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일생을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사랑하고
행복 혹은 불행을 느끼고 쉽게 상처받고 포기하고 그리고...
남몰래 꽁꽁 가슴속 깊은 곳에 아픈기억을 묻어 버리기도 한다.
부자이든 가난한 이든 많이 배웠든 적게 배웠든 남이 볼때는
사소한 일인듯 싶은 것에도 말할수 없는 고통이 되어 평생의 상처가 되기도 한다.
이렇듯 인간은 가장 위대하다고 하면서도 세상 온갖것으로부터 상처받기 쉬운
연약한 존재인것이다.
문득 가슴이 먹먹해 지고 아파오는데도 무슨이유인지 몸이 아픈것인지 마음이
아픈것인지조차 느끼지 못한채로 그저 끙끙 앓는 경우도 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시간속에는 없지만 그림자속의 나는 아직 잊지못하고 기억하는
상처속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책을 만들고 책은 인간을 만든다'
이 책은 상처받고 고통받는 영혼을 치료하는 독서치료사인 작가의 실제담이다.
책이 주는 위안과 포만감을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이토록 큰 약이 될수도 있다는건
몰랐었다.
자신도 미처 알지 못한 아픔의 근원을 찾아가는 여정이 눈물겹다.
의외로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받는다.
부모로부터..남편으로부터..자식으로부터..
겉으로는 알수없지만 깊은 마음속에 꽁꽁 묶어둔 기억과 상처들을
끄집어내어 당당하게 맞서라고..그래야만 자유로워질수 있다고
용기를 가지고 맞설수 있도록 작가는 다리를 놓아주는 역할을 한다.
누구든 부모가 될수는 있다.
부모의 역할이 한 인간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이 책은 너무도
진지하게 말하고 있다. 술주정뱅이...폭력...무관심...자살...
그렇게 자라난 아이들이 영혼에 얼마나 큰 상처가 남게 되는지..

평생을 감옥과도 같은 곳에서 피를 흘리며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책'을 통해서 치유의 과정을 갖게 된다. 때로는 낙오자도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책'을 통해 어두운 과거와 맞서고 아픈 기억을
지워가는 과정이 너무도 감동스럽다.
자살한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하고 오십의 나이에 이르러서야 남편에게
아버지의 자살로 인해 고통받았던 사실을 고백하는 아내에게 남편은

"지금도 아버지가 미운거야? 이제 내가 아버지 몫까지 다 해줄테니
이제 그만 아버지를 보내드려."라고 아내의 등을 두드려 준다.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이제 그녀도 자유로와질것이다. 나도 그녀처럼
자유로와지고 싶었나보다. 내가 기억하는 것들로 부터..
혹은 기억속에는 없지만 분명 나를 아프게 한것들로 부터..
나도 내 지치고 아픈 영혼을 위로하고 위로받고 싶다.
외딴방에 갇혀 더 이상 울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고 싶다.
작가에게 묻고 싶다.

"저는 어느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마당을 나온 암탉'이 좋을까요?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 더 나을까요? 아님 다 읽는것이 좋겠지요?"

그림이 책속에 숨어있거나 벽에 걸려있을때는 그저 그림이지만

말을 걸어오면 친구가 됩니다.

무심코 보아넘긴 그림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비로소 귀에 들리기 시작하면

그림은 더이상 죽은것이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서 움직이게 됩니다.

종이와 염료가 귀하던 그시절에 이렇게 아름답고 섬세한 그림을

그리는 화공들의 뒷이야기와 정말로 전하고 싶었을 이야기들이

작가의 상상력과 도움말로 새롭게 태어나서 이제 그림을 눈을로만

보지말고 가슴과 귀를 열어 읽고 느껴보라고 부추깁니다.

정말 신윤복은 여자가 아니었을까요? 어찌 그리 섬세한 여인들의

자태와 일상을 그려낼수 있었을까요. 그림은 전하지만 정작 신윤복에

대한 정보는 많이 전해지지 않아서 더욱 그의 존재가 신비롭기만 합니다.

열개의 벼루와 10만개의 붓을 뭉툭하게 닳아 없앴다는 김정희의 노력은

존경스럽기만 합니다. 추사체는 바로 그렇게 태어났군요.

집안에 호랑이 그림을 걸어두면 악귀가 근접을 못한다는데..우리집도

멋있는 호랑이 그림을 걸어두어야 겠습니다.

아직 아이의 티도 벗지못한 어린소년까지도 담배를 피우는것이 유행이었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런 사실도 그림을 통해 확인할수 있으니 그림은

참 많은 정보와 시간의 비밀을 전하는 전도사이기도 합니다.

 

’모든 생명체는 각각 자기 몫의 비밀을 가지고 태어나는 법입니다.

그리고 그 비밀을 깨달을 때 비로소 몸과 마음이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구요

그러나 자기 몫의 비밀을 깨닫는 것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랍니다.’

 

좋은 책과 음악과 그림들은 바로 이런 비밀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지도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무심코 지나치지 않고 말을 걸면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시간속의 수많은 이야기와 비밀을 알수 있답니다.

율곡의 어머니인 신사임당의 그림을 보면 풀한포기 꽃한송이 벌레 한마리가

마치 살아서 내앞에 펼쳐져 있는것 같습니다.

저 먼 세월을 거슬러 올라 ’나 여기 있어요’하듯이..

이제 세상에 있는 모든 그림들이 말을 걸어와서 정신이 없게 생겼네요.

너무나 재미있고 고운 그림이 가득들어있는 이책을 읽다보면

그림속에 걸어들어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역사의 어느 한순간 '인물'로 기억되어 후세에 이름을 남긴다는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더구나 한나라의 왕으로서 수많은 백성들의 지도자가
되어 그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후세의 역사에 까지 미치는 힘을 생각하면
확실히 선택받은 인생을 살다갔다고 말할수 있다.

인간의 역사속의 어느 한순간은 모계사회인적도 있고 아마존의 어느정글속에는
여인들의 나라가 있었다고도 하고 영국은 지금도 '여왕'이 존재하기는 한다.
하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자가 나라를 지배한다는 것은 틀림없는 '파격'이며
'사건'임이 분명하다. 불과 한세기전까지만 해도 남존여비사상이 존재하고
능동적인 삶을 살아가기가 불가능했던 한반도의 역사로 보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기도 하다.

조선의 역사속에는 수렴청정을 했던 왕후가 몇 있긴 했지만 병풍뒤에서의 일일뿐
한나라의 왕이라고 할수는 없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비교적 소상히 기록의 조선의 역사와는
달리 삼국시대의 역사를 기록해 놓은 역사서는 많지 않다.
삼국유사와 삼국사기는 설화적인 내용과 종교적인 색채로 인해 그 정확도를 가름하기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신라'의 여왕 '선덕'에 대한 기록이 빛을 발하고 있다.

조그만 반도의 땅에서 삼국이 치열하게 다툼을 하던 그시기에 '왕'으로 살아야 했던
여인의 심정은 어떠하였을까...'왕'의 자리를 노리는 귀족세력들의 알력과 끊임없는 전쟁에
대한 피로감에도 불구하고 '왕'의 권력을 쥔 그녀는 얼마큼이나 행복했을까.
남편을 두었다거나 자식을 낳았다거나 하는 기록이 없는것으로 보아 여인으로서의 그녀의
삶은 고독했을것으로 짐작된다.
그녀의 그런 고독이 수많은 절을 짓게하고 부처의 나라를 꿈꾸었던것은 아닐까..
지어졌다지만 사라져 버린 '황룡사'처럼 그녀의 존재는 황룡사 절 터의 기둥터처럼
고즈넉하다.
신라의 역사는 치열했지만 설화처럼 아름답고 섬세하다.
여인으로 살아가기에도 벅찬 시대에 '왕'으로 살아야 했던 선덕의 이야기가
그저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내려오는 설화와 몇몇 사실만 기록되어 있다는것이
너무 아쉬울뿐이다. 좀더 자세하게 그녀의 향기를 남겼더라면 후세를 살고 있는
수많은 여인네들이 힘을 얻지는 않았을까 싶다.

신이 노닌다는 우주의 중심 수미산의 정산 도리천에서 지상에서
다 누리지 못한 왕의 권위와 영원한 불국토를 꿈꾸고 있을 선덕(만덕)
여왕이 향기 짙은 여인네로 사랑받고 살고 있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