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보고 작가가 진짜 초등학생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어른이 초등생활을 돌이켜 쓴 글 치고는 너무나 초등학생 같은 내용이다.

비 오는 날 내 키에 맞춰 우산을 쓰고, 책 많이 읽었다고 자랑하고, 옆 친구가 하는 행동무조건 따라하기. 이건 우리 집 둘째가 오빠 하는 것 보고 뭐든지 따라하는 모습이 떠오르며 웃음이 나왔다. 참고로 뭐든지 따라하는 동생 때문에 초등학생 큰아들은 힘들어한다. ㅎㅎ

마트에서 만난 것만으로도 금방 더 친해지고 똑같은 옷을 입어 유대감이 팍팍 생기다가 친구들이 서로 좋아한다고 놀리면 화가 나서 서로 같은 옷 입지 말라고 화내는 모습도 재밌다. 아무것도 아닌 걸로 시비가 붙어 말싸움 나는 장면은 우리집을 생중계하는 것 같아 화끈거렸다. 한글자만 같아도 친해졌다가 놀림감이 되기도 하고, 먹기 싫은 오이 버리고, 지우개가 없어서 침을 발라 지우는 것 등 어릴 때 한번쯤은 다 해봤던 일들을 어른이 되어 다시 만화로 보니 새롭고 재미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못하고 나만 생각하고 행동 하는 게 과연 초등학생들만의 문제일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안경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간다. 빨간 안경을 끼고 있으면 세상이 빨갛게 보이고, 파란 안경을 끼고 있으면 파랗게 보인다. 어떤 안경을 쓰느냐에 따라 세상이 절망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기쁘고 행복하게 보이기도 한다.

초등학생들은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기쁜 일도 슬픈 일도 금방 잊어버리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울다가 금방 ‘꺄르르’ 웃는 모습을 보고 감탄한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감정이 바뀌는지... 슬픈 일은 금방 잊어버리고 작은 일에 행복해하고 기뻐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내가 오히려 많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을 통해 어릴 적 내 모습을 회상하며 초등학생인 큰아들과 함께 낄낄거리며 웃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은 25살에 호주에 가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5개 대륙을 여행한 대학생의 여행일기이다.  

"변하고 싶고, 큰사람이 되고 싶고, 나와 시작점이 다른 사람이 부러웠고, 어떤 분야든 아는 척하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더 멋진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다"

저자의 솔직함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문구이다.

 

저자는 볼리비아 어린아이와 아기를 업고 물건을 파는 젊은 엄마에게서 아픔을 공감한다. 지갑을 도둑맞고, 원양어선에서 고된 일로 경비를 마련해가며 5개 대륙을 여행하며 만난 사람과 자신을 알아가는 이야기다. 부모님의 돈으로 해외유학을 가는 요즘세대들이 본받을 만한 정신력이라고 생각한다. 

 

고3때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지만 작가는 그때의 아픔을 가슴에 묻어 상처를 안고 살았다.

"넌 고3이니까 이럴 때일수록 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어느 한 명도 나에게 소리를 지르라거나, 놓아버리라거나, 슬퍼하라고 말해 주지 않았다.

난 쫓아가야 할 등을 잃어버렸는데. 그래서 난 그렇게 했다. 그렇게 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렇게 해야 했다. 장례식이 진행되는 3일동안 그다지 울지도 못했다.

 

여행중 시실리 섬의 한골목을 지나가다 열린 문 안에서 노인환자를 발견하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모퉁이를 돌아 목놓아 운다.

그래도 이번엔 혼자 울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무도 모르는 곳이어서, 아무도 나를 쳐다보지 않아서, 마음 놓고 울어버릴 수 있었다. 울고 나니 한껏 후련해졌다.

 

걷고 또 걸으면서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에 답을 찾을순 없었지만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 자신을 좀더 이해할수 있었다고 한다. 

나는 저자가 자신만의 여행에서 성숙해졌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감정의 불구"라는 것을 깨달은것,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또 다른 "감정의 불구"들에게도 깨달음을 주지 않았을까?

 

자신을 이해하는것이  출발점이다.  자신을 이해하고 수용하고 개방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성숙해질수 있다.

저자는 힘든 여행을 통해 사람과 삶, 자신에 대해 이해하고 성장할수 있었던 것 같다.

성장하고 성숙하기 위해 나도 여행을 떠나고 싶다.

나만의 여행....

언제쯤 갈수 있으려나?

 

충격이다.

 얼마전 영화 "고지전"을 보고 한 민족이 서로에게 총을 겨누며 전쟁하는 모습에 마음이 너무 아팠는데 이 책을 손에 잡은 순간 놓을수가 없었다.

이 책은 탈북자들이 국경을 넘으며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생생한 장면들이 담겨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자신의 몸을 파는 북한의 여성들, 그리고 이어지는 고통과 역경. 그들은 중국에 가난하고 건강하지 못한 남자에게 팔려와서 노예처럼 일하다가 중국 공안에게 잡히면 다시 북으로 후송된다. 북에 가서 죽거나 강제노동을 한 탈북자들이 다시 목숨을 걸고 탈북하는 이유는 한번 자유를 맛보면 도저히 북한에서 살수 없기 때문이다.

 

탈북자들이 북한을 탈출해도 중국에서 고생을 많이 하고, 우리나라에 정착하는 데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  문화적 정서적 환경이 북한과 많이 다르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탈북자를 보는 시선또한 곱지 않다. 한 핏줄임에도 불구하고 자기나라에서 외국인 취급을 받는 그들이 원하는 것은 차별이 아닌 공평한 대우이다. 

 

살기 위해 이렇게 몸부림쳐본적이 없는 나는 새삼 부끄러워진다. 어떻게 하면 그들을 도울수 있는지 고민이 된다. 세계유일 휴전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통일한국을 구체적으로 그려본적이 없다. 막연하게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은 해 봤지만 통일후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다.  정부는 통일한국을 대비해서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적응해서 살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도움을 주고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들도 그들을 마음과 몸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한다. 

 

목숨을 걸고 탈북자들의 삶을 취재해서 세상에 알린 작가와 취재진들에게도 경의를 표한다. 취재를 하면서 탈북자들과 함께 아파하고 울지 못해 마음의 병을 얻은 작가가 회복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의미있는 일을 했고, 그 누구도 쉽게 하지 못한 일을 해내느라 홍역을 치르는 중이라고, 시간이 많이 걸리긴 하겠지만 자신으로 인해 살아남은 생명이 있으며 세상에 알려진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가까이 살면서도 이러한 아픔과 고통을 모르는 나같은 사람을 일깨워 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