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가 타결됐다. 그로 인해 우리가 더 잘 살게 될지 어떨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서점가에서도 한미 FTA 관련서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직접적으로 FTA를 다룬 책보다는 FTA 과정에서 이슈가 됐던 협상에 관한 책과 앞으로의 한국 경제의 미래를 다룬 책들이 많이 팔려 나갔다. <모두에게 공정한 무역>(지식의숲, 2007), <짐 토머스 협상의 기술>(세종서적, 2007), <IBM 한국보고서>(한국경제신문사, 2007), <미래의 물결>(위즈덤하우스, 2007) 등의 책들이 FTA라는 타이밍을 잘 만난 책들이다.

<모두에게 공정한 무역>은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스티글리츠 교수의 책이다. 이 책은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FTA의 위선을 적나라하게 꼬집고 있다. 개발도상국 국민의 절반 이상은 하루 2달러 미만의 소득에 의존해 살고 있지만 유럽의 소는 하루 2달러의 정부보조금을 받는다. 이들 국가의 농업보조금이 대다수 개발도상국 농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저자는 FTA(Free Trade Agreement)가 FTA(Fair Trade for All)가 되기 위해서는 하층민과 중산층이 소득 증가를 경험하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무역 자유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FTA는 협상의 전쟁터였다. 독자들은 그 현장을 생방송으로 보았다. 조금이라도 더 자국의 이익을 얻어내기 위해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은 협상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FTA 타결 후 출간된 <짐 토머스 협상의 기술>(세종서적)은 미국 대통령의 협상코치를 지낸 짐 토머스의 협상법에 관한 책이다. 포춘 선정 최고의 협상가로 꼽혔고 백악관과 크레믈린 핵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장본인인 저자는 협상의 핵심원칙 21가지뿐만 아니라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멘트 하나하나를 짚어주었다.

FTA가 타결됐고 여전히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서있지만, 양측 모두 한국경제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분명하다. 세계적 컨설팅사 IBM은 <IBM 한국보고서>(한국경제신문사) 20년째 정체된 한국경제가 새로운 활로를 뚫기 위해 국가에도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국가 R&D 시스템의 부재, 기업의 투자를 발목 잡는 정부의 규제, 획일화된 교육체계 등 후발국의 도약과 선진국의 견제 속에 갇힌 한국경제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반해 현존하는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는 자크 아탈리는 <미래의 물결>(위즈덤하우스)에서 대한민국이 2020년 아시아 최강국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한다. 민주주의 정보기술(IT) 등 미래 산업의 발전이 그 근거다. 양극화 해소와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선결 과제로 남는다고 지적했다.

일만 열심히 한다고 직장생활 잘하는 건 아니다! 샐러리맨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말일 것이다. 보이지 않는 조직 내 정치적 권력 관계, 일보다 더 어려운 사내 인간관계, 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고 사규에도 없지만 술자리에서는 언제나 화두가 되는 이야기들을 담은 3권의 책이 최근 직장인들에게 이슈가 되고 있다.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신시아 샤피로 지음, 서돌 펴냄)는 직장에서 살아 남으려면 영악한 사람이 되라고 충고한다. 회사에서 절대 알려주지는 않지만 누구나 따라야할 공공연한 비밀 규범 같은 것들이 있게 마련이다. 이 책은 ‘인력개발팀은 당신의 편이 아니다’, ‘자격이 된다고 급여를 올려주는 것은 아니다’, ‘병가나 육아휴직은 ‘보호’되는 권리가 아니다‘ 등의 내용으로 직장인들의 공감을 얻으며 상반기 베스트셀러가 됐다. 미 포춘 100대 대기업에서 인사관리 전략을 담당했던 저자 신시아 샤피로가 쓴 이 책은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직장인들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또라이 제로 조직>(로버트 서튼 지음, 이실MBA 펴냄) 회사 내 인간관계가 일보다 더 힘들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어느 회사를 다니든지 간에 같은 부서에는 꼭 무서워서라기보다는 ‘더러워서’ 피하는 상사, 동료, 부하 직원이 있게 마련이다. 이런 꺼림칙한 동거는 매일같이 반복되는 지긋지긋한 스트레스로 다가오지만, 업무로 묶여 있다 보니 얼굴을 보지 않을 수도 없고, 그저 사회생활의 일부려니 하고 지레 포기해버린다. 저자는 이 책에서 회사 내의 골칫덩이인 ‘또라이’들이 개인의 감정 문제 차원을 넘어서 회사와 조직 전체의 건강과 생산성을 떨어뜨린다고 경고한다. 조직행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 스탠포드대학 서튼 교수가 쓴 이 책은 미국, 유럽의 직장인들에게도 열광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전쟁의 기술>(로버트 그린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은 피튀기는 권력 싸움이 비단 전쟁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조직 내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저자의 전작 <유혹의 기술>처럼 이 책도 두꺼운 책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뜨린다. 손자에서 클라우제비츠까지, 미야모토 무사시에서 나폴레옹까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승리자들만이 알던 경험과 지식을 오늘의 관점으로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내는 저자의 능력이 탁월하다.

세 권의 책이 잘 팔리는 것은 현재 대한민국의 직장인들이 일 외의 요소에 너무 많이 시달리고 있다는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일보다 더 어려운 직장 내 인간관계! 눈에 명확히 보이지는 않지만 누구나 느끼고 있는 불편한 진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