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황석영은 우리나라 문학계의 거장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순수창작소설은 아니고, 자서전적인 소설이기는 하지만 책 속에 들어 있는 내용으로 작가의 시대적인 관점과 그에 따른 가치관의 변화등에 대해 어느 정도 생각해 볼 수가 있었다.
반항적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뒷골목의 무조건적인 반항아는 아니고, 주위에까지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지만, 덜여물어진 가치관과 생각을 가지고 시대의 문제를 헤쳐나가는 작가의 사춘기적 상황이 잘 드러나보인다. 옳은 행동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왠지 나도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책 속의 ’준’이가 되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준’이 고등학교때 쓴 글이 잡지사에서 뽑혀 친구들과 책거리를 하고 집에 들어가서 어머니 앞에서 자기글을 읽어 드릴때는 나도 모르게 내 가슴 한 구석에서 무언가가 뭉클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학교를 자퇴하고 ’인호’와 전국을 누비며 무전여행 하는것, ’대위’와 막일을 하면서 전국을 돌아다니는 것,,,, 꼭 이런 생활들이 필요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교육 과정에 비추어 보면 학교에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그 어떤 소중한 것을 배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이 나중에 커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는 확률이 클 수는 있겠지만, 오히려 악의 원천이 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매너리즘에 빠진 일상 생활에서의 일탈을 꿈꾼적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세파에 찌든 기성세대가 아니라, 순수하다고 할 수 있는 가치관과 시각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기라면 무조건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이 시종내내 등장인물들의 1인칭 시점으로 되어 있어 처음에는 내용 파악하는데 서툴렀지만,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오히려 인물들의 속마음을 속속들이 알 수가 있어서 더 친근감이 든다. 인호, 정수, 상진, 영길, 선이, 미아 모두 정이 가는 친구들이다. 지금 내 바로 곁에 있다면 죽어라고 쫓아 다니면선 친구해달라고 할텐데....
’개밥바라기별’이라는 제목도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보았는데, 저녁에 뜨는 샛별, 즉 식구들이 저녁밥을 다 먹고 개가 밥을 줬으면 하고 바랄 즈음에 서쪽 하늘에 나타나는 별이라는 것을 알고 보니 아주 친근해진다.
마지막 작가의 말에 가장 내 가슴에 남는 구절이 있다.
" ’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끊임없이 속삭이면서, 다만 자기가 작정해둔 귀한 가치들을 끝까지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전제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너의 모든 것을 긍정하라고 말 해줄것이다. 물론 삶에는 실망과 환멸이 더 많을수도 있지만, 하고픈 일을 신나게 해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태어난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