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 저택의 비극'은 이 책의 마지막에 붙어있는 번역자의 말처럼 작가인 '애거

서 크리스티'가 창조해낸 어쩌면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만큼이나 사람들에게

알려진 명탐정인 '에르큘 포와로'가 등장하지만, 그가 등장하는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그다지 큰 활약을 보이지는 않는 조금은 특별한 책이다.

 물론 '할로 저책의 비극'에서도 '에르큘 포와로'는 사건을 해결하는 마지막 역할

을 수행하고, 더나아가 작품의 곳곳에서 그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독

자들에게 사건을 추리할 수 있는 단서들을 제시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하지

만 그럼에도 그가 등장해서 사건을 해결했던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에르큘 포와

로'의 역할은 작품속에서 무척이나 한정된 모습을 보인다. 심지어는 이 작품속에서

'에르큘 포와로'는 이름이 나오고 거의 작품이 절반이나 진행이 되고 난 다음에 처

음으로 등장한다. 그것도 '사건'이 일어난 그 '현장'에서 다른 모든 목격자들이 등

장한 가운데 거의 가장 마지막으로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 늦은 등장 이후에도 '포와로'는 그렇게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번

역자의 말처럼 진짜 작가인 '애거서 크리스티'가 이러한 사건에는 '포와로'라는 탐

정이 조금은 고전적으로 느껴져서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포와로'는 시종일관 부수적인 역할만을 수행한다. 그리고 그 '포와로'의 주변인처

럼 보이는 행동들이 이 작품의 '트릭'을 더욱더 특별한 것으로 변화시킨다.

 사실 '할로 저택의 비극'은 '추리소설'을 많이 읽고, '추리물'에 익숙한 이들은

'범인'을 찾는 것에 너무나도 힘든 경험을 하게 되는 독특한 소설이다. '추리소

설'이라는 장르가 언제나 새로운 '트릭'과 새로운 '사건' 그리고 새로운 '등장인

물'을 통해서 새로움을 추구하지만 그 기본적인 구성과 진행에서는 그렇게 새로울

수 없는 수학공식과도 같은 구성을 갖고 있기에 그러한 장르의 특성에 익숙해진 이

들에게는 너무나도 쉽게 '범인'을 찾을 수 있다. 공식을 알면 수학 문제를 쉽게 풀

수 있듯이, '추리물'의 공식을 알고 있으면 '범인'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독자들의 생각을 마음껏 가지고 놀기라도 하듯이 '애거서 크리스

티'는 이 조금은 단순해 보이는 '할로 저택의 비극'에서 그러한 공식에서 독자들이

더욱더 혼란을 느끼게 만든다. 어쩌면 마지막 책을 덮으면서 '속았다'는 생각을 하

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 '속았다'는 마음은 분명 기분 좋게 좋은 '추리소설'을 한

편 읽었다는 것을 밑에 깔고 있을 것이다.

 너무나도 단순하지만, 그 단숨함 속에 너무나도 복잡한 사람들의 마음을 담고 있

는 작품... 그것이 바로 '할로 저택의 비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