'얘야~미안하다'하며 작아진 어깨에 지어진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아버지가 우리를 떠나기 전에, 한번쯤은 아버지의 어깨를 들여다보라고 이책을 통해 전하고 싶다 

 

 

아버지의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