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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에게는 추리 소설의 여왕이라는 말이 붙고는 한다. 이 말은 단지 애거서 크리스티가 인상적인 소설 몇편을 남겼고, 또한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소설을 남겼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속에는 애거서 크리스티가 살았던 20세기가 만들어지는 그 두 번의 전쟁에 관한 이야기가 그 속에 담겨있으며, 더 나아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관점에서도 무척이나 세련된 이야기를 남겼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리가 지금 흔하게 보는 그 많은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법들을 우리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속에서 무수히 많이 발견하게 된다. 물론 그 모든 것들이 애거서 크리스티가 처음으로 시도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을 읽다보면 어느새 그 모든 방법들을 가장 적절하게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세련됨이 바로 지금까지도 그녀를 추리 소설의 여왕으로 기억하게 한다. 

세상에는 전문가라고 불리는 이들이 존재한다. 어떤 일을 하는 것에서 다른 이들보다 더 뛰어나거나 경험이 많은 그래서 조금 더 다른 이들보다 그 일을 잘할 것 같은 이들이 바로 전문가들이며, 사람들은 그들에게 일을 맡기게 된다. 하지만 때로는 그 전문가들과는 전혀 반대되는 글자 그대로 아마추어들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서 뛰어드는 이야기를 사람들은 꽤나 즐겁게 즐기게 된다. 왜냐하면 그 이야기들은 결국 전문가가 아닌 이들이 벌이는 것이기에 칼같이 딱딱 계획대로 풀리지 않을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며, 그래서 더욱 더 큰 소동극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결국 그 일들을 그 소동의 끝에서 해결했을 때, 우리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모든 전문가라고 불리는 이들에게 한방을 날린 아마추어의 입장에서 또 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바로 우리가 그 아마추어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몇년동안 꾸준히 일년에 한 번 이상은 병원에서 머물고는 했다. 내가 아파서가 아니라 입원해서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 가족 중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병원에서 머물 때면 항상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직접 간접적으로 만나게 된다. 아픈 사람과 보호자 그리고 그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와 간호사가 전부인 것처럼 보이는 병원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그 속에 담고 있다. 우리가 병원을 배경으로 하는 그 많은 이야기들을 만나는 것은 결국 바로 그런 삶의 이야기들이 가장 극적으로 담길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이 교차한다는 것은 또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장 강렬하게 담기는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병원은 그렇게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진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