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소중함과 사랑,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가슴 아프지만 따뜻한 한편의 동화 같은 소설이다.
엔절은 엄마에게 화가 날 때마다 엄마의 삶이 늘 고단했고, 또 정말 많이 고단했다는 걸 기억하려 애썼다. 엄마는 한번도 친엄마나 친아빠와 함께 살아본 적이 없었다. 여덟 군데의 위탁가정과 수용시설을 떠돌며 지내다가 그곳에서 도망쳐 아빠와 결혼했다. 그러니 엄마가 어떻게 좋은 엄마가 되는 법을 알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할 수 있겠는가? 친 엄마와 함께 보낸 기억도 없는 엄마에게. p18
친엄마와 함께 보낸 기억이 없는 엄마가 좋은 엄마가 되기 힘들다고 이해하려는 11살 엔젤.
나도 좋은 엄마가 없었다. 아니 엄마가 9살 때부터 없었다. 10살인 아들은 내가 좋은 엄마 되기 힘든 걸 이해할까? 좋은 엄마가 되기 힘든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되고 보니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 그런데 생각보다 좋은 엄마 되기 쉽지 않다.
어제는 아들에게 언제 엄마가 가장 좋으냐고 물었더니 “같이 놀아줄 때” 라고 해서. 다 접고 보드게임을 30분간 했다. 좋은 엄마 되기 쉽지 않다. -_-;
감옥에 있는 아빠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는 동생을 달래는 아이. 엄마를 변호하고 싶어 하며 자식은 엄마를 사랑해야 한다는 사실을 동생에게 알려주려는 아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아련하게 아픔이 밀려온다.
“무서워요”
“뭐가 무섭니?”
“모든 게 너무 큰 것 같아요. 그런 별에 비하면 저는 그냥 작은 개미 같아요.”
“그래, 우리는 아주 작아. 하지만 우리가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야. 비밀을 알고 싶니?”
“무슨 비밀이요?”
“이손. 이게 바로 별의 재료란다.”
“무슨 소리예요?”
“너는 저기 있는 별들과 똑같은 원소로 이루어져 있어. 그러니까 넌 별과 같은 존재인거야.”
“별들은 하늘에서 타고 있고, 난 그냥 여기 서 있잖아요. 조금도 빛나지 않고요.”
“그렇지. 하지만 그렇다고 네가 다른 물질로 이루어졌다는 건 아니야. 똑같은 원소에 뭔가 다른 일이 생긴 것뿐이지. 넌 여전히 별과 가까운 친척이야.” P101
자라면서 누군가 나에게 별과 같은 존재라고 말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소중한 존재라는 걸 안다. 그래서 늘 감사하다. 우리의 아이들은 별과 같은 소중한 존재다. 그것을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알려주었으면 한다. 단 아이들이 별과 같이 소중한 존재라는 걸 알아차려야 가능하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그 빛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부모는 아이의 소중함을 알아차리지 못할 때가 많다. 그리고 자신의 정서적인 상태가 건강하지 못한 부모도 알아차리기 힘들다.
"누나는 울면 안 되는 거잖아."
"아니, 누나도 울 수 있어."
자신을 포함한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었다. 자신의 현실에, 다시는 누구도 자신에게 무언가를 책임지게 하지 않기 바라면서 울었다. P137
울면 안 된다는 동생의 말에 울 수 있다며 엉엉 울어버리는 엔젤. 자기 마음대로 지금껏 해보지 못하고 늘 동생과 엄마, 할머니까지 챙겨야 했던 엔젤은 그렇게 시원하게 울면서 잠이 든다. 콩 통조림과 복숭아 통조림만 먹는 할머니와 동생 버니에게 5대 영양소가 든 균형 잡힌 식사를 위해서 도서관을 찾는 현명한 엔젤.
“ 나는 한번도 좋은 엄마였던 적이 없단다. 지미와 레이는 둘 다 내 아들인데, 감옥생활을 했지. 그리고 지금은 둘 다 죽었어. 나는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는데.”
“할머니 잘못이 아니에요. 사람들은 그냥 가끔 운이 없거나 아이들은 잘못된 것들과 어울리게 되기도 해요. 그러니까 괴로워할 필요 없어요.” P232
할머니 잘못이 아니라고 위로해주는 엔젤. 정말 이 아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엄마가 자기를 용서해주길 바라는 엔젤. 아이들을 키우는데 많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아빠가 어쩔 수 없이 편의점에서 도둑질을 했다고 생각해서 자기가 아빠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엔젤. 하지만 그건 엔젤의 잘못이 아니다.
별지기가 떠난 것이 자기가 담배 피우는 것에 대한 잔소리를 하고 멍청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다가. 다시는 아무도 믿지 않을 거라고 다짐하는 엔젤....할머니를 떠날 수 없고 자신이 할머니의 북극성이 되어 주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엔젤
사람은, 빙글빙글 도는 어두운 밤하늘 속에서도 움직이지 않는 북극성처럼, 강하고 밝게 빛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엔젤은 생각했다. 성공한 사람이든, 실패한 사람이든 말이다.p294
사람은 강하고 밝게 빛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한다. 나도 노력할 것이다. 좋은 엄마 되기 쉽지 않지만 노력할 것이다. 좋은 엄마가 될 때까지...
“미안하다, 엔젤, 다.......”
“괜찮아요, 엄마,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버니는 금방 좋아질 거예요. 엄마는 엄마 몸만 생각하세요.”
“너는 늘 나보다 나은 엄마였어.”
“나는 네가 어른 노릇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아가. 너는 늘 그랬잖아.”
“저는 할머니보다 더 어른 노릇하는데 지쳤다고요. 저는 아직 열두 살도 안됐어요, 엄마. 어른 노릇은 엄마가 해야 할 일이에요.”
“건강해져서 집에만 오세요. 안 그러면 절대 용서 못해요. 알아들었어요?” p316
엄마보다 나은 11살짜리 엔젤. 하지만 어른 노릇하기 지친 엔젤. 자신의 역할과 엄마가 해야 할 일을 정확하게 아는 아이. 오히려 엄마가 해야 할 일을 알려주는 아이. 건강해져서 집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용서하지 않겠다는 당차고 사랑스런 엔젤은 진짜 천사이다.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해, 버니. 우리는 가족이니까”.
부모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부모와 자녀의 역할을 하지 않는 아이, 우리 모두 자신의 자리에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그러나 소설에서처럼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부모가 많기 때문에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너무나 많다. 엔젤을 통해서 우선 나부터 반성했으면 한다. 그리고 노력해야하겠지.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 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