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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와 관련한 창작론 중에서 최고로 꼽는 이 책은 [스티븐 킹 마니아]인 개인적인 이유도 있지만 그의 살아온 인생 속에서 어떻게 글을 써야하는지가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제목으로 적어놓은 것처럼, 책을 읽고 나면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슬그머니 도망가기 전에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단순히 보여 지기 위한 글쓰기인지, 아니면 글을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서 쓰고 싶은 것인지.

- 소설의 아이디어는 그야말로 허공에서 느닷없이 나타나 소설가를 찾아오는 듯하다. 전에는 아무 상관도 없던 두 가지 일이 합쳐지면서 전혀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43

전적으로 동감하는 부분이다. 정말 글이 쓰고 싶은 사람은 진도가 안 나가서 못 쓰는 경우는 있어도 쓸 ‘거리’가 없어서 못 쓰지는 않는다. 그냥 걸어가다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다가, 화장실에서 이를 닦다가, 하다못해 잠을 자다가도 스토리가 지나가고는 한다. 뭔가가 너무 쓰고 싶어서 좀이 쑤실 지경이 오면 완결작은 없어도 쓸 내용들은 넘쳐난다.

- 내가 열네 살쯤 되었을 때 그 못은 꽂혀 있는 거절 쪽지들의 무게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나는 못을 더 큰 것으로 바꾸고 글쓰기를 계속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글을 써왔는지 확인해보면, 그가 처음부터 글을 잘 썼던 것이 아니라 쉼 없이 써재낀 부지런함과 열정이 실력을 향상시켜왔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도 먹고 살기 위해 교사자격증을 취득하고 교직에 몸을 담지만 쓰고 싶은 욕구를 참아내지 못한다. 한 가족의 가장이기 이전에 하고 싶은 것이 너무나도 명확한 드리머. 우리에게 그의 이름이 알려진 건 영화로도 유명한 [캐리]를 통해서이다. 그러나 이 글이 생각처럼 쉽게 출간이 되지는 않았다. 게다가 쓰레기통에 버려진 걸 그녀의 아내가 살려놓음으로써 구사일생된 글이기도 하다.

- 캐리 화이트를 통하여 나는 일찍이 다른 소설을 쓰면서 느끼지 못했던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었다. 정서적으로 또는 상상력의 측면에서 까다롭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작품을 중단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점이다. 때로는 쓰기 싫어도 계속 써야 한다. 그리고 때로는 형편없는 작품을 썼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좋은 작품이 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쓰레기를 썼다고 하더라도 끝장을 봐야 한다. 쓰다가 마는 건 누구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이 글 속의 주인공들을 살려내어 독자들과 호흡을 하고 싶다면 시작한 글을 완결 짓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다. 완결된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완성미 갖춘 글들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쓰기 싫어도 계속 써야 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 사실 나는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하면 남들이 일벌레라고 부르든 말든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쓴다. 크리스마스와 독립기념일과 내 생일도 예외일 수 없다. 완전히 손 놓고 있는 동안에는 늘 안절부절 못하고 잠도 잘 오지 않아서 탈이다. 나에게는 일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짜 중노동이다. 오히려 글을 쓸 때가 놀이터에서 노는 기분이다./187

글쓰기는 분명 힘든 작업이다. 하지만 노는 것이야말로 괴로울 만큼 쓰기가 좋은 스티븐 킹 같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이것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사실인 것 같다. 그 정도로 쓰고 싶은 것이 있는지, 또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불안할 만큼 글쓰기가 좋은지…….

- 어쨌든 나는 3개월 이내에 초고를 끝내야 한다고 믿는다. 나는 하루에 열 페이지씩 쓰는 것을 좋아한다.

처음의 의도와 어긋나거나 생각과 달리 묘사가 안 나와서 완성을 못하고 질질 늘어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책 한 권 분량에 해당하는 글을 목표로 잡았을 때 주인공들을 이끌어나가는 힘과 분위기를 잃지 않으려면 3개월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있다.

- 새로운 집필 장소에 들어가 문을 닫을 때쯤에는 하루의 목표량도 정해놓았을 것이다. 육체적인 운동을 할 때처럼 글쓰기에서도 처음에는 목표를 낮게 잡아야 실망하는 일이 없다.

-소설 창작이란 어떤 이야기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는 것이 나의 기본적인 신념이다.

- 단순히 그러기 쉽다는 이유로 기나긴 묘사에 매달려 하염없이 방황하는 것은 나에게도 여러분에게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할 일이 따로 있으니까.

그는 교통사고의 후유증 속에서도 글을 썼다. 열네 살, 더는 거절 받은 쪽지를 붙일 공간이 없을 만큼 많은 거절을 받으면서도 미친 듯이 글을 썼다. 만일 누가 시켜서 그런 거라면 그만한 고문이 또 있을까. 이 책의 제목은 [유혹하는 글쓰기]이지만 유혹하는 글을 쓰고 싶다면 그 이전에 내가 글에게 유혹당하고(?) 있는지부터 생각해보자. 쓰지 않으면 안될 만큼 글쓰기가 유혹적이라면 더 이상의 고민은 필요 없다. 우리에게는 쓰고 싶은 생각과 쓸 도구만 있으면 된다. 워낙 유명한 책이지만 지금 글과 싸우며 고민하고 있다면 스티븐 킹의 삶 속으로 잠시 들어가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