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난해하고 이해하기 힘든 단어들의 집합체들을 이용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는 것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듯 하다.
그것이 더군다나 과학 용어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지 않을까.
그러나 이 책은 그러한 선입견을 가지고 대하는 나의 잘못을 탓하듯 시작부터 그럴싸한 재미를 안겨 주었다.

생물과 무생물의 정의를 내리는 듯한 느낌의 내용인 이 책은 그러한 교과서적인 지식 전달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과학계 안에서 그 동안 혹은 지금도 존재하는 많은 과학자들의 사연과 그 얽힌 뒷이야기 거리도 꽤나 재미있는 내용으로 펼쳐진다.

책 내용이 그만큼의 흥밋거리를 준다는 차원으로 보자면 확언컨대 이런 책 세상에 널렸다.
그러나 과연 재미로만 이 책을 보는 것으로 끝일까?

개인적으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약간의 전율을 느꼈다.
하나의 생명체 안에 무수히 존재하는 또 다른 생명체들. 그것이 원자든 분자든 혹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든 없든 그리고 느낄 수 있든 없든 그것과 상관없이 각자 하나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이 만들어 놓은 그 복잡 미묘한 질서 속에서 그들 각자가 순응하며 살아가는 그 형태적 유지가 주는 전율이라 할 수 있지 싶다.

자기 복제 기능이라는 것을 통해 생물이라는 이름의 정의를 받는 다는 것은 어쩌면 사전적 의미로서만 쓸모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거기에 시간이 접목되면 그것은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이야기 거리로 탈바꿈 되었다.
그것은 ‘생물에는 항상 불가역적인 시간의 흐름이 있고, 그 흐름에 따라 접히고, 다시 접히면 다시는 펼 칠 수 없는 존재가 생물이다.’ 라고 직언하는 저자의 말 속의 생물이라는 용어를 사람이라는 단어로 바꾸면 그 의미가 가슴 철렁하게 바뀌는 그 느낌이었다.

엔트로피와 부(負)의 엔트로피가 보여주는 상관관계, 즉 최후의 종말을 위해 달려가는 생명력에게 질서를 부여하여 자기 복제를 통한 자기 치유의 능력을 제공함으로서 그 순간을 늦추도록 하는 일종의 자연 법칙, 그러나 그 법칙안의 질서란 규칙적이지 않고 불규칙적인 차원과 연결됨에 우리는 뭔가 설명할 수 없는 모순에 맞닥뜨린다.

질서를 유지하지만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는 생명, 그리고 동적이지만 평형상태를 유지하는 그 모순적 형태. 나는 여기에서 우리 각자의 삶은 과연 그 자연의 법칙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순응하며 살고 있느냐 하는 문제가 제기 된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심장 박동 측정기를 떠 올리게 된 이유였다. 동적이지만 평형의 선상을 유지하고 있는 그 기계의 모니터로부터 우리에게 보여 지는 단순하기 그지없는 선들.

생명이라는 이름을 부여 받은 이상 거기엔 분명 우리가 순응하며 실천 해 나아가야 할 것들이 분명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혹시나 우리가 받은 그 생명력에 정말 중요한 것을 간과하며, 심지어 역행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질서를 지키되 끊임없는 변화, 혹은 깨달음을 얻고, 그리고 그것을 동적인 차원의 행동으로 옮기 되, 그 속에서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그 평형의 것은 무엇일까. 이쯤에서 사랑이라는 단어가 내 머릿속에 또 다시 떠오르는 것이 과연 우연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도 책 표지에 실린 이사벨라 버드의 모습이 강하게 남아 있다.

그 속에서의 그녀는 여자라는 염색체로서의 기호 이미지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권위를 느끼도록 하는 고귀한 인물로 비춰지고 있다는 생각 때문인 듯 하다.

우선 개인적으로 19세기라는 시대에, 여자라는 신분으로 살다 간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 가면서 한국인 여성 오지 여행가 한 비야 씨가 떠올랐다. 혹시 말년에 한국이나 일본 등지와 같은 아시아에서 살기 원했던 바람을 가졌다던 이사벨라 버드가 한 비야라는 인물로 환생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20세기가 넘어가는 과정에서 세계 오지 여행을 한 한 비야 씨에게도 ‘여자의 몸으로’라는 구태의연한 타이틀이 따라다녔는데,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에 살던 이사벨라에게서 여행가라는 타이틀 보다 ‘여자의 몸으로 +그 시대에’라는 설명적 수식어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함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그러나 만약 우리가 그것에만, 즉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은 뜻을 기리기 위한 그 표현적 수단에만 그녀를 묶어 두고 생각한다면, 그것으로 인해 그녀 삶에 대한 평가에만 급급해 하는 우리들의 모습만을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녀 스스로 그 시대의 영국 여성이 갖춰야만 했던 행동규범과 종교적 철학에 대해서 때론 답답함을, 혹은 고정관념적인 시각을 두루두루 토로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그녀가 남긴 눈에 보이는 업적이야 당연 대단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더불어 그녀가 여행 기간 중에 보여 준 불굴의 의지라던가 열정이라던가 하는 것들도 그렇고.

또한 그녀가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던 병의 치료 목적을 위해 그 여행의 길은 시작되었으니, 어쩌면 타고난 운 하나를 기가 막히게 잘 살린 똑똑한 여인이라는 말로도 통할 수 있으리라.

그런데 만약 저 모든 것들이 그녀를 위대한 인간으로서 설명할 수 있는 배경이 될 수 있다면, 당연 자신의 본능적 직관에 따라 물 흐르듯 살며 그때그때마다 받아들인 삶의 영감들을 행한 그 결정력과 추진력 또한 그 한 부분으로 마땅히 해석되어져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단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과는 다르다. 자기 성찰에 따른 삶의 방향은 정하는 것이지 단순히 팔자타령하며 받아들이는 그것과는 분명 다르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것이 스스로 즐기고, 좋아하는 것을 일찍 깨달은 행운아로서의 한 면모라 해도 할 말은 없지만, 사람들이 깨달은들 그 행운을 못 잡기는커녕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임을 생각해 본다면, 이러한 나의 생각이 아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라고 치부 해 버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신과도 같았던 여동생과 짧은 결혼 생활 속에서 생을 마감한 남편의 죽음을 통해 중년의 외로움 속에 고통을 받기는 했지만, 그녀는 그런 와중에서도 그녀가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리고 세상을 위해 소중히 쓰여 질 수 있는 개인적 경험의 기회들을 계속해서 받아들였다. 그녀의 삶은 어쩌면 그렇게 자신에게 떠 오른 영감의 폭들(그녀에겐 그것이 대부분 여행과 관련 된 것이었지만)을 거부하지 않고, 비교하지 않고, 계산하지 않고 순수하게 받아들인 그 결과로 오늘 날까지 남게 되었을 수도.

그렇다면 우린 영감이라는 것을 예술분야에서나 써 먹는 단어가 아닌, 우리의 삶을 펼쳐나가는 하나의 행동 시점으로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운명을 받아들이면서도 그 운명을 감각적으로 잘 활용한 그녀.

하늘과 공기에 흐르는 기류를 거역하지 않고 그것에 따라 자신의 날개 짓을 맞춰나가면서도 여전히 자유스러울 수 있는 새들.

고로 그녀는 Bird라는 자신의 성에 쥐어진 삶의 운명을 충실히 살다간 한 명의 인간이기도 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인문학 책을 많이 즐기지는 않는다.

석학들, 혹은 전문가들의 글을 통해 내가 평소 느끼지 못하던 것들에 대한 통찰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읽고자 하는 노력은 계속 하고 있으나, 그 비판과 분석에 따르는 어딘지 모르게 어둡고,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그 무언가를 알아 간다는 것이 약간의 불안함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 불안함이란 분노와 걱정, 근심 따위의 감정을 낳으니, 그로인해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시각이 냉소적으로 고정되어 질 수도 있겠다는 느낌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사실 꼭 인문학 서적을 통해서만 세상이 석연치 않게 돌아감을 느끼는 것은 아닐진대, 사뭇 우리가 어떤 주제에 대해 최종적으로 얻어야 할 통찰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라는 생각을 해 볼 수 있다는 계기를 마련 해 준다는 의미면에서 인문학 서적들이 갖고 있는 그 중요한 역할만큼은 매번 새삼스럽지만 항상 인정하고 읽게 된다.

이 책은 그러한 관점에서 우리에게 ‘접속’이라는 것에 대한 폭 넓은 통찰의 시선을 둘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어느 새 우리에겐 인터넷과 컴퓨터라는 단어들과만 연관지어져 사용되어 지는 듯한 ‘접속’이라는 단어를 이미 수 년 전에 역사, 문화, 사회, 경제에 걸쳐 그것이 일으킨, 혹은 일으킬 많은 반향들을 두루두루 펼치고 있었던 이 책은 그만큼 이야기꺼리가 많다.

우선 저자의 말대로 접속의 시대를 통해 인간의 많은 소유욕들이 사그라졌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듯 하다. 사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물질적인 어떤 소유물보다는 시간과 공간을 통해 얻은 경험적인 차원의 것들을 더욱 부러워하는 경향이 더 크지 싶다.

즉 아직도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월급을 받는 노예 생활, 혹은 그 생활에 뛰어 들고자  하고 있는 상황에서 돈과 시간이라는 제약을 용감히 뛰어 넘어 자신이 원하는 경험을 얻기 위해 행동하는 다른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이 책은 접속이 생성 해 주는 많은 대리 만족적인 경험들에 열광하는 우리들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접속의 시대에 그것을 통한 경험은 대부분 언제나 반복되어 질 수 있는 1회성 경험들이다. 고로 경험 또한 인스턴트가 된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접속의 삶을 폼 나게만 생각해 볼 수가 있을까.

여기에서 우리는 접속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길들여지고 있는지 고찰 해 볼 필요가 분명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길들여진다는 것은 결국 그것이 어떤 형태이든 주종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자신이 그 누군가에 의해 길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것을 좋아 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더군다나 그것이 만약 상업적인 이유 때문이라면. 그러한 이유로 개인의 정체성까지 조종되어지는 것은 우려할 만 한 것이다. 그것은 소유의 종말이 아니라 그저 다른 형태의 것을 소유하는 것 뿐. 바로 사람의 마음(‘접속자의 마음’이 더 옳을 듯)을 소유하는 것이다. 바로 기업들은 그것을 얻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경험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접속을 사용한다는 것에는 다채로운 삶을 위한 그 파장의 넓이를 크게 만든다는 의미에서 분명 실보다는 득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그러나 저자가 언급했든, 고유문화의 파괴, 인간의 다중성 심화, 제공자가 그들의 힘을 이용해 접속자의 삶을 또 다른 형태로 얽어매고 있다는 것 모두는 앞서 말 한대로 정체성의 문제와 결국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삶의 양보다는 질에 관점이 모아지고, 개인의 삶을 중요시 하면서도 서로 공존하는 삶의 관심에 대한 모색도 중요해지고 있는 지금, 접속의 시대에 살고 있고, 그 속에서 탈근대적인 인간으로서도 살고 있는 우리의 정체성은 앞으로의 진화 방향에 따라 세상을 밝게 할 수도, 어둡게 할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고로 문명의 이기를 즐길 수는 있지만 항상 안주해서는 안 될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는 개인적 결론을 내려 본다.