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할배, 정글의 법칙을 볼 때마다 세계 여행을 꿈꾼다. 이 책의 작가는 30대 중반의 스웨던 유명 블로거이다. 그의 독자들이 ‘오베’라는 캐릭터에 반해 써볼 것을 권했고 그렇게 이 책이 탄생했단다. 오베라는 멋진 캐릭터를 만들어낸 저자인 프레드릭 배크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 책을 덮은 순간부터 따뜻함과 감동이 더 많이 몰려든다.

 

사브 자동차를 모는 59세 오베. 그는 30년이 넘도록 같은 회사에 매일 정해진 일을 하고 한 번도 결근을 하지 않는 규칙적인 사람이다. 원리원칙을 지키는 오베는 까칠하고 화를 잘 내는 사람이라고 소문이 났지만 사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사람이다. 아내의 교통사고 이후 아내의 재활과 직장생활, 그리고 긴 투병시간 내내 그녀와 함께 지내기 위해 많은 이들과 싸운다. 여자로써 이런 남자를 만난다면 더할 나위 없는 행복한 삶이 아닐까 싶다. 아내를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하는 사람. 그가 오베다. 화를 잘 내고 웃지 않기 때문에 별난 사람처럼 보이지만 정작 그는 길고양이를 돌봐주고 어려운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따뜻한 사람이다.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고 그녀 곁으로 가고 싶어한다.“당신이 집에 없으니까 되는 게 하나도 없어.”“피곤해. 당신이 떠나 있으니까 집 안이 하루 종일 썰렁해.”“보고 싶어.”

 

오베는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차별하고 실천하는 사람과 말만 하는 사람들을 구별한다. 나에게도 그런 능력이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오베처럼 점점 더 말을 줄이고 실천을 하고 싶다. 톰이 객차에서 떨어진 돈을 주운 걸 본 오베는 톰의 행동을 말하지 않고 끝까지 입을 다물어 자신이 범인으로 몰리기도 한다. “저는 다른 사람이 하는 행동을 일러바치는 사람이 아닙니다.”“남자는 행동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남자인 겁니다. 말이 아니라요.” 너무 멋지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삶. 이것이 우리가 궁극적으로 갖추어야 할 소양이 아닌가 싶다.

 

오베는 정직과 성실을 아버지에게 배웠다. 오베는 6천 크로나가 들어있는 지갑을 유실물 보관소에 갖다 주었다. 오베의 아버지라면 할 행동을 실천한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과 행동, 가치관, 태도 모두 다 배운다. 부모로써 아이들에게 어떤 것을 물려주고 싶은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그 사람을 넘긴다면 그게 대체 무슨 종류의 사랑이에요?” P403

오베의 이웃이 자신의 남편을 요양시설에 보내지 않기 위해 사회복지기관에서 나온 사람과 씨름하고 있는 장면이다. 짧은 구절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메르스로 전국이 뒤숭숭하지만 모든 국민이 오베처럼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하루 하루 열심히 살아간다면 메르스가 끝나지 않을까 싶다. 오베라는 캐릭터에 대한 재미와 함께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열여섯 살의 딸을 낙마사고로 잃어버린 저자가 자신의 상실의 아픔을 딛고 슬퍼하는 사람들을 위해 쓴 명상 책이다. 저자는 서두에 슬픔을 빨리 처리하려고 하지 말라고 한다. 마음과 기억이 보내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라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에서 오는 슬픔은 충분한 애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늘 마음 한구석에 돌처럼 남아 있는 게 아닐까 싶다.

 

6년 전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은 아내를 상담한 적이 있다. 남편이 죽은지 7년이나 지났지만 그분에게 남편의 사고는 마치 어제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게 남겨져 있었다. 남편이 죽고 아이와 생활하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고 그때부터 주변사람들과 이야기도 하지 않고 아이와 둘이서만 생활을 한 그분의 삶은 나에겐 충격이었다. 지금-여기가 아니라 7년전 그때 거기에서 머물러 있는 그분을 보며 참 마음이 많이 아팠다. 갑작스럽고 예상치 못한 상실을 겪을 때 사람들은 상실이 일어나기 직전의 순간에서 꼼짝하지 않으려한다. 상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한다. 그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을 놓치기 싫기 때문이다. 삶으로 돌아간다는 건 현재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때 그분을 보며 마음이 아팠지만 한편으론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이와 함께 살아야 되는 언제까지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며 슬픔에만 빠져 있는 게 과연 도움이 될까? 지금 생각해보면 남편을 보내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컷던 것 같다. 사실을 받아들이면 남편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그분이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분이 과거가 아닌 지금-여기 현실에서 삶을 살아가길 소망한다.

 

상실을 겪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을 저자는 조언하고 있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 사랑하기, 혼자 힘으로 몸을 움직이며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기, 사랑하는 사람 놓아주기, 슬픈 감정 노트에 기록하기, 슬플 때 울기, 자신이 겪은 어려운일을 이야기 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은 상실을 겪었거나 앞으로 상실을 겪을 수 있는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인 것 같다.

 

 

표지 그림이 인상적이다. ^^이 책은 미국 초등학교 교사들과 도서관 사서들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중 하나라고 한다. [안 돼, 데이빗!]책으로 유명한 데이빗 섀논은 아이들이 실제 생활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우리집 아이둘다 좋아하는 그림책이다. 

 

주인공 카밀라는 친구들과 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여자 아이 이야기다. 친구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던 카밀라는 ‘줄무늬병’에 걸린다. 카밀라는 아욱콩을 좋아하지만 친구들이 모두 콩을 싫어하기 때문에 먹지 않았다. 학교 가는 첫날 아침, 카밀라의 몸에 알록달록 줄무늬가 생겼다. 의사들이 모두 와서 카밀라에게 약을 먹이고 여러가지 방법을 썼지만 카밀라의 상태는 갈수록 나빠졌다. 줄무늬 병이 나으려면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솔직해야 하고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것을 말할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가장 부족한 부분이 질문이라고 한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수업시간에 질문이 없는 나라라고 이야기를 들었다. 왜 질문하지 않을까? 다 알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질문하면 내가 모르는것이 드러날까봐 부끄러운 것이고 또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솔직하게 표현하는것 이모두가 우리의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줄무늬가 생겼어요]는 아이들과 함께 읽고 나서 이야기할 꺼리들이 굉장히 많은 책이다. 

 

책에선 아이의 숨겨진 욕구가 엉뚱한 방향으로 표현되는 상황을 줄무늬병이라는 상상의 병으로 보여 준다. 큰아이가 어릴적에 학교가는게 힘들었는지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고 배가 아프다고해서 한동안 병원순례를 하고 다닌적이 있다. 다행히도 지금은 학교를 잘 다닌다.

 

카밀라가 콩을 먹고 싶은 마음을 계속 무시하자, 몸에 꼬리가 생기고 뿌리가 나다가 눈은 액자로 코는 서랍장으로 입술은 침대로 변하기까지 한다. 어떻게 이렇게 재미나게 아이들의 마음을 표현했을까? 이 책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