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다 히데오는 이름만으로도 우리나라에서 손꼽힐만큼 인기 있는 일본작가이다.
이 책은 1992년부터 1999년까지 모노 매거진이라는 잡지에 연재한 스포츠 에세이를 모아 만든 책이다. 그의 명성이 지금과 같이 유명하지 않았을 때의 글을 읽는다는 새로움이 있었다. 이전의 오쿠다 히데오는 어떤 글을 썼을까? 어떤 글이 지금의 오쿠다 히데오란 명성을 얻게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처음부터 하나하나 읽기 시작했다.

 

스포츠에 관한 책이라서 처음부터 술술 읽혔다. 어려운 용어 구사로 지루하고 답답한 느낌이 아니라 산뜻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포츠를 단순히 경기 관전에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에 대한 전반적인 즐거움을 곳곳에서 찾는다. 물론 오쿠다 히데오만의 방식으로 말이다.
나 역시 그의 글을 통해 같이 공감하는 부분은 슬며시 웃음도 지어졌고 어떤 부분은 이건 아닌데라고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나는 할 줄은 모르지만 스포츠 경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축구부터 야구 그리고 비인기 종목인 하키 베트민턴까지 종류를 가리진 않는다. 몸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지만 관전하나 만큼은 자신있다라고 생각했는데 자만이었나보다. 단지 승부 그 순간을 즐겼던 것 같다. 책을 읽는 동안 재미있는 비유와 순간적인 위트를 통해 좀 더 스포츠와 친숙해진것 같다.
아마 엉뚱하고 기발한 오쿠다 히데오의 생각이 나에게로 전염된 것 같이 느껴진다.
그래서 일까? 얼마 전 김연아 선수의 경기를 보면서 그녀의 연기뿐 아니라 화면에 비쳐지는 이것저것을 둘러보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경기 결과에만 집중할게 아니라 경기 자체를 즐기면서 뒤돌아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 

 

[밤은 천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라는 제목을 처음에 본 순간 나는 하늘의 별을 떠 올렸다.
밤 하늘 가득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운 별. 그 별빛 아래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이야기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상반된 것이었다. 
책 표지에 “진정한 누아르의 아버지” 코넬 울리치라고 쓰여있다. 작가의 이름도 생소하지만 유독 누아르란 단어에 눈길이 갔다. 그래서 그게 무슨 뜻인지 사전을 찾아보았다.
누아르는 어두운, 음산한, 검은이란 뜻을 가진 단어였다. 이제야 이해가 갔다.
책 제목에 숨은 뜻과 더불어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그림까지 말이다.

 “당신은 3주 안에, 정확히 자정에,

그것도 사자의 아가리에서 죽을 것이다!”

사람의 죽음에 관해 미리 예언하는 이 한마디 말로 인해 이 책은 시작한다.
경찰관 숀은 어느 날 우연히 자살하려는 한 여인을 구하게 된다. 그 여인은 부족할 것 하나없이 자란 평범한 여인이었다. 그런 그녀가 자살이 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운명 앞에 다가설수록 점점 커져만 가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예언가에게 들은 한 마디 말 때문에 그녀와 그녀의 아버지 인생은 송두리째 휘청거린다. 처음에는 믿지 않으려 했지만 모든 상황이 딱딱 맞아 떨어져가는 것을 보면서 자신들도 모르게 공포를 느낀다. 별 것 아닌 것도 모두 그 일과 연관된 것처럼 느껴지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두려움을 느끼는 동시에 서서히 조여져 오는 죽음에 대한 불안으로 그녀는 점점 극도의 흥분상태가 된다. 그러다 자살을 결심한다.

긴장을 늦추지 않는 전개와 예언 앞에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불안을 느끼는지를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말하고 있다. 딱딱 맞아 떨어지는 예언 그리고 시시각각 느껴지는 공포의 순간을 절묘하게 이야기하면서 한 순간도 긴장감을 늦출수없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생각한다. 나 또한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 나의 미래를 알고 있다면 그리고 그 미래에 대해 나에게 이야기 해준다면 지금부터의 삶이 너무 불행하지 않을까싶다. 물론 미래를 먼저 안다고 해서 모두가 다 불행한것은 아니다. 그 깜깜한 밤 안에서도 얼마든지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조그만 것, 사소한 것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죽음이 예견되었다고 두려움과 공포속에서 떨기보다는 극복하려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이 책은 아마 그것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깜깜한 밤 하늘에도 반짝이는 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브라운 아이즈의 윤건이 말하는 사랑이야기.
브라운 아이즈하면 with coffee라는 노래 제목이 떠오를만큼 브라운 아이즈 윤건에게 커피는 빼놓을 수 없는 것 같다. 그런 그가 커피와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또 생각해 보게 된다. 커피와 사랑의 공통점을 말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중독이다. 중독은 두 가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커피든 사랑이든 좋은 의미 중독은 사람들 늘 활기차게 하지만 나쁜 의미의 중독은 때론 사람에게 해가 된다. 다시 말해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늪 같다. 그리고 날씨가 추워지면 더 생각난다는 공통점이 또 있다. 날이 차면 따뜻하게 몸을 녹여주는 커피가 생각나고 또 옆에 있는 그 사람이 생각난다.

나 또한 커피를 너무 좋아한다. 우리가족 모두가 좋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커피 없는 삶을 생각할 수조차 없다.
할머니는 달달한 믹스커피. 엄마는 카푸치노, 그리고 나는 약간 쓴맛나는 아메리카노, 동생들은 그냥 주는 대로. 제 각각 입맛도 달라서 커피를 즐기는 취향도 다르지만 커피라는 공통점은 있다. 흔히 남들은 몸에 안 좋은 거 뭐 계속 마시냐고 핀잔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내가 기분좋게 마시고 마음이 즐겁다면 하루 한 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다. 더군다나 나 혼자만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책과 함께 있는 커피. 어쩐지 어울리는 분위기지 않은가?

이 책은 그런 커피와 사랑에 관해 쓰여진 책이다. 특히나 사랑의 감정을 설렘, 끌림, 추억, 사랑으로 나누어 커피와 연관시켜가며 가슴 벅찬 그 감정을 전달한다.
때론 씁쓸하기도 하고 때론 달콤하기도 한 세 사람의 마음을 한편의 에세이 같은 형식으로 전한다. 누군가에게 담담이 털어 놓듯 이야기하는 그 느낌이 참 와 닿는다. 처음 사랑을 시작할 땐 설레임으로 그 다음은 끌림으로 사랑이 지나갔을때는 추억으로 남겨지는 그 과정을 까페라데, 카페모카, 아이리시, 아메리카노의 향을 빌어 잘 말하고 있다.
그 중에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아메리카노이다. 농도만 연하게 만들어 커피 본래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아메리카노. 아마 내가 가장 좋아해서 눈에 띄지 않았을까싶다. 매일 마시지만 커피 사랑말을 안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바로 “너의 까칠함에 중독되어버렸어”이다. 처음 이 말을 보고는 의아했지만 곱씹어 생각하니 씁쓸하고 뒤맛이 깔끔해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추운 겨울 사랑에 관한 책을 읽고 나니 더 애뜻해진다. 나와 함께 씁쓸한 커피 한잔 마시면서좋은 친구 할 그런 사람이 있을꺼라 생각하고 자꾸 뒤 돌아보게 만드는 묘한 마력을 가진 책. 커피가 사랑에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