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이라고 부르지는 않아도 참 다양한 이야기에서 배경이 되는 시대 중의 하나는 역시 일제 강점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 너무나 암울한 시대가 갖고 있는 비극성이 이야기를 더욱 강조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며, 더불어 그 이야기에 등장하는 이들이 경험하는 위기가 더욱 더 강력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만나는 많은 이야기들 중에는 그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일제 강점기라는 우리의 역사이지만 또한 우리의 역사가 아닌 그 시대를 통해서 우리는 조금 더 자유롭게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는 한다. 그것은 그 시대가 갖고 있는 비현실적인 느낌과 우리가 우리의 주인이 아니었던 시대에 대한 감정이 만들어내는 특별함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진짜 목숨을 걸어야 저항할 수 있었던 그 시대의 뜨거움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의 방식을 잘 바꾸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학교에서 배운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가게 된다. 가끔은 반항하는 것처럼 혹은 조금 다른 생각을 자신이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렇게 알고 배워온 것들과 다른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삶과 배운 것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참 착한 사람들이다. 만약 학교에서 배운 것이 완벽하게 옳은 것이었다면 그 착한 우리는 매일 매일 조금 더 행복해져야 할 텐데... 세상은 우리에게 행복을 쉽게 주지 않는다. 내일 행복해지기 위해서 오늘의 행복을 미루라고 우리에게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내일의 있을지 알 수 없는, 그리고 있어도 내 것일지 알 수 없는 행복을 바라보면서 계속되는 오늘을 살아간다. 그 모습은 어제의 젊은이들도 오늘의 젊은이들도 내일의 젊은이들도 다르지 않다. 모두가 행복을 바라지만 진짜 행복은 멀기만 하다.
추리물처럼 다양한 옷을 입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장르도 없을 것이다. 멜로에서 공포까지 추리물은 그 모든 세상에 존재하는 이야기의 장르들을 자신의 속에 녹여낼 수 있으며, 더불어 세상의 모든 이야기 속에 자신을 집어넣을 수 있다. 그것은 추리물이 갖고 있는 하나의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과정이 갖고 있는 스릴이 모든 이야기의 재미를 만들어내는 특별한 장치와 이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추리물들에는 때로는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몇몇의 단서들이 이야기를 확 바꾸는 중요한 장치가 되고는 한다. 그리고 그 장치들은 마찬가지로 추리물의 형식을 빌려온 다른 장르에서도 마찬가지로 사용이 되고는 한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겉으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지만 결국은 모두 추리물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