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면 된다ㅡ 이 얼마나 촌스럽고 구식인가? 시대는 첨단을 달려 효율성을 극대화 시키는 각종 경영기법과 지식들로 넘쳐나는데 어인 정신론이란 말인가?

 그러나 여기에 그 정신론으로 일가(一家)를 이룬 회사가 있다. 바로 일본전산이다. 나가모리 시게노부라는 시대를 대표하는 맹장(猛將)이 용맹과 도전만으로 일궈낸 회사. 온 세상사람들이 삼류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모여 일궈낸 세계 최고의 회사. 열정과 노력, 끈기만으로 일궈낸 회사. 바로 그 회사에 관한 이야기이다.

 즉시 한다. 반드시 한다. 될 때까지 한다.

 근대가 시작된 이후 사람들의 뇌리에서 ’정신론’은 잊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자리를 효율과 기능, 지식이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경영 기법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경력 관리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으며, 생존 방법만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점점 근본적인 무엇인가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손과 발, 가슴과 심장은 퇴화하기 시작했고, 오직 입과 머리만이 남았다. 기술에 관해 이야기하는 동안 철학을 잃었고,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열정을 잃었다.

 나가모리 사장은 퇴화해가던 손과 발, 가슴과 심장을 온 직원이 다시 사용하게 만들었다. 자리에 앉아서 ’되지 않는 이유’를 고민하게 만들지 않고, 두발로 걸어다니며 열정이 가리키는대로 따라가게했다. 청소와 같이 작은것부터 하나하나 해나가는 습관을 통해 자칫 조직내에 퍼지기 쉬운 나태와 게으름을 몰아냈고, 손과 발을 움직여 패배감이 곁에 다가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최첨단 정신론

 사람들은 흔히 ’정신론’이라고 하면 구태의연한 것, 진부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일반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무작정 열심히 하는 것 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이야기는 여전히 맞는 얘기이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나가모리 사장의 정신론이 단순무식한 어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책 잘못 읽었다. 나가모리 사장의 정신론은 이전의 것과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창업자로서 그를 평가하자면, 그는 시장 참여자들의 역량을 분석하는데 천부적 감각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의 16시간 근무이론은 일견 들으면 ’무슨 일을 저따위로 무식하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결정은 냉정하게 자기 회사가 가지고 있는 장단점과 타 회사가 가지고 있는 장단점을 분석했기에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다. 작은 기업은, 아니 작은 것은 일반적으로 속도가 빠르다. 이는 자연의 법칙이다. 꿈을 위해 24시간 쉬지않고 달리겠다는 4명의 사람이 모인 회사이기에 나가모리 사장은 16시간 근무를 모토로 걸고 회사를 이끌어나갈 수 있었다. 어느정도 규모가 갖춰진 회사는 감히 16시간 근무와 같은 방식의 회사 운영을 따라할 수조차 없다(근무시간을 늘린다는 것은 단순히 직원을 자리에 앉혀둔다고 해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술, 자금, 마케팅 등에서  선발 기업에게 열세를 보이지만 창업 초기의 일본전산만이 가지고 있는 스피드를 핵심 역량화시킨 회사 경영이 16시간 근무인 것이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경영 세부사안들(채용, 창업 초기 2년차 사원의 거래처 응대, 3M과의 거래 계약 등)에서 그는 한발앞선 스피드라는 무기로 시장을 개척해나간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시 해야할 것은 단순히 ’스피드’라는 경영 기법을 통해 세계최고수준의 기업이 된 것이 아니라, ’스피드’라는 일본전산의 경영기술이 ’하면된다’는 철학과 맞물러 시너지 효과를 냈기 때문에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는 점이다. 회사 철학이 없이 스피드만 강조했다면 구성원들은 지쳐 쓰러졌을 것이고, 스피드라는 경영기법 없이 하면된다는 정신만 가지고 있었다면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자멸하고 말았을 것이다.

 철학이 기술을 뒷받침하고 기술이 철학을 보완하는 회사. 그게 바로 일본전산인 것이다.

 의미있는 기업

 단순히 일본전산이 기술력에 집중해 세계 최고의 회사가 됐다는 이야기라면 이 책은 그저 그런 경영서 중에 하나로 남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그리고 일본전산이 다른 세계 유수기업과 다른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점은 그들의 M&A 방식이 남과 다르고 역량이 뛰어났다는 점이다.

 나가모리 사장이 좋아하는 구절 중에 ’’측정할 수 있다면 개선할 수 있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그는 기술력이 있는 기업은 얼마든지 회생시킬 수 있고, 또 사회적으로 기술력을 잃는다는 것은 큰 손해이기 때문에 회생시켜야만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 단순하고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그는 M&A를 해서 늘 성공시킨다. M&A 대상 선정도 단순하게 하지만, 그는 회생 작업도 단순하게 한다. 열정을 고취시키고 패배의식을 쫓아내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여 청소와 구호 외치기 같은 단순한 방법으로 목표를 이루어낸다. M&A를 단순한 회사 합병 및 매수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회사가 하나의 철학을 공유하는(열정과 노력이라는) 문화 공동체가 되도록 만들어내는 것이다. 단순하지만 확실하게 측정하여 이를 개선해 목표를 달성해내는 그의 경영 프로세스는 날로 복잡해져가는 경영 문화에 핵심을 찌른 그야말로 정석 중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전산은 종업원 13만명의 거대 회사가 되었고, 조직이 커지면 초심이 변하고 행동이 둔해지기 마련이다. 나가모리 사장은 이를 날마다 경계하고 회사 내에 활력을 유지시키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리더가 쉬는 순간 모든 것이 끝이다’라고 말하는 나가모리 사장. 그의 빛나는 경영행보는 앞으로 있을 그의 걸음걸음을 우리로 하여금 기대하게 만든다. 결코 패배하지 않는 기업. 오로지 도전만이 있는 기업. 그것이 바로 일본전산이다.




나가모리, 일본전산, 경영

 그냥 자본주의가 아니다. 슈퍼자본주의다.

 책의 저자 로버트 라이시는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세계를 ’슈퍼자본주의(Super Capitalism)’라고 말한다. 자본주의면 자본주의지, 슈퍼자본주의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신자본주의, 수정자본주의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슈퍼자본주의라는 말은 생소하게 들리기만 한다.

 저자는 지금의 자본주의와 1950년대~70년대에 존재했던 자본주의가 다른 존재라고 말한다. 자본주의면 자본주의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그는 현재의 자본주의를 소비자와 투자자를 위한 자본주의라 규정짓고 시민의 존재가 자본주의로부터 소외되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전의 자본주의는 사회와 함께했다. 함께 태어났고, 함께 성장했고, 함께 살았다. 기업의 성장은 곧바로 사회 구성원들의 혜택으로 이어졌고, 기업은 자신의 수익창출 못지 않게 공공의 선을 위한 활동에도 열심이었다. 사회의 안정성을 위해 기업들은 기업의 구성원들에게 복지혜택을 제공하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사회와 국가를 위해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시간을 할애하기를 아까워하지 않았다. 미국 전역에 걸친 안정된 독과점 체제가 어느 정도 손해를 보전해주었고, 부담을 분산시켰다. 이 시기 기업은 시민에게 호의적이었고 관대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기술의 발전은 세계화를 불러왔고, 세계화는 소비자와 투자자가 더 좋은 거래처, 투자처를 찾기 좋은 상황을 만들어주었고. 이 때문에 기업은 이전보다 더욱 소비자와 투자자에게 헌신할 수 밖에 없게 되어, 공공선을 추구하고자 하는 시민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또한 이렇게 말한다. 우리 모두는 시민임과 동시에 투자자이고 소비자라고. 각 이해당사자의 행동은 어느 일인에게 오롯이 한쪽으로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향에서 영향을 끼친다고.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각 개인은 어디쯤에 중심을 둬야하는가. 소비자, 투자자, 시민의 간극 가운데 어느 곳에 자신의 위치를 정립하여야 하는가. 환경이 파괴되기를 원하지 않지만, 내가 투자한 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기를 바라지도 않고, 근로자들에게 더 높은 복지혜택이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물건을 구매하기는 싫다. 방목되어 길러진 소의 우유가 유기농인 것인지, 방목되어지지 않았더라도 순수 자연사료만 먹고 자란 소의 우유가 유기농인지에 대한 논란은 소비자로서 최소의 가격으로 최대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선택을 해야할 것인지 투자자로서 최대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선택을 해야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과 다름없다.

 이 책은 현실 해석이다. 다만 같은 해석에서 다른 결론이 도출될 수 있는 법. 정부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소비자와 투자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하는가, 소외된 시민의 권익을 수호해야 하는가? 결론은 각자가 내리는 것이고 결정은 선거에서 나게 될 것이다.




라이시, 슈퍼자본주의, 자본주의, 로버트라이시

 폴 크루그먼.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 수상자로, 2008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기도 하지만, 요즘 그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까닭은 그가 높은 기대와 열렬한 지지를 받고있는 오바마 정부의 경제정책 기초를 세운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크루그먼의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가는 곳마다 함께했다는 이야기는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오바마 정부가 앞으로 보여줄 경제정책의 행보를 짐작하는데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필독서로 지정하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의 주장은 간단하다. 건전한 사회는 적정한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중산층이 두터운 사회이며, 미국이 그러한 사회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는 2차 세계 대전이후(루즈벨트의 뉴딜 이후) 미국 역사상 최고의 경제적 안정을 이루었던 40년대~70년대 사회와의 비교분석을 통해 미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GDP는 증가하는데 왜 개인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가? 그는 이러한 상황이 ’술집에 빌 게이츠가 들어서면 그 술집안에 있는 사람들의 1인당  GDP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나 소득 순위의 중간값은 변화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GDP의 증가, 매년 이어지는 경제성장의 과실이 온 국민에게 골고루 분배되는 것이 아니라 소득순위 상위자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메디케어와 같은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하고 이에 대한 비용을 고소득자에 부담시켜야 한다고 이 책을 통해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이 이득을 보는 경제정책이 소수에게 이익을 집중시키는 경제정책과의 대결에서 패배해온 까닭(즉, 선거에서 민주당의 경제정책이 공화당의 경제정책에 패배해온 까닭)을 경제적인 배경에서 찾지 않고 정치, 사회적 구조와 연관시켜 밝혀나간다.

 이 책은 미국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미국의 이야기는 언젠가 미국을 넘어 전세계의 이야기가 된다는 점을 생각해봤을 때, 우리에게도 시사하는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며 ’미국이 서있는 현실과 우리의 현실은 무엇이 다른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내는 것 또한 우리가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의의가 아닐까 싶다.

 적정한 수준의 생활 수준을 향유하는 다수의 중산층이 존재하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당신이라면 이 책을 반드시 읽을 것을 추천하고 싶다. 당신이 고민해왔던 방법론에 대한 해답이 이 책안에 들어있다.

 다만 어떤 사회가 올바른 사회인가라는 질문에 당신이 아직 대답을 하지 못했다면, 이 책을 손에 들기보다 자신만의 시간을 더 갖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한다.




크루그먼, 경제, 오바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