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뜬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作
'백색실명'으로 눈이 멀었던 지옥같은 세상 후
4년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은 역시나 흔치 않는 줄바꾸기와 단락의 매듭으로 인해 읽기는 힘들다
그러나 책을 들고 읽기 시작하는 초반부터 당신을 압도할 것이다
당신이 작금을 '대한민국'에서 보내고 있다면 말이다
도시에서 투표가 이루어진다.
(사실 어떤 인물을 뽑기위함인지는 기억나질 않는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투표율은 사상최고로 나온다
세상사람들의 정치참여가 훌륭하게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면서
개표를 시작하지만, 90%가 넘는 용지가 하얗게 채워져 있다
사람들은 투표용지만 넣었을 뿐 그 누구도 선택하지 않았다
당황한 정부는 재투표를 실시한다. 무엇인가 큰 오류가 났다면서
물론 결과는 당연하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들은 투표를 했다고, 선택했다고 말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들은 모두 백지를 그대로 냈다 격분한 정치수뇌들은 그 도시에
반동분자가 개입했다고 판단하고 여러가지 조치를 취해보지만
모두 무위로 돌아가서 급기야는
자신들의 도시를 버려둔 채 도망가기에 이른다
사람들이 썩어있는 정치와 세상에게 표출할 수 있는 행위들
이 땅 어디든지 존재하는 정치가.라는 인간들이 부리는 작태를
노골적이고도 당연하게 또는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읽으면서 계속 현 대한민국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생각이 났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볼 가능성은 없지만
그래도 이따금씩 내가 읽으면 좋을 것 같아서 책의 구절을 발췌한다
(문제가 되면 바로 지우도록 하겠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서,
맹목적으로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이 시대에,
나이가 들어서 젊었을 때 꿈꾸던 것과는 달리
돈도 많이 벌며 편안하게 살아가는 남자와 여자를 만나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그들도 열여덟살 때에는 단지 유행의 빛나는 횃불이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자신의 부모가 지탱하는 체재를 타도하고,
그것을 끝내 우애에 기초한 낙원으로 바꾸어 놓겠다고 결심한
대단한 혁명가들 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선택할 수 있는 수많은 온건한 보수주의 가운데
어느 것 하나로 몸을 데우고 근육을 풀었다.
따라서 그들이 과거 혁명에 애착을 갖던 것처럼
지금 애착을 갖고 잇는 그 신념과 관행들은
시간이 흐르면 가장 외설적익 반동적인 종류의
순수한 자기중심주의로 변해갈 것이다.
예의를 약간 걷어내고 말을 하자면,
이런 남자와 여자들은 자신의 인생이라는 거울 앞에 서서
매일 현재의 자신의 모습이라는 '가래'로 과거의 자기 모습이라는
얼굴에 '침'을 뱉고 있다.
주제사라마구,
눈뜬자들의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