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우체부 ; 나는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 - 권종상

 

 

 

 

 

 

행복체험 수기 , 시애틀을 소개할 목적으로 낯선 주인공인 '우체부'를 등장시킨 관광 가이드

 

읽기 전에 극단적으로 생각했던 예상은 이런 것들이었다.

'아침마당' 과 같이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출세하고 성공한 사람이거나,

즐겁게 인생을 헤쳐왔던 시간도 분명히 있었음에도,

끝없는 암흑의 구렁텅이에서 기적적으로 빠져나와 일반사람들은 평생가도 경험하지 못할 영光을 누리는 자들의 이야기.

 

 

그러나.

이 책은 달랐다.

 

'자서전'의 형식을 띄고 있지만, 그는 분명 우러러 볼만큼 고통스러운 길을 걸어왔거나, 호화롭게 성공하지도(외향적 모습으로) 않았다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찾을 수 있는 동네 형 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처럼 행복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도 드물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주위에서 볼 수 있지만, 흔하지 않은(?) 앞뒤가 맞지 않아서 더 크게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사람

 

 

 

시애틀에서 우체부를 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구성은 어떤 자서전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성장배경, 그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큰 일이며(이점이 시중에 라면받침대로 쓰이기 딱좋은 두께로 양산된 자서전들과 다른점이다)

소망이 어떤 건지 , 희망이 어떤건지 , 행복이 어떤건지에 대해 논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특이한 구성으로 '시애틀'에서 행복함을 영유하고 있다는 것에 착안한건지는 모르겠다만, 이 안에는 시애틀을 소개하고 tourist의 느낌을

받게끔 - 내 생각에 의도적이지 않나 싶다 - 하는 장치들이 삽입되어있다.

이건 일반적인 타인의 인생을 그저 '바라보고' 그로인해 가능하다면 '감명을 받을'수 있게 하는 구조와는 다른 점이다.

그와함께 행복의 조각들이 널려있는 곳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여행이 되어버린다.

기행문처럼 속도감과 공간감이 펼쳐진다.

 

일례로 시애틀은 '스타벅스'로 대변되는 커피의 고장이다. 커피 전문서를 보는 느낌이 드는 구절이 나타나기도 하고

아주 친절하게도 스타벅스가아닌 정통 커피숍들을 지리적 설명을 곁들여 소개하고 있다.

B & O espresso bar

peet's coffe on broadway

Espresso vivace roasteria

 

등등 맛집 책에 등장하는 상호명들이 그대로 등장한다. 설명도 굉장히 디테일하며 전문적이다.

 

기본 바탕이 저자의 경험에서 나타난 - 특징적으로 우체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이들보다 시야가 더 넓음은 분명하리라 -

이 같은 아이템!들은 책을 보는데 지루함을 감쇄 시켜주고 , 새로움을 준다.

(솔직히 의심이 가는건 사실이다. 이다지도 자세히 시애틀을 소개해 놓은 이유가 미심쩍기도 하다. 이런 섹션들은 이후

시애틀 관광의 일순위라는 'pike place market'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pike place chowder'라고 상호명까지 명시해 놓은 설명은 이렇게까지

설명할 필요가 있을 까 살짝 의구심이 들기도 하니까..조금만 더 설명하자면 '레벤워스'에 대한 관광안내. 그리고 '와인'에 대한 지극한 글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글들이 광고성을 띄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없다고 하기도 그렇다..)

 

쨌든, 책은 시애틀에서 이런 행복과 풍요로움을 '직접 뛰면서' 얻는 저자의 솔직하고 나른하지만 하품은 나오지 않는 진솔함으로 옷을 입고 있다.

 

 

삶의 정화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그 단계를 지나 스스로에게 구태여 최면을 걸지 않아도 행복할 이런 사람의 글을 읽으면

그건 작은 치유가 된다.

 

 

어떤 이들이건 삶의 행복을 이룰수 있는 근원이자, 최종목표는 사랑하는 사람 특히 가족인 것 같다.

권종상 씨도 그 인간계의 가장 큰 짐이지만 무한 행복의 근원을 놓치지 않았다.

 

그 자신이 배달하는 우편물, 그리고 그 손길을 통해 전이되는 행복한 어떤 것들은

근원이 가족으로 부터 시작됨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조금은 특별한 의미로서 자서전이고

약간은 엉뚱한 컨셉으로서의 관광가이드(인생이라는 여행도 포함시킬 수 있을까?)의 역할도 하는 듯 싶다.

 

 

 

책장을 덮는 손이 따뜻하다.

 

 

아주 작은 단위 mm

엄지와 검지로 비스무리한 단위를 재곤 한다 - '요만큼' - Cm

나는 군대에서 지뢰병으로 근무하였는데 평균 한보(75cm)보다 조금 더 벌리면 된다 - m

너를 만나고 끊긴 버스, 집까지 4정도 였으니 나는 한시간 조금 넘게 속보로 걸었다 - KM

 

 

단위는 세상을 구성한다.

작은 군소단위가 모여서 큰 단위로 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개별적 단위들은 또 하나의 세상을 창조해 낸다. 아니, 이미 창조해 냈다. 상태(state)로서 존재한다.

 

나로서는 수학적이며, 혹은 사변적인 철학으로 변질 될만한 소재를 멋지게 디자인화하여 책속에 담았다.

그 자신이 건축에 관계된 인물이기 때문에 '전문가'적인 시각으로 그려냈다고는 하지만,

정형화된 단위처럼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게 , 또는 아주 세련되고 정적인 느낌마저 들도록 표현했다는 것.

대단히 인상깊었다.

이런 사람들까지 '전문성'에 '문학성'(표현이 다채롭다는 선에서 칭찬을 멈춰야 하는건지 의뭉스럽긴 하다만.)을 갖추게 되면

순수문학으로 삶과 이상을 연명하려는 사람들이 공부해야 할게 너무 많아져

고달파 지지 않을까 볼멘소리를 한다.

 

 

 

각 단위의 세상이 담고 있는 아름다움을 표현한 책.

한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이렇게 보고 싶다. 덧붙여 그 아름다움은 대상과 사물 혹은 장소에 대한 찬미로만 그치지 않고

개선되어야 할 점, 실용성을 유지하면서 미적가치를 극대화(현상태에서) 할 수 있는 방법, 또는 더 높은 단위의 세상과의 매끄러운 합일점들을

찾아내는데 까지 이르고 있다.

 

예컨데 '볼라드' - 도보를 걷다 보면 차도와 경계에 잇닿은 곳에 생뚱맞은 돌뭉치나, 파이프 따위가 박혀있는 - 에 대한 설명 같은 부분을

놓고 봤을때 그 감상은 또렷해진다.

사실 나는 그 구조물(?)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몰랐다. 그 구조물의 존재에 대한 설명, 미적가치에 대한 논함, 현상태의 결함 혹은 부족한점을

드러내어 (때로는 더 나은 형태와의 비교를 통해) 더 높은 단위 - 볼라드는 (m_)에 대한 게으른 탐험이었다면 그 높은 단위의 (Km_)는

도로 쯤이 되지 않나 싶다. - 와의 어울림등을 다루고 있다.

 

이 형태의 구조는 볼라드 뿐 아니라

가장 작은 mm단위의 '지폐'부터 책에서 언급된 단위의 최상층인 Km 노들섬에까지

끊어지듯 그리고 이어지듯 연결이 된다.

 

디자인들은 서로 다른 형태로 존재하지만 연계선을 가지거나 교합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세상은 하나로 묶인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가장 좋았던 점은 앞서 잠시 언급했던 대로, 단위에 대한 설명이 '단위'그 자체가 커지면서 점차 철학적 요소까지 포함된다는 것이다.

점차 큰 세상을 이야기 하다보면 사고는 무한의 세계로 진입한다. 그 안의 생각들이 암시처럼 마지막에 포함되어있어서 즐거웠다.

 

 

책 구성이 예쁘고, 재질이 예쁘며

글쓴이의 마음이 표현이 지나치게 전문적이지 않아서 고맙고 예쁘다.

그래도 단 하나 아쉬웠던 점을 꼽으라면, 어쩔 수 없이 시행착오에 있는 우리나라의 단위 디자인들을 너무 외국적인 요소에 견주어 아주

박살을 내놓은건 아닌지, 보는 내가 다 측은스러워졌다.

피해갈 수 없는 비판이라면..

 

 

 

주위 사물들을 다시 보게 되는 책.

본인은 게으르다는 표현을 썼지만, 게으르지 않았다면 이렇게 자세히 들여다 보지도 않았을테지?

정복자(Les conquérants)

앙드레 말로(André Malraux) 作
 

그래서 내가 깨달은 건, 삶은 아무런 가치도 없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삶만큰 가치 있는 것도 없다는 사실이네..

  

뒤집어 놓은 '삶'에 대한 아름다운 표현에서 작가가 부조리와

인간의 이중성을 논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

저 문장은 이 책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이며,

뫼비우스의 띠처럼

두 마리의 뱀이 상대방의 꼬리부터 먹어치고 있는 것처럼

 

사고의 연속성을 요구한다.

  

이 작품의 연대기적 배경은 1900년대 초반이고 장소는 중국이다

정확히는 홍콩이 주 배경이 되고있다.

중국역사만 놓고 보지 않아도

 이 시기는 혼란과 큰 두개의 이념이 충돌하고

 인간의 본모습은 어떤 것인지 '광기'와 '폭력'으로 확인하려 했던

 - 그들은 결코 의도하지않았지만 - 시대다.

 

주인공 '가린'과 화자를 통해 인간의 근원적인 부조리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정복자'이다

자신의 운명에 따라 내맡겨진 이들이 정복하고자 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근본적으로 정복하고 싶었던 것은 땅도, 이념에 의한 유토피아도

그 어떤 것도 아닌 자신과 인간본연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인간으로서 원하던 정복을 이루었을 때

주인공 '가린'은 말한다.

 

부조리한 세상에 살든, 다른 세상에 살든... 세상의 허망함에 대한

확신이건 강박관념이건 그런게 없다면 힘을 이끌어 낼 수도 없고

'진정한 삶'조차 있을수 없어...

 

 

 

운명에 의해 인간이 움직여 지는 것일까

인간에 의해서 운명이 만들어지는 것일까

 등장인물들 뿐 만 아니라 

우리 삶을 이어가고 있는 이 시대 자체도

풀 수없을 문제들 속에서 치밀하게 짜여져 있는 메카니즘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본질을 찾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것.

 

운명과 인간의 관계는 부조리하다

정복자, 앙드레말로, 지만지, 프랑스, 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