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형'이라는 말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모든 유명하거나, 달인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들의 이름 앞에
붙여 주고는 했던 이 말은 처음에는 그들의 능력에 대한 가장 큰 칭찬인 것처럼 느
껴졌었고, 또한 그런 의미에서 붙여지기 시작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 이름이
붙은 이들은 정점을 찍고 나려가는 것만이 남은 이들이라는 의미처럼 느껴지게 되
었다. 다른 그전의 칭찬들에 비하면 어쩌면 너무나도 잔인한 이름이 아닐 수 없었
다.
'소녀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새로운 노래와 새로운 퍼포먼스로 돌아왔다.
누군가는 가수들이 노래보다 퍼포먼스에 집중한다고 비판을 하고, 심지어는 그들
의 퍼포먼스가 선정적이라며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녀들이 하는 음악은 분명 '대중 가요'이며 그녀들의 퍼포먼스와 노래에 대해서 평
가하는 것은 대중이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어이없는 과거지향의 한 단면을 보는
것같아 씁쓸한 마음을 버릴 수 없다. 이렇게 모두가 적인 상황에서 돌아온 '소녀시
대'는 단순히 선정성이라고 마음대로 자신들을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로
마음을 먹은 것 같다. 그것은 또한 현재의 가요계를 만들어낸 가장 중요한 이들 중
의 하나이기에 그녀들의 의무이기도 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차피 그녀들의 음반에서 단지 TV에서 퍼포먼스와 함께 보여
지는 타이틀 곡 하나만을 만나게 되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녀들의 음악은 그것만으
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전의 다른 음반에서도 그녀들의 음악은
타이틀 곡은 대중들에게 강력하게 어필하는 곡이었지만 다른 곡들에서는 나름대로
자신들의 음악을 하려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곡들이
타이틀 곡과는 다른 의미에서 자신들이 직접 곡을 만들지 않아도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릴 수 있는 곡들을 너무나도 아름답게 부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평가받
을 만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다른 곡들을 전혀 들어 보지
도 않고, 단지 TV에서 보여지는 퍼포먼스만으로 그녀들을, 그리고 더불어 다른 아
이돌 그룹들을 평가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더구나 규
제까지 하려는 생각은 제대로 넌센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미니앨범에는 모두 5곡이 들어있다. 물론 많은 이들은 이번 미니앨범의 타이
틀 곡인 '훗'만을 기억하겠지만 다른 4곡도 충분히 그녀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곡들이다. 더구나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것에 있어서는 가장 확실하며 대중들의 취
향을 잘 알고 그렇게 활동을 해온 그녀들이기에 더욱 그러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
다. 소녀적인 감성을 느껴볼 수 있는 '내 잘못이죠'와 일종의 그룹송으로 자리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밝고 경쾌하면서도 팀이라는 느낌을 너무나도 잘 살려낸 '단짝',
그리고 'Wake Up'과 '첫눈에...'까지 이번 미니앨범의 다른 곡들은 단지 타이틀 곡
만을 듣고 넘겨버리기에는 아까운 곡들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그렇게 채워진 5곡
이 그녀들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현재의 아이돌 그룹의 전형을 완성해낸 것은 '소녀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소녀시대'의 이름 앞에는 어쩌면 '완성형'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음악적으로 그동안의 활동을 생각해 보면 '소녀시대'는 안정
기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어느 버라이어티에서 '소녀시
대는 정점을 찍었다'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그녀들의 대답처럼 이제 '소녀
시대'는 내려갈 길만이 남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미니앨범을 만나면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그녀들은 아직도 보여줄 것이 많이 남았고, 사람들이 '완
성'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소녀시대'라는 그 자체를 만들어가는 것
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을 그녀들은 벌써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
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것처럼, '정점'과 '완성'이라는 말도 잠
시 옆으로 치워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소녀시대'는 지금도 '진행'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