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명불허전이다. 작가의 신작은 역시나 이사카 고타로 라는 말이 나올만큼 멋지고 마음에 든다. 시작과 끝의 아귀가 완벽하게 맞물려 하나의 거대한 작품을 만들어 내는데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만큼 섬세하고 치밀한 이야기로 독자를 즐겁게 해주는 작가의 능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고 생각한다.

 

책속의 스토리는 이런 이야기다. 대략 간략하게 이야기 해보자면, 각각 밀치기<뒤에서 민다> 자살유도킬러, 칼잡이, 독살이 주업인 킬러들이 주로 등장하며, 아내의 복수를 하기 위해 살인자의 회사에 입사한 스즈키가 우연히 복수대상이 밀치기에 의해 죽음을 당하는 순간을 목격, 순식간에 유일무이한 목격자가 되버리면서 뒷세계에서 일약 스타덤(?)에 올라 모든 사람들이 밀치기의 행방을 찾기위해 스즈키를 압박해 나간다는 스토리가 된다.

 

뭔가 엄청난 임팩트가 있는것도 아니고, 숨막히는 서스펜스가 느껴지는것도 아닌 어찌보면 너무나도 간단해 보이는 이 이야기속에 작가는 그동안 다른 전작들을 통해서 보여줬던 동물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나 정치가에 대한 반감, 인간에 대한 견해 등등 다소 삐딱하고 익살스러워 보이는 작가의 모습 그 자체가 고스란히 녹여냈으며, 그외 이 세상이 단순히 선과 악이라는 흑백으로만 구성되지 않는다는 점도 이야기 하고 있다. 이런 삐딱함이라니.. 어딘지 모르게 학창시절 공부잘하던 삐딱한 소년이었을것만 같은 작가의 이런 느낌 자체가 개인적으로 참 좋다.

 

개인적으로 봤을때 이사카 고타로는 어찌보면 한 없이 따뜻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작가 일수도 있지만, 어찌보면 참 냉정하기도 한 작가라고 생각된다. 인간에 대해서 가차없이 냉정하게 평가를 내리고, 그에 비해 동물들에겐 한없이 따뜻하다.(이번 작품에서도 이런 느낌을 뚜렷이 받았다.) 현대 사회에 인간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 인구밀도가 높아져 난폭해진 인간이 등장하면서 살인자들이나 그외 기타 나쁜 인간으로 변형되어간다 라는 느낌의 이야기. 무언가 인간보단 동물이 더 우위에 있다라고 느껴지게 만드는 묘한 느낌. (하지만 그래도 나는 작가의 이런 점 마저도 좋은걸. 어쩔수 없다.)

 

제목에서부터 나타나는 작가의 익살스러움과 삐딱함을 새삼스럽게 발견한것만 같아 괜히 혼자서 뿌듯해진다. (그레스호퍼) 라는 얼핏보면 이 무슨 쌩뚱맞은 제목인가 싶은 단어도 책을 읽고나면 아~하며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이 익살스러운 삐딱함을 어찌 좋아하지 않을수 있겠는가. 책속에 자신의 주장과 생각들을 뚜렷히 하나되게 관철시키는 곧은 심리(?)마저도 좋아지게 만들다니.. 책에 대한 이야기가 편파적일수 밖에 없음은 당연한일..

 

게다가 이사카 고타로만의 특징인 작품 속에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야기를 찾는 재미는 어김없이 찾아왔다. 그래스호퍼 속에 등장하는 미래는 신의 레시피 대로 움직인다는 이야기를 전해주는 다나카씨의 등장과 함께 이야기된 오듀본의 기도속 허수아비와 다시등장하는 나그네 비둘기의 이야기. 이렇게 이사카 고타로의 책을 읽으면서 책속의 책을 찾는 즐거움이 어찌나 큰지 이제는 중독이 되어버린것만 같다.

 

이사카 고타로.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가 무척이나 힘든 작가의 매력, 그 매력이 무엇인지 좀 더 많은 독자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소박한 소망이 든다. 멋진 작가의 새로운 이야기 별 다섯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