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의 인세와 판권 수익 1조를 번 조앤 롤링. 킨들다이렉트퍼블리싱을 통한 자가출판 열풍과 웹소설 연재료로 월 1억씩 버는 작가들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도 글을 써볼까 하는 충동에 사로잡힌다. 얼마전 읽은 이 책은 욕망으로 가득찬 나의 작가관에 현실감을 불어넣어준 책이다. 세계적인 출판사 문학 에디터와 할리우드의 스토리 컨설턴트로 일했던 저자 리사 크론가 쓴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는 초보 작가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들을 잘 정리해주었다.

 

1.     아름다운 글은 모든 것을 이긴다.

아름다운 문장은 우리에게 페이스북에 올릴 거리를 제공하긴 하지만 아름다움이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들진 못한다. <다빈치 코드>를 문학적으로 잘 썼다고 할 수는 없지만 수천만명의 독자를 사로잡은 것은 멋진 캐릭터나 훌륭한 문체보다 첫페이지에서부터 독자로 하여금 다음에 일어날 일을 궁금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신경과학의 연구 결과 우리가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은 흥미로운 정보에 반응하는 도파민 뉴런의 분비 때문이라는데 이것을 자극하지 않고서는 독자를 잡아둘 수 없다. 엘모어 레너드는 “삶에서 지루한 부분을 뺀 나머지가 이야기”라고 한 것처럼 이야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 모든 것을 걸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2.     내가 아는 이야기를 써라

영화나 심지어 삶과도 구분되는 산문 문학만의 가장 매력적인 특징은 결코 접근할 수 없는 다른 사람의 마음에 가닿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은 1인칭, 3인칭, 몸짓언어 등 다양한 방법이 있으나 초보 작가들이 가장 흔하게 저지르는 실수가 바로 독자를 믿지 못하고 지나친 정보를 주려고 한다는 점이다. 소위 편집자적 논평이라는 함정이다. 이야기는 법정 원고문이 아니다. 독자가 고소라도 할까봐 시시콜콜 정보를 나열하는 것은 독자가 이야기 속에 빠지는 것을 방해할 뿐이다. 작가는 독자가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만 하면, 누가 옳고 그른지는 독자가 판단한다.

이와 반대로 실제 일어난 일이라 할지라도 대충 언급하는 것도 이야기 흐름을 삐걱거리게 만든다. “진실이 허구보다 낯선 것은 당연하다. 허구는 적어도 말이 돼야 하니까” 마크 트웨인의 지적에 일리가 있다.

3.     일단 첫문장부터 쓰고 보자

조앤 롤링은 <해리포터> 시리즈를 처음 쓰기 시작한 2992년에 이미 일곱권의 시리즈 모두에 대

한 개요를 만들었다. 내가 쓰는 글이 어디로 갈지 나도 모른다는 천재형 작가가 아니라면 개요를

짜는 일은 이야기를 진전시키고 무작정 퇴고를 반복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자신의 친구들에게 “이 책 좀 꼭 읽어봐”라고 말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를 쓰

고 싶다면, 이 책을 먼저 읽어보라. 이 책은 ‘잘 쓰는 법’을 다룬 책이 아니라 ‘이야기를 쓰는 법’

을 알려주는 책이다. 겁내지 말고 도전하자. 당신의 이야기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90유로짜리 생수는 1유로짜리 생수보다 훨씬 더 큰 가치를 지니는가. 맛과 품질은 비슷한데 소비자들이 90배나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이모션>(한스 게오르크 호이젤 지음, 흐름출판)은 ‘감정 강화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의 지갑을 더 효과적으로 여는 방법을 소개한다. 뇌과학자인 저자는 소비 결정은 감정적이고 무의식적으로 내려진다고 말한다. 사람들의 가장 기초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 감정 강화 마케팅의 핵심이다.

제품의 기능성을 강조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감정 강화 마케팅의 일환이다. 2유로짜리 비누 대신 90유로짜리 비누 코르가 잘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신 나노기술을 적용해 피부 깊은 곳까지 세정 기능을 최고로 강화시킨 제품이기 때문이다. 추가 기능을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다. 니베아 남성용 악취방지제는 악취 방지 기능뿐 아니라 피부 보호 기능까지 넣어서 부가적인 기능강화에 성공한 제품이다. 휴대 전화에 DMB기능이나 카메라 기능이 더해지는 것도 부수적 기능 강화의 측면이다.

고객은 상품에 담긴 이야기에 자극받는다. 에스티로더의 라메르 크림은 한 물리학자가 개발한 것이다. 로켓 연료 개발을 하던 그는 실험 사고로 얼굴을 크게 다쳤고 그 얼굴을 치료하기 위해 크림 개발에 나선 것이다. 그는 특별한 효능의 해초류를 심해의 소리에 장시간 노출하면 효능이 배가 된다는 사실을 이 크림에 적용했다. 소비자들을 현혹하기 좋은 이야기이다.

감정적 강화는 오감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세사르 애견사료는 몸집이 작은 애완견용으로 한번 포장을 뜯은 다음 보관이 어려웠다. 더군다나 사료는 악취가 심하게 났다. 세사르는 재밀폐가 가능한 포장용기를 만들었고 그것을 닫을 때 ‘딸깍’하는 소리로 소비자들에게 ‘냄새가 더 이상 나지 않음’을 알려주었다. 촉각을 활용한 마케팅도 효과가 있다. 카페에서 홀수날만 골라 고객에게 계산서를 건넬 때 아주 대수롭지 않게 고객의 팔이나 어깨를 건드렸더니 그날 팁 매출이 20퍼센트나 많았다. 가벼운 접촉만으로 무의식적인 친밀감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아리엘 세제의 기존 용기물은 20회 사용분이 담겨있었다. 새로운 디자인의 용기물은 20회 사용분 표기를 ‘18회분+2회분 증정’으로 바꿔 양은 유지하면서도 고객들에게 보상받는 느낌을 주었다. 매장 계산대에서 고객들은 지루하게 기다리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한 서점에서는 계산대 뒤쪽에 대형 수족관을 설치해 기다림의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이 책은 인구통계학적 마케팅 분석 대신 고객을 감성적 취향에 따라 실행가, 개방주의자, 규율숭배자 등으로 구분했다. 은행에서 금융상품을 소개하는 전단을 보낼 때 실행가에겐 포트폴리오 보완이라는 전략적 측면을 강조하고 개방주의자에겐 어느 때든 저축한 돈을 인출할 수 있다는 점을, 규율숭배자에겐 고도와 안전성과 노후의 아늑함을 내세웠다. 유형별로 홍보전단을 달리했을 때 응답비율이 기존보다 30퍼센트나 높게나왔다.

감성마케팅을 다룬 책들은 많이 나왔지만 이 책은 뇌과학의 측면에서 체계적인 정리를 해놓았고 실제 사례를 많이 들어 현업 마케터들에게 많은 인사이트를 줄 것이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만큼이나 주목받은 이가 바로 네이트 실버일 것이다. 그는 오바마가 롬니보다 1.6% 앞설 거라고 예측해 정확히 맞아 떨어졌고 상원의원 당선자 수도 정확히 맞추는 ‘신기’를 보여줌으로써 최고의 정치 분석 전문가로 떠올랐다. 그는 전국 각 주의 수많은 여론조사와 경제통계치 자료들을 분석해 유의미한 정보를 찾아낸 것이다.

요즘 기업들에게 가장 핫한 마케팅 수단도 바로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한 것이다. <여기에 당신의 욕망이 보인다>(송길영 지음 / 쌤앤파커스 펴냄)는 빅 데이터 혁명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책이다. 과거에는 경영자의 감에 의한 판단이 주였다면 이제는 합리적으로 의사결정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과학적인 자료가 생긴 셈이다.

구글의 검색 데이터야 말로 빅데이터의 표본이 아닐까. 구글에서 사람들이 ‘독감’에 관한 검색 결과를 분석해서 독감의 확산 경로를 파악했는데 그 결과가 국가기관보다 더 빠르고 정확했다는 얘기는 빅데이터 관련 가장 빈번하게 인용되는 사례이다. <컴퓨터 사이언스 저널>에 따르면 트위터에 표현된 정서가 다우존스 지수의 추이를 87% 따라간다고 한다. 실제로 ‘트위터 펀드’라 불리는 펀드는 매일 1억 건 이상 트윗에서 사람들의 감정과 관련된 글을 추출해 이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고 한다.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사람들의 욕망을 들여다볼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유유제약은 새로운 ‘멍’ 치료 연고를 만들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시장조사를 했다. 26억 건의 소셜미디어를 분석했더니 여성들이 어린이보다 4배나 더 큰 니즈를 갖고 있었다. 특히 젊은 여성들이 다이어트 때문에 영양상태가 나빠져 쉽게 멍이 들어 고생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성을 대상으로 포장박스도 예쁘게 만들고 파우치에 담아 팔았다. 치료 시장에서 미용 시장으로 눈을 돌리자 시장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필립스의 이유식 블렌더는 2009년 출시 이후 시장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그런데 2011년 9월 이후 매출이 급감했다. 회사에서는 잠시 품절사태를 빚었을 때 고객을 뺏긴 것이다, 가격이 너무 높아서 그렇다는둥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필립스를 수렁에서 건져낸 것은 빅데이터였다. 블로그 1억개, 트위터 40만건, 육아관련사이트 90개 게시판을 뒤졌다. 원인은 가전제품 시장의 경쟁자가 아닌 배달 이유식이었다. 필립스는 제품의 기능에만 맞춰서 캠페인을 벌인 나머지 엄마와 아이의 따뜻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포인트를 짚어내지 못했고 그 사이를 더 편리한 배달 이유식이 차지했던 것이다. 이후 필립스는 제품설명서와 레시피를 한국 실정에 맞게 고치고 홈페이지에도 첫 이유식을 먹는 순간을 올려 따뜻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배달 이유식에 대응해서는 ‘엄마표 이유식’을 강조했다. 가격할인은 없었지만 6개월 후 필립스는 1위 자리를 되찾을 수 있었다.

마케팅 사관학교 P&G는 대대적인 인원감축을 단행했다. 전통적인 광고 마케팅을 접고 소셜네트워크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함이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고객들의 마음을 읽는 가장 좋은 방법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