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들의 여름방학 필독서를 인터넷서점에서 구매하려다 금액이 너무 많아 주문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 다시 아들에게 꼭 필요한 책과 내가 보고 싶은 책을 결제했다. 나의 책 중독증상은 큰 아이 동화책을 사서 보여주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다 보니 동화책이 너무 재미있었다. 어릴 때 나도 책을 읽으며 자랐지만 그냥 가끔 한번씩 보는 정도였는데 책을 보다 보니 빌려 읽다가도 다시 사는 책이 많아져서 이제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되면 그냥 사서 본다. 한달 도서 구입비가 꽤 나가지만 전혀 아깝지 않다.

이 책을 통해서 내가 읽기벌레와 쓰기벌레, 책 구입벌레에 감염된 환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을 읽다보니 어느새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런데 그게 벌레에 감염된 증상이라니 깜짝 놀랐다. 보통 책을 좋아하는 사람,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을 책벌레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진짜 책벌레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책벌레의 귀여운 모습과 다양한 양상, 변태 또한 너무 신기하다.

‘서적병’에 걸리면 일생동안 책을 읽거나 쓰는 것을 멈추려고 하지 않고 책이 없는 장소에서의 생활이 곤란해진다.    P17

책벌레는 크게 읽기벌레와 쓰기벌레로 나누어지고 종류는 중고책 구입벌레, 잡지구입벌레, 책꽂이벌레, 도서관 벌레, 장편읽기 벌레, 소설책구입벌레, 문예지구입벌레, 작가 애호벌레, 계속 책쓰기 벌레, 일기쓰기벌레, 강좌쓰기벌레, 신문쓰기벌레, 응모벌레, 잡지쓰기벌레, 악의적평론벌레 등등 수없이 많다.

책벌레에 사로잡히는 사람은 절대로 치유나 완치를 구하지 말고 현명하게 책벌레와 관계를 가지면서 공존해야 한다고 한다. 책벌레에 감염되었다고 하는데 왜 걱정보다는 더 많은 책, 더 재미난 책을 읽고 싶은지 모르겠다. 인간이 책에게 뜨거운 시선을 보내지 않으면 책벌레들의 체력이 저하되어 개체수가 감소한단다. 책벌레의 천적이 인간이라는 사실이 신기하다.

작가는 전 세계 책벌레를 찾아다니며 책벌레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책벌레를 번식시키고 싶어 한다. 책벌레에 감염된 사람은 책을 좋아한다. “ 책벌레는 책을 사랑하는 당신을 사랑한다.”나는 벌레를 싫어한다 하지만 책벌레는 사랑하게 될 것 같다.

초등학생 시절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읽으며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꼬마 제제를 사랑으로 보살피던 뽀르뚜가 아저씨의 죽음은 제제에게 상처였지만 나에게도 큰 슬픔이었다. 그 시절 엄마를 잃은 슬픔과 겹쳐서 정말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책을 보고 울고 또 울었던 기억이 난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가 나의 첫 힐링책이었던 것 같다. 아무도 나를 위로해주지 않았고, 어린 나이에 슬픔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도 몰랐던 그 시기에 나와 같이 힘든 시기를 거치는 제제를 통해서 위로 받았다.

사람은 존재 그 자체로 귀하다. 공부를 잘하기 때문에, 혹은 예쁘기 때문이 아니라 세상에 태어난 그 자체가 존귀한 존재이다. 그런데 성장하면서 이런 존재자체로서의 인정, 있는 그대로의 수용을 받아 보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자신감, 자존감도 낮다.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만나는데 그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하나같이 상처투성이이고 긍정적인 지지를 받아 보지 못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자기 상처가 많으니 자녀를 상처내고 그게 악순환 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키에르 케고르가 말하는 죽음에 이르는 병‘절망’ 절망은 자기 존재를 스스로 부정하거나 쓸모없는 것으로 여기게 만들어 결국엔 죽음에 이르게 한다고 한다. 상처가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부정하고 쓸모없는 사람으로 인식하며 주변사람들도 쓸모없는 사람을 만든다.

인간은 어떤 슬픔 속에서도 타인을 위로할 수 있다. 슬픔에는 급수가 따로 없다. 나의 아픔이 언제나 가장 아프다. 그럼에도 나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은 위로 받을때가 아니라 내가 누군가를 위로하게 될 때이다. P22

한사람의 상처를 이해하게 되면 나의 상처도 이해된다. 한 사람을 위로할 수 있게 되면 나의 상처도 위로 받는다. P23

상담자로서 나는 그분들에게 위로를 한 게 아니라 내가 오히려 더 성장하고 치유를 받은 것 같다. 감사하다.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 인간은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갖고 태어나. 사는 게 힘든 사람은 자기 일이 아닌 남의 일을 찾아다니기 때문에 힘든 거야. 믿어봐, 넌 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이고,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P125

자신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부족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함께 읽고 나누었으면 하는 책이다. 더운 여름 무더위와 갈증을 식혀줄 소낙비 같은 시원하고 가슴 따뜻한 책이다.

잘못은 그대에게 있지 않다. 그러므로 자기 자신부터 위로하라.

절대 자신을 비난하지 마라

나에게 인도는 세계여행을 하면 꼭 가보고 싶은 나라 중 한곳이다. 작가의 ‘세 얼간이’라는 영화 예고편을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 찾으니 벌써 막이 내렸다고 해서 아직 영화를 보진 못했다. 나중에 남편에게 다운로드 받아서 꼭 보고 싶은 영화중 하나다.

책에 나오는 인도사람과 우리나라사람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높은 학력을 좋아하고, 과외,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부모, 좋은 집안과의 결혼으로 보상받으려는 부모, 혼수 문제, 가부장적인 집안 분위기는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아 이게 인도이야기인지 우리나라 이야기인지 헷갈릴 정도다. 펀자브와 타밀이라는 인종도 문화도 역사적 배경도 완전히 다른 지역 출신의 남녀가 사랑하면서 겪는 문화간의 갈등은 우리나라의 전라도와 경상도의 갈등을 다룬[위험한 상견례]를 떠오르게 한다. 역경과 갈등을 거쳐 행복한 결말에 이른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남인도 여자와 북인도 남자의 결혼이 이렇게 힘든걸 보면 인도에서는 특별한 일인 것 같다. 언어와 생활방식이 다른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함께 하는 모습을 결혼이라는 방식을 통해서 소개되고 있다. 이 책은 작가의 실제경험과 가족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더 재미있고 마음에 와 닿는 것 같다.

이 책을 통해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남인도와 북인도의 화합과 결합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인도사람으로서 서로를 배척하고 무시하고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참 아팠을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경상도와 전라도가 떠오르기도 했지만 북한이 생각이 났다.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을 분단국가이다. 북한과 우리나라가 통일이 어떤 일이 생길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을까? 우리가 북한사람을 무시하고 경멸하지는 않을까? 북한사람들은 정신력이 대단한 사람들이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당해낼 수 없다는 이야기를 지인에게 들은 적이 있다. 북한사람들의 정신력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근면, 성실, 자본이 함께 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힘 있고 영향력 있는 나라가 되지 않을까? 많은 문제와 어려움이 생기겠지만 분단국가에 사는 사람으로서 우리나라가 한민족 한나라가 되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소망한다.

체탄바갓의 글은 영화를 보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재미와 감동 그리고 그 속에 자신의 철학까지 넣어 가볍게 보지만 결코 웃음으로만 끝나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그리게 하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여름휴가 중에 손에서 놓지 못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