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존경할 만한 인물을 꼽으라면, 나는 단연코 안중근장군을 뽑을 것이다. 요즘 "영웅"이라는 뮤지컬이 장안에 화제가 되고있다.

그 뮤지컬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안중근장군이 일본의 만행을 조목조목 자세히 말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렸던 기억이 새롭다.

사형을 선도 받고도 의연하게 동양 평화론의 저술을 위해 사형을 연기 해 줄것을 요청했던 그의 모습에서 영웅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결국 안중근 장군은 동양 평화론을 완성하지도 못한 채 31세의 나이로 사형을 당했다. 그의 어머님도 대단하다. 사랑하는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 이렇게 된 마당에 깨끗하게 죽으라는 옥중 서신을 보낸다.

안중근 장군은 한국만의 영웅이 아니라,동양 전체의 영웅이었다는 것이다.

올해, 안중근 장군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많은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동방의 빛 이라는 드라마로 tv에서 조만간 안장군을 만날 수 있을 것같다. 이 도서를 통해 안중근장군을 다시 만나, 그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의아했다, 책 제목이 "이토히로 부미, 안중근을 쏘다"라는 타이틀에 다시 한번 눈을 비비고 제목을 보게 된다. 혹, 인쇄가 잘못되어 나온것은 아닌가? 출판사에 전화를 했다. 제목이 맞다고 한다.

책을 읽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안중근 의사의 아들 안준생이 사실은 이 책의 주인공이다.

그의 역사적 행태를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가? 나는 무척 당황했다. 그의 친일행적에 당황한 것이다.

역사의 영웅 안중근장군의 아들이 나라와 아버지를 팔아먹은 것이다.

물론 그는 살고 싶었을 것이다. 정복자 일본의 발 밑에서 어떻게든 가족과 자신은 생존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냥 사는 것이나라 한때라도 편하게 행복하게 살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새벽부터 밤까지 고된 일로 가족을 부양하고 싶었던 그였지만 현실은 그를 변절자로 몰고 만다.

일제의 위협에 굴복해 목숨을 구걸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행동에 필요한 정당화가 그에게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역사의 죄인인 것이다. 나라를 팔고 아버지를 판 역사적 배신자. 즉 매국노인 것이다.

이토히로부미의 아들의 설득에 그는 백기를 들었다. 일본의 전범 위령제마다 준생은 아버지의 거사에 참회자로 나서게 된 것이다.

준생은 허리를 숙이고 두 손으로 그들의 악수를 받았다.  환호와 탄식이 동시에 나오는 대목이다.

"테러리스트 안중근의 자식이 아비 대신 용서를 구했다" 일본은 환호했고, 한국은 땅을 쳤다.

아비와 국가를 팔아먹고 풍요로운 인생을 사는 준생 그들의 후손도 역시 지금까지 부유하게 잘 살고 있다.

역사에 타협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잘 사는 것이 정답인가 보다.

우습다! 영웅의 아들은 개 같은 삶을 살고 그 변절자의 자식은 다시 성공하고....

이 도서를 읽으면 역사와 사회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자 가슴속으로 다짐하게 된다.

과연 나는 가슴에 무엇을 품으며 살아왔는가? 안중근 장군처럼 31살의 나이에 큰 대의를 품어 본  적이 있는가?

그의 대의에 부합하는 큰 일을 도모하지는 못하지만 그의 아들 준생처럼 개같은 삶은 살지 않으리라 다짐해 본다.

문득 한가한 날 오후면 좋아하는 그림이 있는 미술관을 간혹 찾아 다닐때가 있었다.
특히 봄날의 따사로운 햇살은 비추는데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인사동 거리를 돌아다니며 작은 미술관을 기웃거리며 작가들의 그림을 보고 내가 좋아하는 풍의 그림은 좀 더 시간을 두고 보던 시절이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한가로운 날에 찾아다니던 미술관을 딱히 이유가 있어서 그림을 볼 줄 알아서 찾아 다녔던 것은 아니다,.
그곳에 가면 고요함이 흐르는 정적이 좋고 그림속에 묻어나 있는 물감 냄새도 좋았다.
살짝쿵 곰팡이 냄새나는 그곳의 정취가 좋아서 따사로운 봄날 먼거리에 있는 미술관을 찾아가기도 했다.
요즘엔 그런 한가로움은 없지만 좋은 그림, 보고 싶은 그림이 있을때마다 찾아다니는 미술관 기행은 아직까지도 지속 시키고 있다.

 이 책에서는 나의 미술관 기행과는 다른 주제가 있는 박물관에 다닌다. 주제가 있는 박물관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과 관련이 깊은 테마가 있는 박물관에 자주 간다.
아이들의 달별 주제에 맞춰서 다녀 본 박물관들을 둘러보면서 새록새록 잊고 지낸 것들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더불어 아이들이 처음 보는 풍경들을 보면서 이야기를 해주는 그런 낙이 있다.
최근에 가본 민속박물관의 우리나라 한복의 변천사라든가 옛날에 쓰던 생활 용품등의 모습들을 보면서 새삼 세월의 긴 흐름속에 변화하는 삶속의 살림들이 많이 편해졌음을 느낀다.
세월의 변화속에 시간이 묻어나는 물건을들 테마별로 정리해 놓은 박물관이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은 줄 몰랐는데 정말별별 박물관이 다 있다.
물건중에 유난히 사연이 있었던 물건을 박물관에서 만나게 되면 새록새록 그시절 잊고 지냈던 추억들을 더듬게 된다.
과거로의 여행....그래서 박물관에 가는 것이 아닐까...
나 또한 어린날  보았던 실뽑는 물레라든가 할머니 집에서 보았던 할머니의 돋보기 안경집등 지나간 기억들을 떠오르는 물건들을 우연히 만나게 되면 그때의 어린 나를 보게 된다.
이 책을 보면서 만난 쇳대박물관, 종박물관, 한국자수박물관등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도 멋진 물건들이 많은 곳이기에 한번은 꼭 찾아가 보고 싶다.
작가의 삶 속에 묻어나는 이야기들 속에서 인생을 보았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아가기에 글 속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좀 더 살다보면 나 또한 잊고 지낸 날들을 어떠한 물건을 보면서 기억할 날이 오리란 것을 막연히 느끼며 한가한 오후 2시에 박물관에 가고 싶다....

 ’누구나 가슴속 깊은 곳에 ’붉은 비단보’하나쯤 감추고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던가. 어디 폭풍 같은 사랑만이 사랑이겠는가. 그리움 한 땀 눈물 한 땀으로 수놓고 꿰매고 이어 붙여지어 낸 오색의 무늬. 그것은 저마다의 가슴속에 고이  간직한 그 무엇. 혹은 정인에게 바치는 찬연한 연서인지도 모르겠다.  끝내 하지 못한 사랑한다는 말 대신에.....누군가 그 마음을 읽어 낼 수 있다면 굳이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아도 그것은 이미 예술이다.’                                                                                                                                                               
                                                                                                                                                                    한국자수박물관           P.152

 ’내가 희구하는 해방과 일탈이란 어쩌면 현실 속의 공간이나 시간이 아니라 단지 일상을 빛나게 하는 꿈이라는 말인가.
다행스럽고도 슬프다. 철마도 목마도 열렬하게 달리고 달려이른 곳. 그곳이 다시 여기라니. 다만 지금의 여기가 어제의 여기와는 같지 않기를 바랄 뿐.’

                                                                                                                                                                                마사박물관       P.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