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어학연수를 온 중국인 아가씨 Z와 스무살의 나이차가 나는 영국인 남자의 사랑을 다룬 소설이다.

한번도 중국밖을 나간 적이 없는 스물 네살의 Z는 영어사전 하나만 들고 런던으로 오고 외로움에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 영국인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남자의 미소가 자길 편안하게 해 준다는 Z의 짤막한 영어단어 덕분에 "Be my guest"를 남자의 집에서 살아도 좋다는 뜻으로 잘못 이해하게 되어 둘의 동거는 시작된다.

 

Z의 서툰영어일기를 그대로 번역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는 초반부의 극 전개는 읽기에도 어색한 문장들과 잘 알아듣지 못한 단어로 인해 생기는 오해들, 그에 대한 풀이 등으로 조금 지루하다.

허나, 곧 그들의 사랑 이야기와 그 사랑 속에서 서로의 문화적 차이에 따른 갈등을 엿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외국인과 사랑에 빠진 듯한 착각이 들게 만든다. 그런 섬세함이 "샤오루 궈"(작가)의 개성일것이다.

단순히 문화와 생각의 차이에서 오는 다툼이나 감정들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갈등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방향으로 전개가 되었으면 더 흥미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또한 후반부로 갈수록 매끄러워지는 문장 만큼이나 서양문화를 알아가는 Z의 모습을 보았다면 중국으로 돌아가서 어떻게 생활하는지에 대한 궁금함으로 후속작을 기대할 수 있었을텐데 그저 생각의 갈등만으로 끝나버린 것 같다.

 

서로를 사랑은 하지만 그 사랑의 범위가 다른 두 남녀의 차이를 어떻게든 좁히고자 하는 노력이 없었던 것 만큼 둘의 사랑을 지속할 만한 어떠한 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Z의  영어실력이 단어선택에서조차 헷갈려하고 서툴었던 것에서부터 조금은 매끄러운 문장을 만들 수 있을만큼 나아졌을 뿐이다.

Z의 영어실력의 변화만큼의 적절한  이해가 있었을 뿐, 그둘의 시각을 좁힐 수 있는 진정한 이해와 사랑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

나는 생각한다...

또 다른 한편으론... 같은 언어를 구사하면서도 서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연인들을 위해 작가가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직접 몸으로 마음으로 부딪히면서 배웠던 Z의 사랑 속 영어만큼이나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는 얼마나 많이 성장하고 있는지를 한번쯤 다시 돌아보게 하는 것 같은 ...왠지 Z의 발자취를 따라다닌 것 만큼 "배려"와 "이해"라는 단어가 내 맘에 자리잡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검색엔진

세이트 클라우즈.

벌목촌과 제재소 공장이 있던 시골 마을로 공장의 철수로 인해 버려진 황폐한 곳...

이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고아원과 병원을 운영하는 닥터 라치는 이 곳에 버려진 고아들과 임신한 여자들을 위해 일종의 "주님의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의 가장 큰 소명이기도 한 "낙태수술"은 어쩔 수 없는.. 잘못된 임신으로 인해 고통받는 산모와 낙태가 불법이라는 사회인식 때문에 불법시술로 인해 죽어가는 여자들을 위한 것이라 그는 굳게 믿는다.

동료의사들의 "악마의 일"이라는 편견에도 불구하고 그 일도 "주님의 일"이라 여기며 낙태를 해 주거나 또는 분만을 해 주거나 .. 분만 후 버려지는 아이들을 맡아 키우며 입양을 보내는 것이 그의 일인 셈이다.

 

그 고아원에서 태어난 호머는 네 번의 입양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하고 고아원에서 자라기로 한다.

닥터 라치는 그런 호머를 후계자로 생각하고 그에게 모든 것을 알려주고 가르치나 호머는 낙태 반대의 입장이다.

태아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믿는 호머와의 의견차이로 인해 갈등이 생기고...

캔디의 낙태수술을 위해 병원을 방문한 월리와 캔디를 따라 그들의 "오션 뷰 사과농장"으로 떠난 호머는 그 곳에서 농장일꾼으로 살아간다. 캔디를 사랑하지만 그러면 안된다는 도덕적 규칙때문에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전쟁에 참여한 월리의 실종으로 인해 결국 캔디와 연인으로 발전해 아이(앤젤)까지 낳고 살게 된다.

후에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왔으나  장애인이 된 월리를 모른척 할 수 없어 그와 결혼한 캔디... 그리고 아이와 월리에게 비밀로 한채  15년을 함께 살아가는 호머... 이러한 기이한 동거 속에 호머는 그가 이미 규칙을 깼다는걸 뒤늦게 알게 된다.

 

세인트 클라우즈 외의 바깥세상을 오션 뷰 사과농장으로 표현하면서 거기에서의 일상을 규칙으로 설명한 작가의 위트가 정말 대단하다.

사과 농장의 벽에 붙은 규칙문의 수많은 규칙에 대해서 그들 나름대로 삶에 밀착된 것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흑인 노동자들이 까막눈이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는.. 나조차도 지키지 않는,,.,또는 지켜져야만 하는 규칙에 대해 얼마나 생각하는지 스스로 되묻게 되었다.

 

또한, 멜로니의 영웅이었던 호머가 용기있게 "삶의 규칙"을 택했던 것은 진정한 영웅이 누구인지를 알게 해 준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삶의 규칙들 속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사이더 하우스"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전혀 지루하거나 딱딱하지 않은 그야말로 감동적인 명작이다.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가지고 그것을 묵시적으로 동의하는 것과 반대하는 것 사이의 갈등을 이렇게 긴 이야기로 풀어갈 수 있는 작가의 능력이 참으로 대단함을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