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oad
과연 이 길은 무엇일까?
어디로 향하는 길일까?
그 길을 가야 하는 우리는 어떤 느낌일까?
이러한 상념들이 먼저 책을 읽기 전에 내 머리 속에서 맴돌기 시작하였다.
이 세상을 "죽음"으로 단정하며, 이러한 죽음의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작가 코맥 매카시는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필치로 보여준다.
이를 희망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절망으로 받아들여야 할지는 작가 코맥 메카시가 아닌 바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선택하도록 내버려 둔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 작품은 자신의 어린 아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을 때 구상하게 된다. 어쩌면 죽음을 향해 치닫는 작가 자신과 이제 삶을 시작하는 어린 아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
죽음과 생명, 극과 극을 향하는 두 사람의 상반된 모습을 통해 아마도 작가는 이 책을 썼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작가 자신은 이제 삶을 시작하는 어린 아들을 보면서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사랑하는 이들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야 하는 죽음 앞에서 작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길에서 작가는 죽음이라는 종착점을 향해 앞만 보고 걸어가야 할지, 아니면 하염없이 뒤돌아 볼까?
탄생은 알 수 없지만, 죽음은 바로 의식해야만 하는 인간이기에 죽음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이 아닐까?
아니 어쩌면 죽음 그 자체보다도 죽음을 향해 가는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그 상황에서 느끼는 공포가 더 큰 고통이 아닐까?
작가는 잠든 자신의 아들을 보면서 어쩌면 이러한 생각들을 하면서 깊은 상념에 빠져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이 소설의 탄생 배경은 남다르다.
대재앙으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세상, 이 절망적인 곳에서 아버지와 아들은 나란히 걸어간다. 그들에겐 모든 게 부족하다.
그리고 그들에게 닥치는 위험한 사건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그들은 삶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살아있다는 게 중요하다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살아있다는 것이 과연 그들에게 왜 중요할까?
과연 나라면 어떻게 할까?
지금의 내 상황을 볼 때,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또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내 삶 자체가 순탄치만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소설 속의 상황을 통해 내가 처해 있는 이 세상은 과연 살만한가?
이 세상이 살만해서 내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중요하는 걸 깨닫게 된다.
이 소설의 남자처럼 말이다.
이 세상은 남 혼자 남겨져 있지 않다.
가족이 있다.
그들은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다.
이들을 떠난다는 건 너무나 아픈 고통이다.
그러기에 그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도 쉽게 삶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오늘날에는 천국이라는 곳이 장소적인 개념을 탈피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천국이란 반드시 죽어서 가는 그런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삶을 살면서도 천국을 만끽할 수 있는, 천국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종말론적인 삶이라는 것이다.
천국이란 신이 허락한 인간에 주어진 가장 큰 행복이다.
이러한 천국은 인간이 완벽하게 규정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다.
한가지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우리가 처한 상황이 아무리 절망적이더라도 희망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소설에선 왜 이 세상이 이렇게 되었는지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왜일까?
그건 외부적인 요인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바로 인간 내면이다.
이 소설은 많은 걸 생각하게 해준다.
그 부분은 철저히 독자의 몫이라고 본다.
남자는 자는 아들을 보며 하염없이 흐느껴 운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바로 이 눈물의 원인이 죽음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죽음, 생명, 삶, 절망, 희망, 인간, 그리고 사랑에 대해 좀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이들에게 감히 추천하고픈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