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자영업자만 500만 명이고 창업을 준비하는 직장인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돈이 없어서, 경기가 안 좋아서, 장사를 해본 경험이 없어서, 같은 핑계로 자영업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런데 내가 최근에 읽은 <100만원 경영학>의 저자는 장사를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겐 큰 돈도, 상품이나 시장에 관한 지식도 필요없다고 단호하게 주장한다. 그리고 이 책은 매월 200~500만원을 벌어 생계를 꾸려가고자 하는 생계형 자영업자를 위한 것이라고 선포한다.
악기업체 해외영업팀에서 근무했던 저자는 창업 초기 목재수입 같은 일로 시작했으나 월 100만원 벌이도 힘겨운 일용노동자 수준의 초짜 장사꾼이었다. 그는 목재에서 IT 부품 등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며 작더라도 꾸준히 거래를 성사시켜가며 초짜에게 필요한 건 사업아이템이나 손익계산보다 반복적인 장사 경험이란 걸 깨달았다. 그래서 그가 정한 목표가 월 100만원이었다. 100만원이 초라하게 보일지 몰라도 장사 초보가 꾸준히 매월 그렇게 벌기는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는 장사로 월 100만원 벌이가 안되면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100만원을 채웠다. 장사꾼은 생존 자체가 큰 의미이기 때문이다.
남들이 시장분석이니 준비할 시간에 그는 시장에 뛰어들어 꾸역꾸역 100만원씩을 벌었다. 그러면서 그는 장사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세웠다. 장사는 자동차 조립처럼 모든 부품이 준비돼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송아지를 키우는 것처럼 그 자체로 존재해야 한다. 장사는 기승전결이 있는 게임이 아니라 실행과 실적이 중요하다.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월 1000만원 이상 매출의 기업과는 장사의 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책을 읽고 강연을 들을 시간에 시장에 뛰어들라고 말한다. 생계형 자영업자는 대표적인 저위험 저수익 모델이다. 자신의 마진을 줄여서라도 시장에 살아남는 게 중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레드오션에서도 충분히 승산있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제조업을 배제시키고 오로지 유통업만을 다뤘다. 월 1000만원 이상 벌고 싶은 꿈많은 창업가에게도 어울리지 않는 책이다. 기존의 창업 책에서 다룬 사업계획서 작성, 시장 분석 등 경영이론은 눈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까닭은 장사야말로 비포장도로 고갯길에 무수한 S자 곡선주행을 거쳐야만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그의 경험을 통해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는 2008년 5억2천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4320만원의 급여를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