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장 양장본의 일본 원서 번역서로 글밥은 1,2줄에서 5줄가량이며, 그림체는 표지나 소개글에서 볼 수 있듯 물감으로 쓱쓱 그려 넣은 알기 쉽고 보기 쉬운 그림체 입니다.
'비밀'이라는 글귀에 솔깃한 마음으로 책장을 펼쳐봅니다.
책장을 펼치면 한 쪽 페이지에 험상궂은 얼굴의 아저씨께서 우리를 쳐다보고 계십니다.
아이에게 묻지요.
"누구인 것 같아?"
"도둑...무서워.."
"나쁜 사람...무서워..."
네, 아저씨는 무표정입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아이들의 유치원 생활 곳곳에서 유치원 버스 아저씨의 웃는 모습과 다정한 모습, 꽃을
가꾸시고 고장난 의자를 남 몰래 고쳐주고 계시는 등 조용히 아이들을 살피고 계심을 알려줍니다. 그러면서 점점 아이들도 아저씨가 그저 무섭기만 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지요.
이렇게 작가는 우리 주변인물에 대해 조금 더 마음을 열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따뜻한 눈길을 나누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책 장을 덮으려니 아이가 묻습니다.
"그런데, 왜 저렇게 화난 표정으로 운전을 하시는 거야? 무서워."라고..
"운전에 집중 하기 위해서 아닐까?"라고 대답했지만,
그러네요. 왜 꼭 화난 표정이어야 할까요?
과연,
무서운 분인지? 상냥한 분인지? 아저씨의 비밀스런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요?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어른들은 모르는 사람을 주의해라, 모르는 사람이 무언가를 물으면 너무 상세하게 이야기 하지 마라.
그런 가르침을 받고 자랍니다. 또 그래야 하는 세상이 되었구요.
그러다보니, 지하철 안 옆에 계신 어르신이 몇 살이니? 라고 물으셔도 아이가 눈만 깜빡깜빡하며 저를 쳐다 볼 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생각해 보았죠.
저도 어떻게 말해야 하고 어린 아이에게 어디까지 공개하라 대답해라 선을 긋는 것도 너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누가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이름이 무엇이고 너는 누구고? 어디에 사는지? 묻는 스치는 인사들이 너무나도 무섭게 느껴지게 만든 것은 누구일까요?
이런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 속에서 험상궂은 유치원 버스 아저씨는 무표정이기만 해도 무섭고 나쁜 사람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이에게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어려운 세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생활 속에서 유치원 버스 아저씨와 인사를 나누고 감사의 마음을 주고 받는 아이와 학부모가 몇 명이나 될까요? 어쩌면 아저씨는 보이듯 보이지 않는 사람이 되어가면서 더욱 더 험상궂은 표정의 아저씨가 되어 가는 게 아닐까요?
그럼,
유치원 버스 아저씨의 험상궂은 표정을 밝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등하원 시간에 학부모님들이 먼저 창가 너머 비치는 아저씨와 눈이라도 마주치게 되면 놓치지 말고 인사를 나누기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서 말이죠.
참고로, 일본 원서 라서 봄(절분)되면 귀신(도깨비)을 쫓는 콩뿌리기(마메마끼) 의식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유치원버스 아저씨께서 귀신(도깨비) 역할을 해주시고 아이들이 아저씨에게 콩을 뿌리는 장면은 미리 숙지 해두시고 아이에게 설명해 주시는 것도 다른 나라 문화를 알고 이 책을 통해 색다른 이야기를 접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