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아 슨'은 아마도 '건담의 팬'들에게는 조금은 저주와도 같은 이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건담의 진짜 주인공이며 지금의 건담을 만들어 놓은 이들

인 '아무로 레이'와 '샤아 아즈나블'의 삶을 글자 그대로 흔들어 놓은 인물이기 때

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애니메이션에서의 짧은 등장에 비해서 그녀가 남겨놓은 그

림자는 어쩌면 '건담'의 모든 등장인물들 중에서 가장 짙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건담 디 오리진'에서의 '라라아'는 애니메이션에서의 짧은 등장과 그녀에게 끌리

는 '아무로'와 '샤아'를 이해하지 못하던 애니메이션의 팬들에게도 조금 더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건담 디 오리진' 17권에서 마침내 '아무로'는 그동안 목숨을 걸고 싸웠던 '샤

아'를 만난다. 그리고 어쩌면 '아무로 레이'의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그의 연인이

라 할 수 있는 '라라아'를 만나게 된다. 어쩌면 조금은 개연성이 떨어지는 만남과

이야기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아무로 레이'가 어린 나이에 전쟁터에서 살아가게

되고, 더 나아가서는 전쟁 영웅이 된 상황 속에서 그는 자신과 비슷한 누군가에게

끌리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건담 디 오리

진'은 애니메이션에서는 여러가지 여건에서 놓친 것들을 조금더 섬세하게 보여준

다. 더불어 '아무로'와 '샤아'의 긴 인연의 첫번째 포인트를 찍는 장면을 독자들에

게 보여준다. 또한 단순한 복수를 위해서 살아왔던 '샤아'가 이후에 보이는 모습을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그것은 '라라아'를 통해서 '샤아'는

인류의 진화를 보았던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상당히 이율배반

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지구에서 태어나 자랐던 '라라아'가 뉴타입이라는 것은 어

쩌면 이후의 '샤아'의 삶에 너무나도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었을까?

 더불어 이 17권에서 '화이트 베이스'의 멤버들은 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느끼게 되

고 더 나아가 전쟁터에서 살아가게 된 자신들이 더 이상 예전 그대로의 모습이 아

님을 알게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미라이'는 과거의 약혼자와의 감정을 정리하

는 과정을 거치게 되고, '아무로'는 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그러한 각자의 감정들

속에서 그들은 과거와의 안녕을 고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만남들

이 결국 '아무로'와 '라라아'의 '만남'으로 이어지는 것은 또한 많은 것을 알려주

는 것일지도 모른다. 더불어 가장 중요한 장면은 '건담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아무로'와 '샤아'의 첫번째 대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돌아온 '화이트 베이스'의 멤버들은 이제 과

거와 헤어져 미래를 향해서 날아간다.

 수능날 아침은 관계가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모두에게 긴장감을 준다. 우

리가 만들어 놓은 제도에 모두가 놀림당하는 것같은 생각도 들지만, 그 모든 것은

받아들여야 할 일일 뿐이다. 수능시험 잘치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가끔 어이없는 생

각을 한다. '모두가 만점을 받으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잘치라는 말보다 잘치지 않아도 패배자로 보지 않는 시선과 제도가

더 필요한 것은 아닐까? 수능을 치른 모두가 제각각의 추억 혹은 기억을 갖게 되겠

지만, 나의 수능날의 추억은 수능 전날 고장나버린 우리집 보일러의 기억이다. 고

장나버린 보일러 덕분에 수능을 앞두고 온가족이 안방에서 함께 잤던 기억, 조금은

우울할 수 있는 기억이 지금까지도 나에겐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것은 어쩌

면 그날 가족을 느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늘 수능을 본 모든 수험생들도 점수

의 잔인한 기억보다 따뜻한 기억 하나를 갖게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